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번 목적지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나라, 요들송의 나라 스위스위스!


처음 우리가 여행 루트를 짤때 스위스는 많은 욕심내지 말고 그냥 가고싶은곳 딱 한군데만 가보자며, 마테호른봉으로 유명한 체르마트만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인생이 뭐, 항상 생각대로 되는것은 아니기에 퓌센에서 체르마트까지는 거리가 상당한데다(게다가 산지대라서 시간도 한참걸리는 루트), 오후 늦은시간에 출발해서 저녁에 잠잘곳도 필요하고 해서 멀지 않은 스위스 어딘가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체르마트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바로 아펜젤.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이름의 작은 도시이지만(사실 우리도 이날전까지만 해도 이 도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치즈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기대했던건 바로,




이러한 구릉구릉한 초원 한자락에서 해보는 캠핑!!!

정말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놀것 같은 초록 잔디가 넓다랗게 펼쳐진 초원지대에 텐트 하나 쳐놓고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을 쳐다보면서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캠핑!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스위스를 향해서 출바알. 룰루랄라.



퓌센에서 스위스 아펜젤로 가기 위해서는 오스트리아를 거쳐서 가게 된다. 덕분에 오스트리아 땅도 밟아보게 생겼네. 



이 길로 가면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 브레겐츠 방향이라고 알려주는 도로 표지판. 표지판에 오스트리아(A)와 스위스(CH) 방향이라고도 나와있다. 드디어 프랑스,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를 가보는구나. 조금 설렘.



"여기서부터는 오스트리아 입니당". 

EU의 많은 국가들이 국경에 저렇게 도로표지판 마냥 국가표지판(?)으로 이곳부터 다른나라임을 표시.



잠깐 거쳐가는거긴 하지만 드디어 오스트리아 땅. 


독일은 고속도로 이용료가 따로 없지만, 오스트리아는 비넷이라 불리는 고속도로 이용 티켓을 구입 후 차량에 부착해야지만 한다. 그 비넷이라는게 최소 7일권부터 있기에 정말 잠시 몇시간, 아니 몇분간만 지나가기 위해 이 비넷을 사야하는게 아까워서 왠만하면 오스트리아를 안거쳐가거나, 아님 국도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야속한 네비게이션은 자꾸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로 우리를 안내. 하는 수 없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7일권 비넷 구입. 



오스트리아에서 스위스는 국경 건너온지도 알지못하고 건너옴.

EU국가들중에서는 따로 국경에 별다른 표시가 없는곳도 많고 그래서 국경을 넘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한국에서 로밍신청한 핸드폰 통신사에서 "스위스, 분당 발신요금 얼마, 수신요금 얼마" 라고 보내주는 문자때문에 "아, 우리가 지금 스위스에 와 있구나" 하고 알게 될 정도.




처음 마주하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



마을을 통과해 꼬불꼬불한 오르막길로 계속 올라가니 산등성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보인다.



꽤 많이 올라왔는지 아까 지나온 마을이 깨알같이 보이고.




오르고, 오르고 계속 올라간다. 산꼭대기까지 갈 작정인가.



다시 마을이 나타나고,



왠지 도시 초입 분위기. 구릉구릉한 마을. 이제 다 온걸까?



반가운 아펜젤 표지판. 직진하면 나오나보다!



어라, 근데 계속 올라간다?

그리고 올라가다보니 지나오면서 보아왔던 구릉구릉한 초원은 온데간데 없고 눈덮힌 산자락이 나타나기 시작...


목적지로 설정한 캠핑장에 도착하긴 했는데, 아뿔사!!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스위스에 왔다는걸 우리가 깜박했다.

유럽의 왠만한 상가나 공공기관도 문닫는 시간이 상당히 이른편인데(우리나라에 비해서), 스위스 같은 경우는 5시면 칼같이 문닫고 집에 간다고. 우리가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은 5시 2분. 혹시나 하고 리셉션에 가보니 정말 칼같이 문닫고 퇴근했다...


이럴수가. 


혹시나 하고 캠프사이트를 한번 둘러보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캠핑장은 눈으로 덮혀있어서 카라반이나 캠핑카를 가지고 온 캠퍼 외에 텐트는 눈씻고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텐트를 치고 잔다면 바닥에 쌓여있는 눈을 다 치워야 할텐데, 이러나 저러나 난감하긴 마찬가지.



저 아래 마을 풍경은 평화로워 보이는데. 

아펜젤에서 캠핑장은 이곳 한군데 뿐인데다가, 시간이 늦어서 다른 도시의 캠핑장을 가도 마찬가지 일거라, 일단 오늘 잠잘곳을 알아보러 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독특한 무늬의 아펜젤 전통 건물.



마을에 들어가서도 헤메기는 마찬가지. 워낙 일방통행길이 많은데다가 도로가 좁아서 이 길을 들어가도 되는건지 아닌건지 알수도 없고. 결국 에라모르겠다 해서 들어갔더니 역주행. 지나가던 행인이 거기 들어가면 안된다며 손짓하는데, '우리도 방금 알았다구요 ㅠㅠ'. 결국 같은자리를 몇 번이나 돈 후에 찾아간 마을 중심지.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는게 느낌이 심상치 않다. 생각해보니 이날이 일요일이라 왠만한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은것. 길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관광객일뿐. 문연곳은 호텔 아니면 펍. 왠지모를 불안감을 안고 오늘 묵을 숙소에 대해 알아보러 투어인포센터에 갔다.


아뿔싸! 투어인포센터도 영업시간이 5시까지였다. 어쩌지? 애꿎은 닫힌 문만 한번 흔들어보고.


갑자기 오늘 잘곳이 불투명해지자 불안감이 엄습. 여기는 산꼭대기 도시라, 다른데 갈곳도 없는데. 일단 이 도시의 호텔들을 다니면서 빈방이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는데, 아니 여기는 호텔직원들도 일요일이라 그런가 보이지도 않는다. 몇군데 호텔들은 그냥 로비에 비치되어있는 브로셔만 가지고 나왔는데 역시 스위스 물가, 가격이 상당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남편이 호텔한군데 들어가서 이곳에서 가장 싼 호텔이 어디인지 물어보자고 제안. 아니 남의 영업장에가서 '야 여기서 젤 싸게 파는데가 어딘지 알아?' 라고 물어본다는게 가능한거야?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심정으로 그나마 스태프가 보이는 호텔에 들어가서 "여기 1박에 얼마니?, 아 우리한테 너무 비싼데 혹시 다른데 싼 호텔 알고 있니?" 라고 얼굴에 철판깔고 질문.


다행히도 그 친절한 스태프는 동네 호텔들에 모두 전화를 걸어가며 각 호텔별 가격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우리에겐 너무나 부담되는 가격들.

어쩌지, 어쩌지. 우리가 대략 난감하고 있는데 스태프가 좀전에 말한곳이 여기서 젤 싼데이고 이 도시에서 그 보다 싼 호텔은 없다고 알려주는데 1박에 대략 우리나라돈으로 25만원 정도 였다. 하루에 3만원하는 캠핑장에서 자다가 갑자기 25만원이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는 돈이 없는데 혹시 이 동네에 호텔말고 게스트하우스나 민박같은데는 없니?' 라고 물어보니 두세군데정도 게스트하우스가 있단다! 그리고 또 친절하게도 그중에 가장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하루숙박 금액과 빈방이 있는지도 대신 확인해주고. 금액도 나쁘지 않고(다른곳들에 비하면) 다행이 빈방이 한개 있다고 해서, 그 곳에 묵기로 결정.


정말정말 친절한 호텔 스태프 언니덕에 오늘밤 잘곳이 생겼구나. 



호텔 언니가 알려준 게스트하우스 가는 길. 이동네는 관광지랑은 조금 떨어진 정말 거주자들만 모여있는 한적한 주택가 같았다.



드디어 도착! 우리의 첫 스위스 숙소. 아펜젤 전통 가옥 스타일의 B&B. 

이날은 정말 다행이다를 마음속으로 몇번이나 외쳐댔었는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론은 해피엔딩!



Posted by 빙그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