Living in the moment2014. 12. 13. 13:22


낯선 곳에서 새롭게 정착하기란 여러모로 까다롭고 귀찮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해서 한시름 놓았나 싶더니, 이제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살림살이들을 하나씩 사야하는 미션이 남았다.


한국에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우리에겐 당장 덮고 잘 이불과, 당장 밥해먹을 냄비과 그릇들. 

이런 말그대로의 생필품들의 구입이 절실했다.

게다가 좌식생활을 해왔던 한국에서의 생활과는 다르게, 카펫이 깔려있는 이곳 집에서는 본의아니게 입식생활을 해야 했기에

침대나 테이블과 의자 같은 큰 가구들의 구입도 해야했다.


돈이 넉넉치 않은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IKEA 만한곳이 없다.

왜 유럽이나 미국에서 IKEA 가구가 유학생들한테 인기있는지 알것같다.

이만한 가격에 질은 그럭저럭이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를 구하기란 어디를 뒤져도 쉽지 않을듯.

결국 모든 가구 및 생활용품들을 이곳에서 해결.(취향 고려 없음 ㅠ)

난 일본식 나무느낌의 가구가 참 좋은데, 본의 아니게 북유럽 취향의 집으로 꾸며짐.




그래도 온통 IKEA에서 사는건 반댈세.

다행이 동네에 Vinnies 라는 체리티샵이 있어서 틈만 나면 들려서, 뭐 건질게 없나 둘러보기.

해서 건져온건 빈티지 느낌의 핑크 플레이트들과 나무 액자.

$1에 사온 빈 나무 액자에는 방콕에서 사온 엽서를 끼워주니 그럴듯 해 보인다.


나는 왜 새거 사는것 보다 이런데서 득템하는것에 더 희열을 느끼는가!

이때부터 시작된 나의 Second-hand 물품 본격 쇼핑.




시드니에는 Vinnies 나 Salvation Army 같은 체리티샵 말고도 정말 많은 플리마켓이 있어,

 잘 고르면 이런곳에서도 꽤 괜찮은걸 득템할 수 있다.


로젤에서 열린 주말 플리마켓에서 사온 귀요미 미니 의자. 

베란다에 가져다 놓으니 딱이다.




여기에 Vinnies에서 구해온 미니 커피 테이블까지. 

소꿉놀이하는것 같네.




침대와 베드사이드 테이블이 전부였던 침실에, 이번에는 램프와 거울이 생겼다.

두개 모두 동네 체리티샵에서 발굴(?)한 것들.

램프에는 갓이 없어서 갓만 따로 IKEA에서 샀는데 나름 잘 어울리네?




의자도 두개 밖에 없었는데, 벼룩시장과 체리티샵을 열심히 발품팔아

의자 두개가 생김으로써 총 4인용 식탁이 완성!

빈티지 느낌의 흰색 의자는 로젤마켓에서 발견해서 집까지 버스에 싸짊어지고 오느라 고생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이런것도 모두 추억거리가 되겠지?




4인용 식탁 다음으로 우리집을 채워준 것은 바로 쇼파와 암체어.


사실 이제까지 살면서 쇼파라는 품목이 내 인생의 리스트에 존재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제까지 우리가 산 물건중 가장 비싼 물건이었기에 매일같이 매장가서 누워보고 앉아보고 그러다가

하나사면 다른 한개는 반값에 준다는 프로모션에 냉큼 지름.

저래 놓으니 사진관 느낌.






이번에는 또 새로운 무언가 도착. 

조립하느라 집안이 난장판




짜잔, 커피테이블이 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TV도 추가.

근데 TV 벤치가 없으니 ㅋㅋㅋㅋ 너무 없어보인다.




그래서 이번엔 드디어 TV 벤치 구입.

기념으로 경건하게 뉴스 시청.




처음 이사올땐 정말 텅 빈집이었는데, 이렇게 하나둘 늘어가는 살림살이들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그리고 뭔가 하얀 빈 도화지에 하나씩 그림이 채워지는것 같다.


그리고 그 마무리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부친 이사짐들.

한국을 떠나 호주에서 살 생각을 하면서 미련도 아쉬움도 없었기에

거의 모든걸 정리하고 왔다. 

그래서 이곳에는 트렁크 한개만 딸랑 들고왔었고, 나머지 소포로 받을 짐들이라고 해봤자

옷가지나 신발, 책 몇권이 전부였다.

솔직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물론 없으면 아쉽긴 하겠지만)


소유하고 있는게 적으면 적을수록 더 쉽게 훌쩍 어디로든 떠날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결혼하고 한국에서 지내온 4년이라는 시간동안에도 거의 짐이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떠나올때도 더 쉬웠던것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으니까.

 



한국에서 보낸 짐이 도착했을때, 기껏해야 우체국 상자 몇개였지만.

가장 기다렸던건 바로 이 드립도구들.

커피를 사랑하는 우리 부부에게 그 어느것 보다도 간절했던 물건들.


유럽에서 캠핑하면서 다닐때도 1일 1커피를 꼭 하고 다녔던 우리였기에, 

비록 트렁크 하나만 달랑 들고 온 시드니였지만 그 안에 모카포트는 챙겨왔었다.

하지만, 그라인더도 드리퍼도 없어서 드립커피가 항상 아쉬웠었는데.

소포박스 뜯자마자 바로 이렇게 손맛 커피.




망원동 집에 붙어있었던 포스터도 고스란히 이곳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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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빙그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