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간의 유럽 자동차여행/스위스'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3.12.24 13. 스위스에서 온천을! 로이커바드
  2. 2013.12.24 12. 체르마트
  3. 2013.12.20 11. 아펜젤 치즈공장과 죽음의 스위스 패스
  4. 2013.12.20 스위스 할머니댁에서의 하룻밤.
  5. 2013.12.19 드디어 스위스로



마지막날 아침 호텔 창밖풍경. 어제보다는 눈이 많이 걷힌 듯 하다. 해도 반짝이고.

짧았던 2박 3일간의 체류. 푸근한 인심의 호텔 주인 아줌마 아저씨께 작별인사를 하고 다음 목적지로.



날이 많이 개었어도 아직은 눈이 한가득.



산 아랫동네로 내려오니 조금씩 푸릇푸릇한 풍경들이 보인다.




파란 하늘 아래 만년설로 덮힌 알프스 산봉우리들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초원. 뭔가 언발란스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양지바른 동네를 지나 다시 꼬불꼬불 산을 타고 올라가는 곳은, 스위스의 온천지역으로 유명한 로이커바드.


여행준비할때 스위스에서 가볼만한곳이 어디가 있을까 알아보던중에 온천이라는 두글자에 나를 설레이게 만들었던 로이커바드. 스위스여행하면 인터라켄이나 마테호른과 같이 알프스의 최고봉을 보는 루트가 일반적인데, 남들 다 가는곳 보다 덜 알려진곳 하지만 좋은 경험을 할수있는곳을 찾던 우리에게 알프스에서의 온천을 즐길수 있는 로이커바드는 최상의 조건!



동네가 산꼭대기에 있는건지 계속 차를 타고 산을 올라간다.



구름이 눈높이에서 보일 정도로 계속 산을 타고 올라가다가 바라본 창밖 풍경. 그림엽서가 따로 없다.



로이커바드에 있는 온천중에서 우리가 가기로 한곳은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있는 Burgerbad. 우리나라에도 많이 도입되어있는 스파같은 곳이다. 수영복입고 야외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로비에서 3시간 입장권을 구입한 뒤 락커에 짐과 옷을 넣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온천입장.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스파이용하는거랑 별반 다를게 없는데 한가지 차이점은 탈의실이 남여따로 구분되어있지 않다는 것. 그냥 락커 옆에 탈의하는 칸이 있어서(옷가게에의 탈의실 같은) 그곳에서 수영복을 갈아입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탈의실 입구에서 남편이랑 바이바이 한뒤에 스파 실내에서 만나곤 했는데, 탈의실까지 같이 들어가니 어색어색. 아니 근데, 워낙 노출에 개방적인 유럽이라 그런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탈의칸에 들어가지도 않고 락커앞에서 훌러덩훌러덩. 속옷만 걸치고 탈의칸에 들어가서 마지막(?) 탈의를 한다.



드디어 입장.


눈덮힌 알프스 산을 바라보며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스위스에서 눈과 추위로 고생했던 순간들이 눈녹듯 녹아내리던 시간. 그리고 그냥 몸만 담그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몇가지 즐길만한 기구들도 있어서 나름 알찼던 3시간. 동양인은 우리밖에 없어서 들어가자마자 시선집중. 온천 사진을 많이 담고 싶었지만 다들 수영복 차림이라 초상권때문에 그냥 살짝 배경만 한장. 그리고 확실히 서양 언니들은 몸매가 좋구나. 10대 젊은 청춘들이 온천에 놀러온거 같던데 길쭉길쭉 한데다 나올데 나오고 들어갈데 들어가고. 거기에 비하면 나는 초딩몸매 ㅠ. 물밖에 나가지 말고 계속 물에 담그고 있어야겠다.



노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면서 마치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눈사태를 감상하는게 일품이다.

여기 밤에 오면 조명도 켜고 멋있는것 같던데, 이 근처에 산장같은 숙박시설도 있어서 1박 숙박하면서 저녁에 온천하면 좋겠다. 아쉽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반나절 뿐. 따끈한 물에 노곤노곤해진 몸을 추스리고 다음 여정을 위해 출발.



영화에서나 볼 법한 멋진 다리.





도로 산을 내려가는 길은 정말 어디를 보더라도 한폭의 엽서같은 풍경들만 가득했다. 다들 이래서 '스위스, 스위스' 하는건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직접 눈으로 보고도 이게 실제하는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장면들.


유럽을 차로 여행하면서 좋았던 점은 멋진 경치가 있는 곳엔 항상 쉼터가 같이 있다는 거였다. 이곳에도 마치 딱 이 위치가 경치를 감상하기 최적의 조건인양 절벽에 가까스로 붙어있는 한적한 벤치가 덩그라니. 그 위에 앉아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곳에 앉아 절경을 반찬삼아 점심 도시락을 까먹으니 배가 두둑하다. 이제 다음 여정지로 가볼까나.



우리의 든든한 네발, 푸조3008. 여행한지 아직 이주일도 안되었는데 벌써 먼지와 흙탕물때문에 꼬질꼬질하다.



스위스 어디에서나 보이는 만년설 봉우리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프랑스 샤모니. 

샤모니까지의 가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 지도를 펼쳐보니 근처에 몽트뢰(Montreux)가 있다. 예전에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인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보았던 그곳. 전설적인 그룹 Queen의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했다던 바로 그 곳! 아, 가보고 싶다. TV 속에서 보았던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도 직접 보고 싶었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근처에 있는 샤모니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오전에 로이커바드에서 반나절을 있었던 까닭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는 않은 상황. 그런데 살짝 돌아가는길이긴 하지만 몽트뢰를 거쳐서 가는 길이 고속도로라서 좀 편할것 같기도 하고. 어쩔까 고민하다가 돌아가더라도 잠깐 몽트뢰를 거쳐서 가기로 결정.



몽트뢰 들어가는 초입에 바로 시옹성이 보인다. 호수위에 지어져 물위에 떠있는 성이라고 하는데 그냥 차창밖으로 바라만 보는것으로 만족.





호숫가 옆 도시. 이곳이 바로 몽트뢰구나! 주구장창 스위스 산만 구경하다가 탁트인 호수가에 와있으니 느낌이 색다르다.



아마도 몽트뢰의 랜드마크일 것 같은 프레디 머큐리 동상.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동상앞에는 그의 팬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들이 놓여져있었다. 왠지 이 옆에 앉아 Queen의 'Love of my life'라고 한곡 들어야 할것 같다.





잠시 호숫가를 따라 산책.





풍경도 장관이지만 이 도시의 분위기는 기후때문인지 상당히 여유로워 보인다. 사람들도 느긋해 보이고. 짧은 시간동안 호숫가를 거닐면서 이 도시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아, 떠나기 싫다....큰일이다. 샤모니고 뭐고 그냥 이 여유로운 도시에 푹 눌러 앉고 싶어졌다. 왠지 프레디 머큐리의 마음을 알것만 같은.




따뜻한 남부 휴양지에서나 볼수 있을것 같은 생김새의 나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만년설 덮힌 봉우리. 이 역시 비현실적인 장면들.





휴양도시답게 관광객들도 많고 상점도 호텔도 많은 이곳. 문득 신혼여행을 이곳으로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의 신혼여행은 저 북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땀범벅으로 쉰냄새 나는 여행이었지만.)



두번째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진짜 목적지인 샤모니로 출바알!



STOP.

스위스-프랑스 국경.



샤모니도 체르마트와 마찬가지로 알프스 산맥의 한자락에 위치한 곳이라, 체르마트 갈때처럼 눈때문에 고생하는게 아닌가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날씨도 좋고 눈도 많이 녹은 상태. 이제 우리가 2박을 예약한 샤모니 샬레를 찾아서 고고씽.


Posted by 빙그레씨




다음날 아침 호텔 창밖 풍경. 4월의 크리스마스 파티라도 해야 할 듯 싶은데?



아침일찍 부지런히 조식을 챙겨먹고, 체르마트까지 가는 셔틀을 타기 위해 타슈(Tasch)에 도착.



체르마트는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전기차 외에는 마을로 차가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체르마트에 들어가기 위한 교통수단은 아마 셔틀트레인이 유일할 듯. 자동차 여행객들은 주로 이 셔틀 정거장이 있는 타슈에 차를 세워두고 셔틀을 탄다고 하는데 우리는 숙소가 조금 더 먼 란다에 있어서 탸슈까지는 호텔 주인아저씨가 태워다 주고 올때도 전화하면 픽업하러 온다고 한다.(마치 보드장 갈때 보드 렌탈샵에서 픽업해주는것 같은 기분)




드디어 체르마트 도착! 전날의 눈보라치던 날과는 너무나도 다른 쨍쨍한 날씨!



체르마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전기 택시.



일단은 정보를 얻기위해 투어인포센터에 들렸다. 체르마트에서 정상에 올라가기 위한 포인트가 여러가지 있었는데 투어인포센터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일일 패스를 구입하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인 Glacier Paradise 및 다른편 정상인 Gornergat도 가 볼 수 있단다. 두 장의 일일 패스를 구입한 후 바로 Glacier Paradise를 가기 위해 곤돌라 타러 고고씽.



이게 바로 알프스구나. 장관이다. 




체르마트는 유럽사람들이 겨울스포츠를 즐기러 많이 오는 곳으로, 곤돌라 타고 올라가면서 중간중간 보이는 자연설 슬로프들.



드디어 정상에 도착. 하지만 정상에 도착과 함께 거의 시야를 가리는 눈보라와 안개. 전망대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전망대인데다가 추워도 너무 춥다. 게다가 고도가 4000m 가까이나 되어, 둘 다 급 고산증 증세. 어지럽고 울렁거림에 얼른 다시 내려가기로.



이곳 정상에서 스키와 보드를 타기 위해 곤돌라에서 내리는 스키어들. 좀 부럽긴 하다.(그치만 우리는 샤모니가서 탈꺼지롱)



사람들이 다 내리자마자 냉큼 내려가는 곤돌라 탑승.



곤돌라 안에는 이렇게 안내양, 아닌 안내 할아버지가 계시고. 도착할때 방송도 해주신다.



산 아래쪽은 맑았는데, 윗쪽은 정말 뭐라도 나올것 같은 눈안개가 잔뜩낀 날씨.



이와중에 보드타는 사람 참 많더라. 이렇게 높은 산자락에서 시야도 잘 안나올 정도로 안개가 잔뜩 꼈는데 무섭지도 않은지 어린이들도 참 많이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어릴때부터 스키, 보드타니 늬들이 올림픽에서 잘 하는거구나.



올라올때도, 내려갈때도 중간 기착점에서 한번 환승해주고.




우왕 내려간드아.



어느정도 내려오니 주변 풍경이 다시 맑다. 역시 산의 날씨란 예측불허.



산 아래의 동네 풍경.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당시 인기 방송이었던 "꽃보다 할배"에서 할배들이 우리가 갔던 체르마트에 갔다는 얘기를 듣고 해당 방송편을 챙겨보았는데, 나에겐 온통 눈덮인 산과 마을로 밖에 기억나지 않던 체르마트가 방송에서는 너무나도 초록초록 한 분위기여서 저곳이 과연 내가 갔었던 곳이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역시 스위스는 여름에 가야...)



글래셔 파라다이스에서 이렇다 할 감흥도 못느끼고 내려와서, 이번엔 고르너그라트 열차를 타보자.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 내부. 그래, 곤돌라타고 올라가는것 보다는 백배 쾌적하네.



열차탈땐 뭐니뭐니해도 간식이지. 터미널에 있던 가게에서 산 하리보 젤리. 이거 씹다가 턱빠지는줄 알았네.



위에서 내려다 보는 체르마트 거리 뷰.



중간 정거장, Rotenboden. 해발 2815m란다. 꼭대기인 고르너그라트는 해발 3000m가 넘는곳.



드디어 도착. 하지만 이곳 전망대에서도 아무것도 안보이기는 마찬가지.

눈구경이나 실컷 하다 가는구나.



이렇게 고도가 높은곳까지 까마귀가 어떻게 올라왔을까.



눈과 까마귀만 실컷 보다 간다.



이곳 역시 스키어들의 천국.



귀요미 어린이 스키어들.(그래도 나보다는 잘탈껄?)




별소득없이 다시 내려와서 동네구경.



스위스하면 롤렉스.



동네 거리.



동네 호텔.



동네 교회.



동네 까페.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눈도 피하고 얼어있던 몸도 좀 녹이러 동네까페에.



손님이 없네. 까페에서 계속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서 뭔가 햇더니 치즈퐁듀냄새.



이제 집에 갈 시간.



타슈가는 셔틀.




결국 마테호른봉도 제대로 못보고 가는구나.


나에게 추위와 눈보라만을 안겨주었던 체르마트여, 안녕-



Posted by 빙그레씨


아침일찍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잠깐 아펜젤 동네 구경 한바퀴. 평화로운 분위기의 월요일 아침. 



아펜젤 전통 문양의 장농과 침대 미니어처. 전날 묵은 스위스 할머니댁에서 본 것과 비슷한 것들이다. 유치하지만 알록달록한것이 가지고 싶다.




아펜젤 마을 전경.

전날에 숙소를 찾으러 헤멜때는 이런곳인지 몰랐는데, 정말 알프스 소녀가 당장이라도 뛰어놀 것 같은 평화로운 전원 마을!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갔던 시청사 근처에서 만난 동네 할아버지는, 머나먼 한국에서 온 이방인인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시며 우리와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셨다.(당시에는 북에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승계가 이루어진 대다, 북의 도발이 전 세계적인 이슈였고 연일 이곳의 뉴스에 방송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었다. 그래서 여행내내 만난 사람들이 우리에게 궁금했던 내용은 대부분 북에 대한 것들이었다) 할아버지는 스위스는 많은 나라들과 국경이 접해있어서 그만큼 전쟁의 위험도 많았지만 중립을 잘 지켜냈다면서, 북의 김정은은 지금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와 헤어지면도 계속 'He is foolish..'라며 중얼거리셨다. 머나먼 나라의 시골마을에서도 관심을 갖는 내용에 대해, 정작 나는 자세하게 설명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을 정도로 얕은 역사적 이해와 낮은 정치 사회적 관심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




마을을 나와 찾아간 곳은 아펜젤 치즈 농장 견학. 이날 오전에 들렸던 투어인포센터에서 아펜젤에서 가볼만한 곳이 뭐가 있는지 알아보다가 이곳 치즈가 유명해 몇몇 치즈 농장에서는 직접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체험프로그램은 대부분 사전예약제인데다가 한시적으로만 운영해서, 한 치즈농가에서 운영하는 치즈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Appenzeller Cheese 모형.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는 SCHAUKASEREI.



전시실 내부. 이곳은 특이하게 모든 전시 안내 가이드가 아이패드로 되어있다. 가이드 비용을 내면 아이패드를 대여해 주는데, 인터랙티브한 화면과, 재미있는 설명으로 자칫 별 감흥없이 둘러보고 나올뻔 했던 치즈 공장 견학이 꽤나 인상깊었다.




만들어진 치즈 보관창고.

통유리를 통해서 저렇게 켜켜이 쌓인 치즈를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치즈는 숙성된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강해진다고 하는데 아마 나는 갓 만들어진 치즈가 아니면 못먹을 듯.




이곳 입장료에는 아펜젤 치즈를 시식해 볼 수 있는 이용권이 포함이라 맛이 어떤지 한번 보기로 하고.

접시에 이렇게 세가지 종류의 치즈를 내어준다. 숙성된 기간에 따른 종류별 치즈였는데 일단 딱 받아들자마자 코를 찌르는 냄새가.... 가장 그나마 먹기 편한 숙성도가 오래지 않은 Classic 치즈부터 한입 맛보았는데, 아 도저히 못먹겠다.

나는 아침에 Koller 할머니 댁에서 먹은 치즈를 생각하며 입에 넣었는데, 토종 한국인 입맛에는 도저히 안맞음. 게다가 머리가 아플정도로 강한 치즈 냄새에 결국 시식용으로 받은 치즈는 아깝지만 휴지통으로. 




치즈맛은 내입맛엔 안맞았지만, 재미있는 치즈만들기 견학으로 오늘 여기 오길 잘했다며. 특히 아이패드 가이드가 마음에 쏙 든다며. 어제 하루는 힘들었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다음 목적지로.


다음 목적지는 드디어 우리 여행계획에 있었던 체르마트. 파라마운트사의 로고로도 쓰인 마테호른봉이 있는 그곳이다.

원래는 체르마트에서도 당연히 캠핑을 할 계획이었으나, 눈이 발목넘게 쌓인 스위스에서 캠핑을 할만한 시기는 아닌것 같아 어제처럼 또 숙소땜에 고생하지 말고 미리 숙소를 예약하기로 했다. Koller 할머니 댁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연결된 덕에 하루 전날 체르마트에서 가까운 도시의 싼 호텔을 예약. 



고속도로를 타기위해 구입한 스위스 비넷을 차 유리에 부착하고. 오스트리아처럼 스위스에서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비넷이라는 이용권을 구입해야만 하는데, 여기는 오스트리아와 달리 기간별로 파는게 아니라 무조건 1년권을 사야한다. 하루만 이용하고 싶어도 1년짜리를 구입해야 하기에 우리처럼 잠깐만 스위스에 머물다가 가려는 여행자들에게는 좀 아까운 면이 없지않지만 그래도 매번 톨비 계산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긴 하다. 하지만 이런점 때문에 우리나가 자동차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저 비넷 사용후 부착된 스티커를 떼서 다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하는데, 하도 그런일이 많이 일어나서 그런건지 비넷스티커는 한번 부착하면 떼어낸 후 다시 사용하기 어렵게 홈이 파여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걸 떼어내서 파는 사람들이 있던데 대단하다)





운전하고 가다가 중간에 경치좋은 곳을 발견해서 이곳에서 경치를 반찬삼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물가 비싼 유럽에서 매번 우리의 점심은 직접 만든 샌드위치. 

인건비 비싼 유럽이기에 음식점에서 사먹는것 보다 마트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 만들어 먹는게 훨씬 저렴하고 맛도 좋다.



덕분에 길가다가 이렇게 경치좋은 곳을 만나면 잠시 쉬어가면서 배도 채우고 눈도 호강하고. 조으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가던길로.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나라여서 그런지 가는길에 터널이 참 많다.



한참동안 터널을 지나고 산자락을 넘어가면서 달리고 또 달려간다.


스위스는 산자락에 위치한 국가여서,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에는 통제를 하는 도로들이 많다고 한다. 처음 스위스 여행계획을 세웠을때는 스위스의 인터라켓 가는 길 근처에 Grimsel pass 라는 길이 멋진 코너링과 드라이브 하기에 그렇게 멋지다고 들어서, 그림젤 패스를 가볼까도 했었는데 우리가 스위스에 도착하는 4월에는 패스가 문을 닫는다고 하여 아쉽지만 포기.


우리가 체르마트를 가기위해 지나가기 위해서는 Furka pass라는 고갯길을 넘어야 하는데, 눈이 많이 와서 혹시나 패스가 닫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네비가 안내하는 길로 일단 직진.



가는 길목이 심상치 않다. 어른의 허리높이 만큼 쌓여있는 눈더미. 그래도 도로는 눈이 말끔하게 치워져있고, 앞에도 드문드문 차들이 가기에 지나갈 수 있겠지 라는 희망을 안고 Furka pass로.



그런데!!

우리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저 거대한 눈 더미와 통행금지 표시.



하아..앞길이 구만리구나. 눈앞에 끊긴 길을 보고도 믿기지 않아 차에서 내려 이리보고, 저리 보고.



길 주위 풍경을 보니, 이 동네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눈오면 꼼짝없이 갇히겠구만.



나중에 지도를 보니 이 푸르카 패스라는 곳은 급경사가 많아 보통때도 조심해서 가야하는 구간이라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당연히 통제를 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문제는 스위스에는 이러한 pass 구간이 많다는것.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미시령, 한계령의 '령'에 해당하는 곳인데, 말이 미시령이지 알프스 산에서의 이런 고갯길 운전은 그야말로 곡예운전이다.


가려던 길은 막힌데다가, 이런 길의 정보따위 안중에도 없이 계속 막힌길로 안내하려는 네비게이션을 버리고 온전히 지도를 보고 길을 가보기로. 대부분이 산악지대라 길도 많지 않아 우리에게 주어진 옵션은 오직 한가지였다. 

아래 이탈리아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서 체르마트로 가는것.



그래서 결국 푸르카 패스를 통해 금방 체르마트 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이렇게 빙빙 돌고 돌아(이탈리아까지!)서 원래 가려던길의 4, 5배나 되는 거리를 가게 생겼다.

예상도착시간도 오후 5시에서 예측불허로.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이탈리아 구경하게 생겼네. 허허. 그나마 뚤린 길이 있다는게 어디나며 긍정마인드로 출발!



우리가 가려는 Locarno 방향 표지판이 보인다. 근처에 캠핑장 표시도 같이.



남쪽으로 내려오니 이곳은 계절이 봄이다. 좀전에 온통 눈으로 덮인 세상과는 달리 이곳에는 올해 처음으로 보는 개나리가 활짝!



호숫가 옆에 위치한 도시라 그런가 휴양지 느낌이 물씬!



길가에 핀 꽃.



어디 남부 프랑스라도 온 느낌.





여행 후 처음으로 봄이라는걸 만끽하며 드라이브.



여기서부터는 이탈리아 입니다. 역시나 심플한 국경안내.




왠지 부자들의 휴양지 같은 동네.



길가에 여기저기 푸릇푸릇한 나무들과 남국의 야자나무들. 잠깐만 아랫동네로 내려온건데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호숫가를 끼고 마음껏 드라이브.

관광버스가 가득한것으로 미루어 인기 휴양지인듯한 도시를 지나치고.



이제 다시 북쪽으로.


저기 뭔가 국경 검문소 같은게 보이는데,



오호, 국경이다. 이탈리아의 영역은 여기서 종료라는 안내표지.

들어올때도 심플하게, 나갈때도 심플하게.



따뜻한 봄을 잠시나마 만끽할 수 있었던 이탈리아를 떠나 다시 북쪽 스위스로 올라오니 겨울로 계절이동. 어떻게 이렇게 극과 극일수가 있지. 게다가 이제는 눈발까지 날리기 시작한다.



조금 오다가 그치겠지 생각했던 눈이 심상치 않다. 날씨가 어두워 지면서 갑자기 눈보라로 바뀌기 시작. 게다가 점점 오르막길.

이대로 계속 가도 되는건가, 우리는 이런 날씨에 대비한 스노우 체인도, 스노우 타이어도 없는데. 그래도 도로에 스위스 번호판을 단 차들이 간혹가다 보이기에, 그래 현지인들도 가는데 우리도 갈 수 있겠지 하며 일단 최저 속도로 가보는데.

시속 20km로 가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차가 헛바퀴 돌면서 미끄러진다. 지금까지 한참을 올라왔길래 이 눈길에 다시 내려간다는것도 위험하고, 그냥 가던길을 계속 가자니 불안하고. 아 어쩌지...


일단 우리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핸드폰에서 외교부 비상연락 앱도 켜놓고, 비상 전화번호도 저장해놓고. 다시 가보자.

눈은 더 심하게 내리고, 아까부터 한 두대씩 보이던 차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차가 계속 미끄러지고 눈보라가 너무 심해 시야도 잘 안보이고, 정말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어릴때 보았던 한 캐네디언 가족이 여행중에 눈속에 고립된지 몇일만에 발견, 결국 아빠는 죽고 엄마와 아이들만 살아났다는 뉴스 기사가 생각나고. 그때 당시에는 그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와보니 '그게 우리 얘기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별의 별 생각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조금 더 가다보니 산 정상의 휴게소 같은 건물이 보여서 일단 정지, 저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서 도움을 청해보기로 했다. 안에 들어가니 주인아저씨와 어느 가족손님 한 테이블이 있었다. 주인아저씨한테 혹시 스노우타이어나 스노우체인같은게 있는게 물어보고. 아저씨는 당연 그런거 없다고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른 우리는 '밖에 눈이 많이 오는데 우리는 스노우체인도 없고 그래서 큰일이다.' 라고 설명하니 이 이탈리아계 주인아저씨 쿨하게 그냥 가면 된다고 한다. 읭?


이 아저씨 우리 영어를 제대로 알아들은거 맞는건지, 내가 아저씨! '위 윌 다이(We will die, 우리 죽을지도 몰라요)' 라고 말하자 이 아저씨 또 쿨하게 '노 프라블럼' 이라고 외친다. 그러고는 아저씨가 우리더러 어디까지 가냐고 묻길래 체르마트까지 가야한다고 말하자 또 '노 프라블럼' 이라고 대답하더니 1km만 더 가면 된다고 한다. 이 아저씨 뭔소리래, 체르마트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뭔 1km지? 여튼 아저씨와의 원활한 대화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아저씨의 '노 프라블럼' 만 믿고 1km만 더 가면 뭐라도 나오겠지 하며 다시 차에 올랐다.


눈보라를 헤치며 가다보니, 어라? 정말 1km 뒤에 눈이 그쳤다. 정확하게는 눈이 그쳤다기 보다 1km 부터 고갯길이 끝나고 도로에는 열선이 깔리고 군데군데 터널이 뚤려있다. 우리는 서로 다행이다를 외치면서 아까 아저씨 말이 진짜 맞네. 1km만 가면 된다더니 진짜네!를 반복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고갯길이 끝나고 산을 넘어 내려온 길.



아까와는 달리 너무나 평화로운 길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죽을똥 쌌던 그 길은 Furka Pass와 마찬가지로 스위스 패스 중의 하나인 Simplon Pass. 그리고 그 휴게소가 위치한 곳은 심플론 패스의 정상이었던 모양이다. 휴게소 주인아저씨가 말씀하신건, 휴게소에서 1km만 더 가면 패스가 끝나고 도로에는 열선이 깔려있어서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이었던것 같다.

위험한 고비를 한고비 넘기고나서 속으로 기도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아펜젤을 떠난지 8시간 만에 도착한 마을 Randa. 이번에는 예약한 호텔을 찾으러 빙빙빙.



이곳에도 한바탕 눈이 내렸다 보다.

무릎까지 푹푹빠지는 눈밭을 헤치며 겨우겨우 호텔을 찾아 들어간 시간은 우리가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늦은 10시.

주인 아주머니도 우리가 오기로 한 시간에 오지 않아 눈때문에 못오는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단다. 호텔 레스토랑은 이미 다 닫았다며 걱정하시는 아주머니께 괜찮다고 말하고 보니 저녁식사시간도 훨씬 넘긴 시간이었는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그동안 배고픈것도 모르고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찾아온 안도감과 공복으로 우리의 비상식량인 라면을 밥통에 열심히 끓여서 고픈 배를 채우니 이게 바로 천국이구나.


오전까지만 해도 아펜젤 치즈공장 구경하면서 여기 오기를 참 잘했다 좋다 행복하다를 연발하다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에 알프스 산자락에서 죽을고비를 맞이하고. "인생 참 한치 앞도 모르는거구나"라는 생각이 든 이날의 여행.




Posted by 빙그레씨



우여곡절끝에 머물게 된 아펜젤의 B&B.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분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생각외로 너무나 잘 정돈되고 깔끔한 방.



2층의 맨 구석진 방이 우리의 첫 스위스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곳.

아늑한 다락방 분위기의 알프스 소녀감성 물씬 자극하는 곳. 너무 조으다.



왠지 아이들 방이었을 것 같은 이곳.

침대 사이즈가 성인 사이즈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단신의 동양인의 사이즈엔 꼭 들어맞아서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좁지만 화장실도 깔끔깔끔.

민박집이라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방안에 화장실도 있고, 좋구나!



방 한켠에는 아펜젤 전통 문양의 서랍장이. 어릴때 할머니댁에 가면 늘 보아왔던, 할머니와 세월을 같이 했던 오래된 서랍장을 생각나게 했다.



뭐, 환영한다는 인사말이겠지?


아펜젤은 스위스에서도 독일이랑 접해있어 사용언어가 독일어권이라 할머니와 대화는 되지 않았지만 만국공통어인 바디랭귀지로 의사소통.



스위스 B&B 공식 허가증 같아 보였던 인증마크. Gaste Zimmer. Gaste = 손님, Zimmer = 방. 즉, 게스트하우스란 뜻.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일주일 독일에 있다 왔더니 왠만한 단어는 대충 알겠다.

이 곳은 N.Koller 할머니 할아버지네.



문 앞에 써있던 저 암호같은 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Koller 할머니 댁에서 꿀잠 잔후, 다음날 조식 먹으러 1층 내려가는 길.



1층 응접실 한켠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전통 문양의 장농이.




피아노 위에 놓여진 아펜젤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들.



Appenzeller bier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림으로.



미리 세팅되어 있던 식탁. 



할머니께서 빵과 잼을 가져다 주시며, 커피마실건지 쥬스를 마실건지 물어보신다.

난 당연 커피.



할머니의 취향을 엿볼수 있는 커피잔.



아펜젤이 치즈로 유명한 도시기에, 할머니께 혹시나 아펠젤 치즈를 맛볼수 있냐고 여쭤보았더니 흔쾌히 "그럼, 물론이지" 라며 햄과 치즈를 가져다 주셨다. 원래 치즈를 잘 못먹어서 그냥 맛이나 보려고 꺼낸말이었는데, 할머니께서는 커다란 치즈덩어리를 꺼내오시더니 숭덩숭덩 그자리에서 저만큼이나 많이 썰어주셨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밥먹을 때 김치가 빠지지 않듯, 스위스에서 주식에 항상 빠지지 않는 치즈. 그래서인가 다들 냉장고에 커다란 치즈 한덩이씩은 있는것 같았다.



곱게 차려진 이날 아침 식단.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빵도 맛있고, 잼도 맛있고, 햄도 그리고 의외로 치즈도 맛있어서 너무나도 만족했던 아침식사.



짧게 하룻밤 신세진 스위스 Koller 할머니 댁. 여유만 된다면 더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던 곳.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가야할 길이 멀었기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작별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스위스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날 잠깐 머물고 떠난 동양인 여행자 둘을 기억하고 있을까?


+숙소

N.Koller GuestHouse(B&B)


숙박료

2인 1박 (조식 포함, 무료인터넷) : 110CHF(스위스프랑) 



Posted by 빙그레씨

우리의 이번 목적지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나라, 요들송의 나라 스위스위스!


처음 우리가 여행 루트를 짤때 스위스는 많은 욕심내지 말고 그냥 가고싶은곳 딱 한군데만 가보자며, 마테호른봉으로 유명한 체르마트만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인생이 뭐, 항상 생각대로 되는것은 아니기에 퓌센에서 체르마트까지는 거리가 상당한데다(게다가 산지대라서 시간도 한참걸리는 루트), 오후 늦은시간에 출발해서 저녁에 잠잘곳도 필요하고 해서 멀지 않은 스위스 어딘가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체르마트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바로 아펜젤.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이름의 작은 도시이지만(사실 우리도 이날전까지만 해도 이 도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치즈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기대했던건 바로,




이러한 구릉구릉한 초원 한자락에서 해보는 캠핑!!!

정말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놀것 같은 초록 잔디가 넓다랗게 펼쳐진 초원지대에 텐트 하나 쳐놓고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을 쳐다보면서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캠핑!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스위스를 향해서 출바알. 룰루랄라.



퓌센에서 스위스 아펜젤로 가기 위해서는 오스트리아를 거쳐서 가게 된다. 덕분에 오스트리아 땅도 밟아보게 생겼네. 



이 길로 가면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 브레겐츠 방향이라고 알려주는 도로 표지판. 표지판에 오스트리아(A)와 스위스(CH) 방향이라고도 나와있다. 드디어 프랑스,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를 가보는구나. 조금 설렘.



"여기서부터는 오스트리아 입니당". 

EU의 많은 국가들이 국경에 저렇게 도로표지판 마냥 국가표지판(?)으로 이곳부터 다른나라임을 표시.



잠깐 거쳐가는거긴 하지만 드디어 오스트리아 땅. 


독일은 고속도로 이용료가 따로 없지만, 오스트리아는 비넷이라 불리는 고속도로 이용 티켓을 구입 후 차량에 부착해야지만 한다. 그 비넷이라는게 최소 7일권부터 있기에 정말 잠시 몇시간, 아니 몇분간만 지나가기 위해 이 비넷을 사야하는게 아까워서 왠만하면 오스트리아를 안거쳐가거나, 아님 국도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야속한 네비게이션은 자꾸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로 우리를 안내. 하는 수 없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7일권 비넷 구입. 



오스트리아에서 스위스는 국경 건너온지도 알지못하고 건너옴.

EU국가들중에서는 따로 국경에 별다른 표시가 없는곳도 많고 그래서 국경을 넘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한국에서 로밍신청한 핸드폰 통신사에서 "스위스, 분당 발신요금 얼마, 수신요금 얼마" 라고 보내주는 문자때문에 "아, 우리가 지금 스위스에 와 있구나" 하고 알게 될 정도.




처음 마주하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



마을을 통과해 꼬불꼬불한 오르막길로 계속 올라가니 산등성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보인다.



꽤 많이 올라왔는지 아까 지나온 마을이 깨알같이 보이고.




오르고, 오르고 계속 올라간다. 산꼭대기까지 갈 작정인가.



다시 마을이 나타나고,



왠지 도시 초입 분위기. 구릉구릉한 마을. 이제 다 온걸까?



반가운 아펜젤 표지판. 직진하면 나오나보다!



어라, 근데 계속 올라간다?

그리고 올라가다보니 지나오면서 보아왔던 구릉구릉한 초원은 온데간데 없고 눈덮힌 산자락이 나타나기 시작...


목적지로 설정한 캠핑장에 도착하긴 했는데, 아뿔사!!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스위스에 왔다는걸 우리가 깜박했다.

유럽의 왠만한 상가나 공공기관도 문닫는 시간이 상당히 이른편인데(우리나라에 비해서), 스위스 같은 경우는 5시면 칼같이 문닫고 집에 간다고. 우리가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은 5시 2분. 혹시나 하고 리셉션에 가보니 정말 칼같이 문닫고 퇴근했다...


이럴수가. 


혹시나 하고 캠프사이트를 한번 둘러보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캠핑장은 눈으로 덮혀있어서 카라반이나 캠핑카를 가지고 온 캠퍼 외에 텐트는 눈씻고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텐트를 치고 잔다면 바닥에 쌓여있는 눈을 다 치워야 할텐데, 이러나 저러나 난감하긴 마찬가지.



저 아래 마을 풍경은 평화로워 보이는데. 

아펜젤에서 캠핑장은 이곳 한군데 뿐인데다가, 시간이 늦어서 다른 도시의 캠핑장을 가도 마찬가지 일거라, 일단 오늘 잠잘곳을 알아보러 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독특한 무늬의 아펜젤 전통 건물.



마을에 들어가서도 헤메기는 마찬가지. 워낙 일방통행길이 많은데다가 도로가 좁아서 이 길을 들어가도 되는건지 아닌건지 알수도 없고. 결국 에라모르겠다 해서 들어갔더니 역주행. 지나가던 행인이 거기 들어가면 안된다며 손짓하는데, '우리도 방금 알았다구요 ㅠㅠ'. 결국 같은자리를 몇 번이나 돈 후에 찾아간 마을 중심지.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는게 느낌이 심상치 않다. 생각해보니 이날이 일요일이라 왠만한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은것. 길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관광객일뿐. 문연곳은 호텔 아니면 펍. 왠지모를 불안감을 안고 오늘 묵을 숙소에 대해 알아보러 투어인포센터에 갔다.


아뿔싸! 투어인포센터도 영업시간이 5시까지였다. 어쩌지? 애꿎은 닫힌 문만 한번 흔들어보고.


갑자기 오늘 잘곳이 불투명해지자 불안감이 엄습. 여기는 산꼭대기 도시라, 다른데 갈곳도 없는데. 일단 이 도시의 호텔들을 다니면서 빈방이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는데, 아니 여기는 호텔직원들도 일요일이라 그런가 보이지도 않는다. 몇군데 호텔들은 그냥 로비에 비치되어있는 브로셔만 가지고 나왔는데 역시 스위스 물가, 가격이 상당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남편이 호텔한군데 들어가서 이곳에서 가장 싼 호텔이 어디인지 물어보자고 제안. 아니 남의 영업장에가서 '야 여기서 젤 싸게 파는데가 어딘지 알아?' 라고 물어본다는게 가능한거야?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심정으로 그나마 스태프가 보이는 호텔에 들어가서 "여기 1박에 얼마니?, 아 우리한테 너무 비싼데 혹시 다른데 싼 호텔 알고 있니?" 라고 얼굴에 철판깔고 질문.


다행히도 그 친절한 스태프는 동네 호텔들에 모두 전화를 걸어가며 각 호텔별 가격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우리에겐 너무나 부담되는 가격들.

어쩌지, 어쩌지. 우리가 대략 난감하고 있는데 스태프가 좀전에 말한곳이 여기서 젤 싼데이고 이 도시에서 그 보다 싼 호텔은 없다고 알려주는데 1박에 대략 우리나라돈으로 25만원 정도 였다. 하루에 3만원하는 캠핑장에서 자다가 갑자기 25만원이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는 돈이 없는데 혹시 이 동네에 호텔말고 게스트하우스나 민박같은데는 없니?' 라고 물어보니 두세군데정도 게스트하우스가 있단다! 그리고 또 친절하게도 그중에 가장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하루숙박 금액과 빈방이 있는지도 대신 확인해주고. 금액도 나쁘지 않고(다른곳들에 비하면) 다행이 빈방이 한개 있다고 해서, 그 곳에 묵기로 결정.


정말정말 친절한 호텔 스태프 언니덕에 오늘밤 잘곳이 생겼구나. 



호텔 언니가 알려준 게스트하우스 가는 길. 이동네는 관광지랑은 조금 떨어진 정말 거주자들만 모여있는 한적한 주택가 같았다.



드디어 도착! 우리의 첫 스위스 숙소. 아펜젤 전통 가옥 스타일의 B&B. 

이날은 정말 다행이다를 마음속으로 몇번이나 외쳐댔었는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론은 해피엔딩!



Posted by 빙그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