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매번 이동하면서 도시를 둘러보고 그곳에서 숙박하는 패턴이었는데, 이번에 니스에 오면서는 니스에 좀 오래 머물면서 근처의 도시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래서 니스에서의 넷째날, 이날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에즈와 모나코를 가보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드라이브 가는내내 설레는 기분.



가장 먼저 방문할 도시는 에즈(Eze). 니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지중해를 끼고 집들이 모두 절벽 위에 세워진 자그만 도시이다. 



절벽 위 도시라 그런지 계속 오르막길. 마치 요새같아 보였던 이곳은 바닷가 높은 절벽위에 위치해있는 덕에 '독수리의 둥지' 라고 묘사됐었다고.



절벽을 끼고 세워진 호텔. 별 다섯개 짜리! 얼핏 보니 객실이 모두 바다 전망인듯했다. 창문을 열면 아무런 방해물 없이 망망대해 지중해가 보이는 방이라니 어떤 기분일까?



구석구석 미로같은 동네 골목길 탐험.



돌 건물들과 묘하게 잘 어우러졌던 식물들.




뭔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보는 것 같았던 건물과 식물들.



우리나라의 시골 돌담장이 생각나는 동네. 


길이 다 좁아서 차가 다닐 수 없는 골목에다가 모두 언덕이라 이곳에 있는 집이나 상점들에 배달하러 가는 사람들이 젤 힘들 듯. 우리같은 관광객들이야 이렇게 만들어져있는 도시가 신기하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고 아기자기하게만 보이겠지만, 실질적으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닐것 같다. 이곳저곳 구경하며 사진찍는 중간에, 구르마를 끌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시며 언덕길로 배달가는 한 아저씨를 보면서 확 다가온 현실감.



마을 전경. 


솔직히 오기전부터 에즈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는데, 도시 자체가 워낙 작아 다른 도시들처럼 도시에서 뭔가 즐길만한 거리가 있기보다는, 절벽위에서 지중해를 바라보기 좋은 도시라 잠깐 반나절 정도 산책하러 오기 좋은것 같다. 그리고 멀리서 도시자체를 감상하는게 더 멋있어 보이기도.



에즈 구경을 마치고 이번에는 그 유명한 도시 국가 모나코로 고고씽.



한시간도 안되어 도착한 모나코. 주차건물에 차를 세워두고 본격 구경하러.



빽빽하게 세워진 고층 빌딩들과 바닷가에 정박하고 있는 고급 요트들. 부티가 철철흐르는 동네다.



우리가 모나코를 갔을 때 F1 경기장 건설이 한창이었다. 모나코에서 F1 경기가 열릴때는 도시 전체가 레이스 코스가 된다고 하던데. 직접 이렇게 도시 한가운데에 경기장을 만드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지금 우리가 걸어다니는 이 길이 멋진 레이스 차들이 달리는 곳으로 변신한다니! 



경기장 건설이 한창인 곳 바로 앞에 빼곡히 들어선 요트들. 경기장 건설하는 곳을 따라 거닐면서 영화 아이언맨 2 생각이 났다. 그거 모나코에서 찍은건데 저녁에 캠핑장 돌아가면 지금 돌아다니고 있는 이곳을 곱씹으며 다시한번 봐야지.



멀리서 바라본 경기장 모습.




부의 상징, 고급진 요트들. 아마 내 평생 볼 요트는 이곳에서 다 본 듯.




모나코 시내를 걸어다니다가 우리가 온 곳은 모나코 왕궁! 생각보다 왕궁 규모가 아담해서 놀랬다.



모나코 근위병이 그렇게 잘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갔는데, 근위병 교대식은 못보고 보초서는 근위병만 보고 옴.



왕궁은 거의 산꼭대기에 위치해있어서, 왕궁을 구경하러 가는것보다 이곳에서 모나코 시내 전망을 바라보는게 더 좋았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전망대처럼 담벼락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서 전망 구경.



왕궁근처를 배회하다가 이번엔 골목길 탐험. 좁다란 골목길에 기념품가게, 레스토랑, 까페 등 다양한 상점들이 모여있는데다 사람들도 많아 복작복작. 이 골목길에서 기념품으로 모나코 마그넷을 하나 구입했는데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ㅠ




왕궁보다 더 위엄있어 보였던 성당.



한눈에도 좀 있어 보이는 동네. 사실 모나코는 어딜가나 바다와 고급요트 고급빌라 풍경이라 좀 인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던 코발트빛 바다색.



절벽위를 따라 산책로.



어쩜 이렇게 색이 이쁜집이. 쪼로록 창가에 올려진 화분의 색마저 깜찍하다.



이곳이 얼마나 언덕길인지를 말해주던 계단길. 근데 이태원에서 보던 계단길 같기도 하고.



어딜가나 볼 수 있었던 고급건물들.



모나코 시내 구경을 실컷한 뒤 다시 니스로 돌아가는길. 


잠시 모나코를 구경해 본 소감으로는 어딜가나 보이는 고급건물들과 수백, 수천대의 요트들. 길가에서 너무나도 자주 보이던 슈퍼카들과 명품옷으로 휘감은 사람들 때문에 이곳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잘 세팅된 세트장 같달까? 그럴일은 없겠지마는 내가 돈이 많이 생기더라도 왠지 이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 그런 도시였다.



다시 니스로 컴백!

소형차도 많이 보이고 오토바이도 보이고, 이제야 사람사는 동네같네.




니스에서 당신이 할 일은 바닷가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



한참을 바닷가에서 쉬다가 이번에는 지난번에 갔다가 허탕친 아시아 마트에 가서 장을 보기로 했다.



관광지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이렇게 사람냄새 나는 좁다란 골목길을 만날 수 있다.



마트에서 발견한 한국 라면들!


신라면은 물론이고, 짜파게티와 너구리 등 왠만한 한국라면은 다 있었다. 뿐만 아니라 태국라면 일본라면 등 왠만한 아시아쪽 식재료는 다 있는듯. 이때 한창 '아빠어디가!' 프로그램에 짜파구리가 나와서 매번 침을 고이게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도 만들어 먹어보자 하고 짜파게티와 너구리 구입. 마트에 정말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재료가 많아서 해외에서 이런 아시아 마트는 처음 가본 우리로서는 신세계! 그리고 손님들이 대부분 아시안일거라는 편견을 깨고 대부분이 프랑스인들이었다. 서양인들이 아시아 음식재료 사가는것 또한 신기!


+ Asiana Super Marche 

56 Boulevard Risso, 06300 Nice, France



마트에서 한가득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보게 된 오렌지나무. 오렌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산으로만 영접해보았던 나로써는 오렌지 나무를 직접 두눈으로 보는거 자체가 싱기방기. 게다가 조경수라니! 

오렌지 나무 아래에서 쉬크하게 책읽고 있던 언니 간지남. 


이날 저녁에는 짜파구리를 먹으며 아이언맨 2를 보는것으로 마무리.



Posted by 빙그레씨



니스 캠핑장에서의 셋째날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전날 시내에서 사온 바게뜨 빵과 함께. 테이블 위를 보니 독일 마트에서 산 올리브유와, 역시 독일 마트산 허니머스타드. 까르푸에서 산 자몽주스와 본마망 잼, 카지노마트에서 산 허브차. 식탁위가 국제적이다. 



우리 옆 사이트로 캠핑왔던 엄마와 아들은 이미 갔구나. 



캠핑카와 텐트 사이트만 있던게 아니라 펜션처럼 하루 묵을수 있는 숙소인 샬레까지 꽤나 다양한 숙소형태를 갖추고 있던 캠핑장.



하늘이 참으로 맑고 푸르르다.



짜잔, 전날 마트에서 사온 와인. 마트에 와인 종류가 무궁무진하길래 뭘 골라야할지 잠시 멘붕이었는데 저렴하면서도 나름 메달을 받은 와인이라 이걸로 결정! 와인한병이 5천원도 안되는 가격. 와인은 잠시 시원하게 칠링해놓고 캠핑장 앞 바닷가로 고고씽.



도심에서 살짝 떨어진 캠핑장 앞 바닷가. 바닷가를 따라 저기 멀리 보이는 도시가 바로 니스 도심. 





발밑까지 밀려오는 파도.



우왕, 집에서 파라솔을 가져온 가족.



북적북적했던 도심 호텔 앞 바닷가보다 훨씬 한가했던 곳.




이곳에 있으니 마치 시간이 멈춘것 같은 느낌. 



히히 신났드아-



바닷가에서 한참을 딩가딩가 놀다가, 배가고파져서 다시 캠핑장으로 컴백. 맛있는 요리를 해볼까나?

대기중인 꼬치들. 장비가 부실하므로 굽는데 오래걸림.



꼬치가 다 구워지는 동안 시원하게 마시기 위해 밥통에 찬물 넣고 칠링중인 맥주와 와인.



거의 다 익어가는 중.



짜잔, 오랜시간 걸려서 드디어 완!성!

프랑스산 와인과 온갖 야채와 고기가 들어간 모듬꼬치라니! 해변가 고급레스토랑 안부럽다.


이날 하루는 어디 구경안가고 캠핑장에서 먹고 놀다가 낮잠자고, 다시 앞 바닷가 가서 놀다가 다시 캠핑장와서 먹는 게으른 하루였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하루.


+ 캠핑장 정보

 La Vieille Ferme 296 Boulevard des Groules, 06270 Villeneuve-Loubet, France


Posted by 빙그레씨



아침나절의 캠핑장 전경. 캠핑카와 카라반이 모여있는 사이트.



잘 정돈된 나무로 구분되어있는 텐트 사이트. 그냥 나무일 뿐인데 담장역활을 하길래 이 이후로 내맘대로 담장나무라 불렀음.



캠핑장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쭉 둘러진 담장나무. 

차가운 시맨트와 벽돌로 담을 쌓는게 아니라 이렇게 나무로 자연적인 담을 만드니 답답하지도 않고, 왠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



캠핑장에서 나와 니스 시내로 나들이하러 가는길. 아빠와 아들같은데 참 보기 조으다.



니스에 있는 내내 이용했던 도심 주차장. 위치는 정말 좋은데 가격이 사악하다. 짧게 주차할거라면 모르겠지만 오래 주차할꺼면 비추. 주차요금 폭탄 맞음 ㅠ




도심 한가운데로 트램이 가로지르고. 매우 여유로워 보였던 도심 광장.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예술 풍경. 이 아저씨 참 인기 많았는데.



구경하고 있던 꼬마녀석의 아저씨 따라 해보기. 생각보다 잘해서 사람들의 박수를 많이 받았다.




알록달록 컬러풀한 건물들.



나도 건물색에 맞춰서 알록달록.



알록달록 도시와 어울리는 새파란색의 공용자전거.



도심 어디에서나 트램.



그리고 그 트램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다보면 항상 나오는 네모난 광장.



알록달록 건물.



잠시 도심 분수대에 걸터앉아 휴식.



우리가 골목골목을 걸으며 한참을 찾아 헤메이던 곳은 바로,  ASIANA 수퍼마르쉐.

한국에서 출발할때 라면을 몇개 안가지고 왔는데, 마침 똑 떨어져서 니스의 아시안 마트에서 라면이나 장전할까 하고 찾아 나선 곳. 열심히 찾아왔는데 하필 쉬는날이다. 나중에 다시 와야지.



그래서 다시 골목 구경.

이 동네는 신기하게 좁은 골목길을 따라서 걷다보면 이런곳에 어떻게 이런공간이 있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확트인 광장이 나온다. 그리고 어김없이 광장에는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와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젤라또 맛나겠드아.



골목을 빠져나와 이번엔 메인스트리트로 나오니 노천 벼룩시장이 성황중.




프랑스에서만 벌써 세번째 벼룩시장.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한참을 걸어온 뒤라 잠시 쉴 겸 근처 까페의 야외테이블에 앉아 구경중. 선글라스를 꼈어도 눈이 너무 부셔 +ㅅ+



이렇게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야외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으려니 행복하다. 그리고 춥고 흐리던 여행 초반의 날씨를 생각하니 얼굴이 타던 말던 햇빛 있을땐 이렇게 계속 야외에 앉아있고 싶더라. 유럽사람들이 날씨만 따뜻하면 왜 그렇게 밖에 웃통까고 나와있는지 왠지 알것 같았다.



유심히 보고.



고르고.



열심 고민중이던 손님.



카페인 충전을 하고 다시 힘을 얻어서 벼룩시장 본격 구경.



비싸보였던 책들.



카세트 테이프와 악보들.



다양한 악세사리.



오래된듯한 가구들과 카페트까지. 



다양한 아이템이 있어서 구경하기엔 좋았지만, 여기서 판매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이전에 들렸던 벼룩시장처럼 동네 주민들이 나와서 파는게 아니라 전문 앤티크 상인들이 파는것들이라 비싸기도 하고 상인들도 그렇게 친절하다는 느낌을 주진 못했다. 사진찍지 말라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급 소심.



벼룩시장이 늘어서있는 곳이 끝나니, 이번엔 다양한 음식점과 상점들과 오고가는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골목길.



가게들이 늘어서있는 건물들 사이사이 마다 있는 조그만 통로 사이로 보이는 바다.



통로의 끝에 다다를쯤 시원하게 펼쳐진 오션뷰.



바닷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익히 들었지만 토플리스가 많아서 문화충격. 눈둘데를 모르겠드아-



니스의 바닷가는 모래가 아니라 자같밭이라 해수욕을 즐기기 적합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이도시의 분위기에 취해서인가, 자갈 백사장 마저도 낭만적으로 보인다.



해변을 따라서 쭉 비치가 형성되어있는데, 고급호텔앞은 프라이빗 비치이거나 아님 입장료를 받는다. 하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무료 비치들이 있는데 차이점이라면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선배드가 있고 없고의 차이?



무료 입장 해변.



요기는 돈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



아직은 바닷가에 들어가기엔 살짝 쌀쌀한 날씨라 그런지 실제 바다수영 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 자갈밭에 누워서 일광욕 중. 하지만 역시 젋은이들은 다르다. 열혈 젋은이들은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기도.



빤쓰만 입고 무언가에 열중하는 남매.



바닷가를 끼고 늘어서 있는 고급 호텔들. 저곳들 중 한곳에 묵으면서 방에서 바다를 바라보는것도 로맨틱하겠지만 이렇게 밖에 나와 약간은 짭짤하고도 습한 이 도시의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것도 나쁘지 않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무계획으로 돌아다녔지만, 인상깊었던 하루.

Posted by 빙그레씨



벼룩시장에서 나와 이제 계속 남쪽으로 드라이빙.

여행초반의 황량하고 추웠던 날씨와는 완전 상반되는 따사로운 분위기.



어째 나무들이 다 따귀맞은것 같은 모양새로 있냐...



아따 햇살한번 쨍하다. 괜시리 내기분도 여유로워 지는것 같은 햇살.



엑상프로방스를 나와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항구도시 툴롱(뚤롱). 원래 최종목적지인 니스까지 고속도로를 타면 빨리갈수는 있었지만 조금 돌아가는 길이긴 해도 툴롱을 거쳐가는 이유는, 툴롱에서 니스까지의 해안도로가 멋지다고 해서.



일단 툴롱에 도착.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깐 시내구경을 하기로 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거리가 한산하네.





와아, 항구도시라 그런지 바닷가에 정박해있는 요트들이 장관이다.




거리 풍경. 거리 곳곳마다 심어진 열대나무 때문인지 휴양지느낌 제대로.



정박해있는 호화 요트들. 항구를 따라 요트구경하는게 제 맛. 요트한번 타본적 없으면서 나는 저 요트가 마음에 드네, 난 저게 더 멋있어 보이네, 이건 좀 후지네 라며 허세놀이. 그러면서 정작 바닷가앞에 쭈그려 앉아 도시락으로 싸온 샌드위치로 허기 달래기. 반찬은 요트 풍경?



손꼭 붙들고. 다정해 보이는 할매, 할배.



무슨 얘기를 나누시는건지 도란도란.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을 보다보니, 요트들의 국적도 정말 다양하다. 이중에 젤 간지나는 요트가 영국국기를 달고 있었는데 그 요트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이렇게 꿈만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있는 와중에, 남편님 왈.


"친절한 금자씨에서 최민식이 뭣 때문에 애들 유괴했는지 알아?"

"아니.."

"요트사려고"

"!!!!"


이제 요트만 보면 금자씨 영화생각나게 생겼드아....



점심식사를 마치고 항구를 따라 산책하는걸로 툴롱 구경은 마무리.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해안도로 드라이빙 고고씽.

 


푸릇푸릇 산뜻산뜻한 도로 풍경.




산중턱에 언뜻언뜻 보이는 프로방스 풍의 주황색 지붕들. 달리면 달릴수록 점점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나타난다. 야자수 나무를 시작으로 이번엔 선인장!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친 코발트 색의 푸르른 바닷가. 이게 바로 지중해인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닷가 풍경. 믓지다아아.



바닷가 구경 실컷 하고 다시 드라이빙. 이번엔 선인장이 무더기로 보인다.



또 다시 나타난 바닷가 풍경.



풍덩 빠져들고 싶은 바다색.



이번엔 해안가 도시 진입. 바닷가를 배경으로 거닐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할무이 할부지의 부러운 뒷모습.



여행중 처음 만난 해변가 도시에 푹 빠져 당장이라도 차세우고 이곳에서 몇일 머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그냥 지나치기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우리가 갈 니스는 더 좋을거라며 애써 달래보고.



다시 고고씽.



또 바다다. 질리지 않는 바다풍경.



사람들 포즈가 한결같네.



다시 도시 진입. 코트다쥐르 해안을 따라서 만나는 도시들은 바닷가를 끼고 있어서 그런가 모두다 휴양지 느낌!



다시 해안도로.





아 기울어질것 같드아.



매마른 야자나무. 나는 드디어 여름나라에 온 것인가?



니스에 진입하자마자 바로 캠핑장으로 직진. 우리가 도시에 도착한 시간이 캠핑장 문닫는 시간이랑 간당간당해서 급 조급해진 마음으로 캠핑장 찾기 돌입. 처음 간 캠핑장은 막 문닫기 직전이었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별로여서 다른 캠핑장으로.




생각보다 넓은 규모에, 깔끔히 정돈된 사이트. 아 맘에 쏙든다.

한곳에 자리잡고 텐트 셋업.



늦은시간이라 밥하기 귀찮아서 캠핑장 레스토랑에서 파는 피자와 감튀로 저녁 해결.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화덕피자. 늠 맛나다. 이렇게 다 해서 우리돈으로 만 오천원정도.




니스에서의 첫날, 캠핑장에서 밤이 깊어 갑니다.

 


Posted by 빙그레씨



샤모니를 떠나 찾아가는 곳은 따뜻한 프랑스 남부 지방의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줄여서 엑스.


원래는 샤모니에서 안시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일기예보를 보니 우리가 안시에 있을 기간 내내 비가 올거란다. 안시는 프랑스의 작은 베니스라고 불릴정도로 아름다운 호숫가 마을이라고 여행자들이 극찬을 했던 곳이라 일부러 이틀이나 머물려고 했었던 곳인데, 스위스에서부터 주욱 날씨때문에 고생했던터라 비오는데 굳이 거기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여행을 좀 해보니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곳이라도 날씨가 뒷받침이 되야 하더라. 그리고 거의 일주일 내내 추위에 지쳐있어서 따스한 곳으로 빨리 가고 싶어서 결정한 곳이 엑상프로방스! 샤모니에서 엑스까지는 꽤 되는 거리라 굳이 국도를 고집하지 않고 고속도로를 타고가기로 했다.



프랑스 고속도로 티켓, 오랜만이다.



프랑스 남부를 가기위해 지나쳐야 하는 도시, 그로노블.



조금 남쪽으로 내려왔을 뿐인데도 벌써 날씨가 화창하니 기분까지 up!



또 다시 고속도로 톨 티켓.

프랑스에 왔다는걸 고속도로 톨비를 내면서 실감한다. Albervill에서 Gronoble까지, Gronoble에서 Valence까지 Valence에서 Aix까지 총 세번이나 톨비를 내고, 톨비만 해도 거의 35유로 가까이. 무시무시하다.



화창한 남쪽나라의 하늘.




드디어 캠핑장 도착! 나름 별 4개짜리 캠핑장.

엑스에 도착해서 처음 찾아간 캠핑장은 텐트는 아직 안받는다고 하여 돌아나오려는데 리셉션 언니가 길 건너가면 텐트도 받는 캠핑장이 하나 있다고 알려줘서 찾아온 곳인데 부지가 꽤 넓은 캠핑장이다.



412번. 우리의 텐트 사이트 



독일 슈방가우에서의 캠핑을 마지막으로 텐트를 펼쳐볼 일이 없어서 비에 젖어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를 풍기던 우리 텐트. 다행이 볕이 좋아서 이참에 텐트 좀 말리고. 마찬가지로 그간 빨지도 못한 눅눅한 빨래가 수북. 텐트 펴자마자 바로 빨래하러 세탁실로 고고씽. 이곳 캠핑장 세탁실엔 빨래 기다릴 때 편안하게 기다리라고 TV와 쇼파도 있고 책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빨래를 기다릴 수 있어서 좋았다.



조경수가 잘 되어있어 마치 숲속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의 캠핑장. 날씨도 따뜻하고 조으다. 확실히 윗동네보다 따뜻해서 그런가 그간 볼 수 없었던 텐트 캠퍼들도 하나 둘 있고.



간단하게 차린 이날의 저녁식사. 아직 테이블을 못사서 바닥 상차림이지만 그래도 춥지 않아 조으네. 근처 마트에 갔다가 사온 호가든 Rosee까지 곁들여서. 냠냠 쩝쩝 후루룩 촵촵.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자 마자 엑상프로방스 시내 구경하러.



일요일이라 그런가 시내 광장한켠에 회전목마가. 아직 세팅중.





갓 구운 빵과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가득한, 주말 장터가 열리는 골목.




걷다가 발견한 로컬 까페. 잠시 카페인을 충전하기로 합니다.



To Go는 대체적으로 가격이 저렴. 왠만한 메뉴는 3유로 미만으로 마실 수 있음. 하지만 로컬들은 보통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듯.

우리 바로 앞에 에스프레소 주문하시던 아저씨 둘은 우리 커피가 나올때 쯤엔 벌써 주문한 커피를 다 마시고 자리를 뜨셨다.



커피 한잔씩 사들고 향한 곳은 폴 세잔의 아뜰리에. 사실 엑상프로방스는 원래 계획했던 곳이 아니기에 사전정보 없이 왔는데, 도착해서 정보를 뒤지다 보니 근처에 폴 세잔이 그림을 그렸던 작업실이 있다길래 한번 가 보기로.



가는길이 꽤나 오르막이라서 힘들었는데, 올라가다보니 엑상프로방스 시내를 한눈에 볼수있었다. 




세잔의 아뜰리에 내부는 사진 촬영이 안되어 아뜰리에 정원 구경만 실컷. 내부는 작업실로 썼던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간 한곳을 둘러 볼수 있는데, 커다란 창문이 인상적이었던 것 외에는 특별히 인상에 남지 않았다. 이곳에 대한 나의 의견은 폴 세잔의 열렬한 팬이라면 굳이 오는데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입장료 파는 언니가 이곳에 한국인들이 많이 온다며 왜 많이 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도 도대체 여기에 왜 오는지 모르겠다.



아뜰리에를 나와서 다시 시내로. 귀여운 파스타 간판의 파스타가게. 시내 구경이 훨씬 더 재미지다.



성당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무슨 일일까? 모여있는 사람들 옷차림도 다들 쫙 빼입은게 예사롭지 않은데.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도 찍고.



아하, 이 성당에서 결혼식을 하는가보다. 저어기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예비신부가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식 전용 공간인 '웨딩홀' 이라는 곳에서 결혼식을 하는데, 이렇게 딱 보기에도 역사가 오래되 보이는 듯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기분은 어떤것일까?






다시 만난 주말장터. 유럽엔 참 꽃 파는 곳이 많은것 같다. 생활 수준이 높은 곳 일수록 꽃을 많이 산다고 하던데. 장터에 나와있는 꽃들이 화사하니 나도 한다발 사고 싶었다. 




골목 한켠에 있던 만화가게.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이 즐비한 곳.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미드 빅뱅이론의 주인공들이 드나들던 만화가게 딱 그 느낌! 





아침에 세팅중이던 회전목마. 

오후가 되니 이미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나 어릴적 동네에서 보던 플라스틱 말타기랑은 다른 차원의 고퀄리티 놀이기구다.





엑상프로방스는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관광객으로 붐비지도 않고, 소소하니 골목골목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단, 화장실 찾기 힘든것만 빼고)



어제와 달라진 점.


드디어 우리에게도 테이블이 생겼다! 엑상프로방스 근처에 데카트롱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바로 달려가 우리에게 필요했던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를 구입. 드디어 밥먹을때 바닥에서 먹지 않아도 되는구나, 에헤라. 

기념으로 고급스럽게 파인애플과 카레를 넣은 태국식 볶음밥으로 저녁식사. 햄볶하다.


+ 캠핑장 

camping chantecler


캠핑장 가격

2박 (텐트 + 사람 2 + 차1 + 전기) = 48.5 유로




Posted by 빙그레씨



샤모니(Chamonix). 동계 올림픽 개최지이자 샤모니-몽블랑으로 잘 알려진 이곳에 우리가 온 이유는?

바로 알프스에서 스노우보드를 즐기기 위한 것.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위해 흔히들 스위스 체르마트로 가지만, 같은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스위스 보다 저렴한 물가로 저렴하게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 특히나 영국인들이 많이 놀러와서 거의 프랑스 내 영국같은 분위기의 도시, 샤모니. 시내를 돌아다녀보면 길 곳곳에 보이는 영국인들의 차 번호판(유럽은 차 번호에 붙는 국가 고유이니셜로 어느 나라 차인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참고로 영국은 "GB-Great Britain"을 달고 있다. UK가 아닌 GB로 표시하다니, 영국인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세계 최고인줄 아는건가. 자기네 나라 이름에 Great을 붙이다니, 좀 재수없다.)과 어딜가든 들리는 영어때문에 과연 이곳이 영국인가 프랑스인가 헷갈릴 정도였다.


암튼 이곳에서 스노우보드를 타기위해 일부러 일정도 2박3일이나 잡고, 말이 2박3일이지 아마도 우리가 온전히 쓸수 있는 시간은 하루밖에 안되는 일정을 위해 남편님께서는 한국에서부터 보드복을 챙겨오셨다.(장비와 부츠를 가져간다고 안한게 다행이다.)




아펜젤을 시작으로 이 시기에 알프스 지역에서 텐트치고 캠핑은 불가능함을 몸소 깨달은 이후, 미리 booking.com에서 저렴한 가격에 예약한 샬레. 샬레는 산장같은 개념의 숙박형태인데 4월의 샤모니는 비수기라 그런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묵을수 있었다. 


호주 여성 둘, 어느 나라사람인지 잘 모르겠는 커플 하나, 그리고 형제 커플과 부모가 같이 온 스코틀랜드 가족이 우리보다 먼저 와있던 이곳의 Guest들.



2층에 위치한 다락방 같은 우리 방. 천장에 난 창문이 꽤나 우리를 설레이게 만들었다.

방에 짐을 다 풀고, 샬레 스태프에게 부탁해 근처 보드샵에서 다음날 탈 보드장비까지 다 빌린 후 설렁설렁 샤모니 시내 구경.




한 30분이면 금방 다 돌아볼 정도의 규모인 샤모니는 높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듯한 모습의 도시.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왠지 영화세트장 같은 분위기.



위트있는 벽화가 인상적인 극장건물. 때마침 이 주간에 무슨 씨네마 페스티벌을 한다고 전단지도 돌리고 그러던데.




시내를 돌아다니다 마카롱 파는곳이 있어서, 프랑스에 왔으니 현지 마카롱을 먹어보자며 구입. 비싸지만 맛나다!!




동네 곳곳마다 횡성(용평리조트성우리조트)이나 횡계(성우리조트용평리조트)느낌이 많이 나는건 왜일까.




밤이 되자 곳곳에 조명이 켜지니 좀 운치있다. 좀전에 황량한 분위기랑은 사뭇다른.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알프스 자연설에서 신나게 보드를 탈 생각에 설레이며 잠을 청했는데, 아니 이게 왠 마른하늘에 날벼락! 밤새 천둥번개까지 치면서 비가 온다. OMG!!! 미리 데크랑 부츠랑 다 빌려놨는데, 우리가 여기 오래 머무는것도 아닌데 하필!!


아침을 먹고 일단 비가 그칠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보자며 초조하게 시간을 보내고. 다행인지 점점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더니 해가 뜬다. 비가 그치자 마자 부랴부랴 장비를 챙겨서 샤모니 시내로.

이번에는 보드복을 챙겨오지 않은 나때문에 보드복을 빌리러 이곳저곳 보드샵을 가보지만, 어느곳을 가도 보드장비만 대여하지 보드복은 따로 대여하지 않는단다. 알고보니 샤모니는 아예 자기 장비까지 다 챙겨서 보드나 스키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 게다가 이곳에 온 사람들은 일주일 혹은 더 길게 레져를 즐기러 온 사람들. 한국에서처럼 당일 하루 보드나 옷을 빌려서 타는 사람이 거의 없는것 같다. 우리가 너무 만만하게 봤구나. 그렇다고 하루 보딩때문에 몇십만원하는 보드복을 살수도 없고. 결국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싼값에 파는 허접한 보드 바지를 하나 구입해서 입고, 위에는 가지고 온 두꺼운 옷들 마구껴입기.(아오 간지 안난다 흑흑) 


아침일찍 가기로 한 보드장에 비 그칠때까지 기다리느라, 또 보드복 빌리러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상당히 지체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매표소에서 반일권을 사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반일을 다 타지 못한다며 매표소 언니가 3시간권을 사는게 더 낫단다. 싸게 탈수있어서 좋네라며 위안을 삼은 후 드디어 리프트 타고 정상으로.



슬로프 맵. 초록색은 초급, 빨간색은 상급인데 초급이라고 해도 자연설이라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처음이니까 조심해서 타기로 하고 초급 슬로프로.




슬로프 정상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때마침 점점 맑게 개이는 날씨. 



용평리조트에서 보드타던 솜씨로 알프스 자연설 슬로프 보딩은 무리였나보다. 생각처럼 엣지도 안먹고 허벅지 터져나갈만큼 힘주면서 내려오니 체력소진. 일단 다음턴은 남편님 혼자 보딩하라고 보내고, 휴게소에서 휴식.

이대로 그냥 쭉 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우여곡절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만 타는건 너무 아쉬울것 같아서, 허벅지가 터져나갈것 같은 근육통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번만 더 타기로 결정. 하지만 이 결정으로 큰 사단이 날 줄이야... 이때는 몰랐었더랬지.


다시 올라간 정상에서 본 풍경에 넋을 잃고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주머니에 넣었는데, 보딩하고 내려오면서 몇번 굴렀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빠져버린것. 안그래도 사진찍고 있을때 남편님이 핸드폰 잃어버린다고, 주머니에 잘 넣으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말이 씨가 되다니. 이 넓디 넓은 눈산에서 나의 자그마한 아이폰을 찾는다는건 거의 불가능.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안전요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핸드폰 찾는데 도움을 요청했다. 찾아보기는 하겠지만 아마 찾기 힘들거라고 하는 안전요원 아저씨. 그래도 나때문에 그 넓은 슬로프를 다 헤집으면서 내려오시느라 고생하셔서 고맙고도 미안했다.




사람이 개미같이 보이는 이 설원에서 아이폰 4, 너를 찾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아마도 한 천년쯤 지난 뒤에 후세 사람들이 내 아이폰을 발견한 뒤에 '아, 2000년대 사람들은 이런식으로 살았구나' 라며 자료로 쓰일지도 몰라. 후세사람들을 위해 나의 아이폰은 몽블랑에 고이 묻고. 


안녕, 이제 막 할부 끝난 나의 아이폰 4.



우울한 기분을 달래러 맛있는 저녁을 먹기위해 시내로 나왔지만 왠만한 레스토랑은 예약없이 갈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들어간 곳은 마치 명동에서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만 가는 외국인 전용 음식점 같은 불친절하고 비싸기만한 관광객들만 가는 피자가게. 정말 되는일이 하나도 없구나. 하아. 이 허무한 마음을 몽블랑 맥주로 달래고.




이튿날 샤모니를 떠나는 날 아침.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향한곳은 지역 경찰서.

여행을 떠나기전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여행자 보험을 들어놓았는데,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보상을 받기위해서는 해당지역 경철서의 사건 경위서가 필요하단다. 샤모니를 떠나기 전에 경위서나 받아놓자 하고 들어간 경찰서에서 도둑맞은 물건에 대해서는 경위서를 써주지만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서는 써주지 않는단다. OMG! 어차피 못찾는거 그냥 도둑맞았다고 할껄.


별로 좋은 기억없는 이 동네를 어서 빨리 떠나고 싶다. 그래도 이제까지 불운이 가득했으니 앞으로는 행운만 가득하겠지?


+숙소 정보

Mont Blanc Spa Chalet 2박 트윈룸(조식 포함) : 150 euro

Posted by 빙그레씨



마지막날 아침 호텔 창밖풍경. 어제보다는 눈이 많이 걷힌 듯 하다. 해도 반짝이고.

짧았던 2박 3일간의 체류. 푸근한 인심의 호텔 주인 아줌마 아저씨께 작별인사를 하고 다음 목적지로.



날이 많이 개었어도 아직은 눈이 한가득.



산 아랫동네로 내려오니 조금씩 푸릇푸릇한 풍경들이 보인다.




파란 하늘 아래 만년설로 덮힌 알프스 산봉우리들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초원. 뭔가 언발란스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양지바른 동네를 지나 다시 꼬불꼬불 산을 타고 올라가는 곳은, 스위스의 온천지역으로 유명한 로이커바드.


여행준비할때 스위스에서 가볼만한곳이 어디가 있을까 알아보던중에 온천이라는 두글자에 나를 설레이게 만들었던 로이커바드. 스위스여행하면 인터라켄이나 마테호른과 같이 알프스의 최고봉을 보는 루트가 일반적인데, 남들 다 가는곳 보다 덜 알려진곳 하지만 좋은 경험을 할수있는곳을 찾던 우리에게 알프스에서의 온천을 즐길수 있는 로이커바드는 최상의 조건!



동네가 산꼭대기에 있는건지 계속 차를 타고 산을 올라간다.



구름이 눈높이에서 보일 정도로 계속 산을 타고 올라가다가 바라본 창밖 풍경. 그림엽서가 따로 없다.



로이커바드에 있는 온천중에서 우리가 가기로 한곳은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있는 Burgerbad. 우리나라에도 많이 도입되어있는 스파같은 곳이다. 수영복입고 야외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로비에서 3시간 입장권을 구입한 뒤 락커에 짐과 옷을 넣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온천입장.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스파이용하는거랑 별반 다를게 없는데 한가지 차이점은 탈의실이 남여따로 구분되어있지 않다는 것. 그냥 락커 옆에 탈의하는 칸이 있어서(옷가게에의 탈의실 같은) 그곳에서 수영복을 갈아입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탈의실 입구에서 남편이랑 바이바이 한뒤에 스파 실내에서 만나곤 했는데, 탈의실까지 같이 들어가니 어색어색. 아니 근데, 워낙 노출에 개방적인 유럽이라 그런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탈의칸에 들어가지도 않고 락커앞에서 훌러덩훌러덩. 속옷만 걸치고 탈의칸에 들어가서 마지막(?) 탈의를 한다.



드디어 입장.


눈덮힌 알프스 산을 바라보며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스위스에서 눈과 추위로 고생했던 순간들이 눈녹듯 녹아내리던 시간. 그리고 그냥 몸만 담그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몇가지 즐길만한 기구들도 있어서 나름 알찼던 3시간. 동양인은 우리밖에 없어서 들어가자마자 시선집중. 온천 사진을 많이 담고 싶었지만 다들 수영복 차림이라 초상권때문에 그냥 살짝 배경만 한장. 그리고 확실히 서양 언니들은 몸매가 좋구나. 10대 젊은 청춘들이 온천에 놀러온거 같던데 길쭉길쭉 한데다 나올데 나오고 들어갈데 들어가고. 거기에 비하면 나는 초딩몸매 ㅠ. 물밖에 나가지 말고 계속 물에 담그고 있어야겠다.



노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면서 마치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눈사태를 감상하는게 일품이다.

여기 밤에 오면 조명도 켜고 멋있는것 같던데, 이 근처에 산장같은 숙박시설도 있어서 1박 숙박하면서 저녁에 온천하면 좋겠다. 아쉽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반나절 뿐. 따끈한 물에 노곤노곤해진 몸을 추스리고 다음 여정을 위해 출발.



영화에서나 볼 법한 멋진 다리.





도로 산을 내려가는 길은 정말 어디를 보더라도 한폭의 엽서같은 풍경들만 가득했다. 다들 이래서 '스위스, 스위스' 하는건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직접 눈으로 보고도 이게 실제하는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장면들.


유럽을 차로 여행하면서 좋았던 점은 멋진 경치가 있는 곳엔 항상 쉼터가 같이 있다는 거였다. 이곳에도 마치 딱 이 위치가 경치를 감상하기 최적의 조건인양 절벽에 가까스로 붙어있는 한적한 벤치가 덩그라니. 그 위에 앉아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곳에 앉아 절경을 반찬삼아 점심 도시락을 까먹으니 배가 두둑하다. 이제 다음 여정지로 가볼까나.



우리의 든든한 네발, 푸조3008. 여행한지 아직 이주일도 안되었는데 벌써 먼지와 흙탕물때문에 꼬질꼬질하다.



스위스 어디에서나 보이는 만년설 봉우리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프랑스 샤모니. 

샤모니까지의 가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 지도를 펼쳐보니 근처에 몽트뢰(Montreux)가 있다. 예전에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인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보았던 그곳. 전설적인 그룹 Queen의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했다던 바로 그 곳! 아, 가보고 싶다. TV 속에서 보았던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도 직접 보고 싶었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근처에 있는 샤모니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오전에 로이커바드에서 반나절을 있었던 까닭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는 않은 상황. 그런데 살짝 돌아가는길이긴 하지만 몽트뢰를 거쳐서 가는 길이 고속도로라서 좀 편할것 같기도 하고. 어쩔까 고민하다가 돌아가더라도 잠깐 몽트뢰를 거쳐서 가기로 결정.



몽트뢰 들어가는 초입에 바로 시옹성이 보인다. 호수위에 지어져 물위에 떠있는 성이라고 하는데 그냥 차창밖으로 바라만 보는것으로 만족.





호숫가 옆 도시. 이곳이 바로 몽트뢰구나! 주구장창 스위스 산만 구경하다가 탁트인 호수가에 와있으니 느낌이 색다르다.



아마도 몽트뢰의 랜드마크일 것 같은 프레디 머큐리 동상.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동상앞에는 그의 팬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들이 놓여져있었다. 왠지 이 옆에 앉아 Queen의 'Love of my life'라고 한곡 들어야 할것 같다.





잠시 호숫가를 따라 산책.





풍경도 장관이지만 이 도시의 분위기는 기후때문인지 상당히 여유로워 보인다. 사람들도 느긋해 보이고. 짧은 시간동안 호숫가를 거닐면서 이 도시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아, 떠나기 싫다....큰일이다. 샤모니고 뭐고 그냥 이 여유로운 도시에 푹 눌러 앉고 싶어졌다. 왠지 프레디 머큐리의 마음을 알것만 같은.




따뜻한 남부 휴양지에서나 볼수 있을것 같은 생김새의 나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만년설 덮힌 봉우리. 이 역시 비현실적인 장면들.





휴양도시답게 관광객들도 많고 상점도 호텔도 많은 이곳. 문득 신혼여행을 이곳으로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의 신혼여행은 저 북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땀범벅으로 쉰냄새 나는 여행이었지만.)



두번째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진짜 목적지인 샤모니로 출바알!



STOP.

스위스-프랑스 국경.



샤모니도 체르마트와 마찬가지로 알프스 산맥의 한자락에 위치한 곳이라, 체르마트 갈때처럼 눈때문에 고생하는게 아닌가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날씨도 좋고 눈도 많이 녹은 상태. 이제 우리가 2박을 예약한 샤모니 샬레를 찾아서 고고씽.


Posted by 빙그레씨




다음날 아침 호텔 창밖 풍경. 4월의 크리스마스 파티라도 해야 할 듯 싶은데?



아침일찍 부지런히 조식을 챙겨먹고, 체르마트까지 가는 셔틀을 타기 위해 타슈(Tasch)에 도착.



체르마트는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전기차 외에는 마을로 차가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체르마트에 들어가기 위한 교통수단은 아마 셔틀트레인이 유일할 듯. 자동차 여행객들은 주로 이 셔틀 정거장이 있는 타슈에 차를 세워두고 셔틀을 탄다고 하는데 우리는 숙소가 조금 더 먼 란다에 있어서 탸슈까지는 호텔 주인아저씨가 태워다 주고 올때도 전화하면 픽업하러 온다고 한다.(마치 보드장 갈때 보드 렌탈샵에서 픽업해주는것 같은 기분)




드디어 체르마트 도착! 전날의 눈보라치던 날과는 너무나도 다른 쨍쨍한 날씨!



체르마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전기 택시.



일단은 정보를 얻기위해 투어인포센터에 들렸다. 체르마트에서 정상에 올라가기 위한 포인트가 여러가지 있었는데 투어인포센터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일일 패스를 구입하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인 Glacier Paradise 및 다른편 정상인 Gornergat도 가 볼 수 있단다. 두 장의 일일 패스를 구입한 후 바로 Glacier Paradise를 가기 위해 곤돌라 타러 고고씽.



이게 바로 알프스구나. 장관이다. 




체르마트는 유럽사람들이 겨울스포츠를 즐기러 많이 오는 곳으로, 곤돌라 타고 올라가면서 중간중간 보이는 자연설 슬로프들.



드디어 정상에 도착. 하지만 정상에 도착과 함께 거의 시야를 가리는 눈보라와 안개. 전망대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전망대인데다가 추워도 너무 춥다. 게다가 고도가 4000m 가까이나 되어, 둘 다 급 고산증 증세. 어지럽고 울렁거림에 얼른 다시 내려가기로.



이곳 정상에서 스키와 보드를 타기 위해 곤돌라에서 내리는 스키어들. 좀 부럽긴 하다.(그치만 우리는 샤모니가서 탈꺼지롱)



사람들이 다 내리자마자 냉큼 내려가는 곤돌라 탑승.



곤돌라 안에는 이렇게 안내양, 아닌 안내 할아버지가 계시고. 도착할때 방송도 해주신다.



산 아래쪽은 맑았는데, 윗쪽은 정말 뭐라도 나올것 같은 눈안개가 잔뜩낀 날씨.



이와중에 보드타는 사람 참 많더라. 이렇게 높은 산자락에서 시야도 잘 안나올 정도로 안개가 잔뜩 꼈는데 무섭지도 않은지 어린이들도 참 많이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어릴때부터 스키, 보드타니 늬들이 올림픽에서 잘 하는거구나.



올라올때도, 내려갈때도 중간 기착점에서 한번 환승해주고.




우왕 내려간드아.



어느정도 내려오니 주변 풍경이 다시 맑다. 역시 산의 날씨란 예측불허.



산 아래의 동네 풍경.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당시 인기 방송이었던 "꽃보다 할배"에서 할배들이 우리가 갔던 체르마트에 갔다는 얘기를 듣고 해당 방송편을 챙겨보았는데, 나에겐 온통 눈덮인 산과 마을로 밖에 기억나지 않던 체르마트가 방송에서는 너무나도 초록초록 한 분위기여서 저곳이 과연 내가 갔었던 곳이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역시 스위스는 여름에 가야...)



글래셔 파라다이스에서 이렇다 할 감흥도 못느끼고 내려와서, 이번엔 고르너그라트 열차를 타보자.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 내부. 그래, 곤돌라타고 올라가는것 보다는 백배 쾌적하네.



열차탈땐 뭐니뭐니해도 간식이지. 터미널에 있던 가게에서 산 하리보 젤리. 이거 씹다가 턱빠지는줄 알았네.



위에서 내려다 보는 체르마트 거리 뷰.



중간 정거장, Rotenboden. 해발 2815m란다. 꼭대기인 고르너그라트는 해발 3000m가 넘는곳.



드디어 도착. 하지만 이곳 전망대에서도 아무것도 안보이기는 마찬가지.

눈구경이나 실컷 하다 가는구나.



이렇게 고도가 높은곳까지 까마귀가 어떻게 올라왔을까.



눈과 까마귀만 실컷 보다 간다.



이곳 역시 스키어들의 천국.



귀요미 어린이 스키어들.(그래도 나보다는 잘탈껄?)




별소득없이 다시 내려와서 동네구경.



스위스하면 롤렉스.



동네 거리.



동네 호텔.



동네 교회.



동네 까페.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눈도 피하고 얼어있던 몸도 좀 녹이러 동네까페에.



손님이 없네. 까페에서 계속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서 뭔가 햇더니 치즈퐁듀냄새.



이제 집에 갈 시간.



타슈가는 셔틀.




결국 마테호른봉도 제대로 못보고 가는구나.


나에게 추위와 눈보라만을 안겨주었던 체르마트여, 안녕-



Posted by 빙그레씨


아침일찍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잠깐 아펜젤 동네 구경 한바퀴. 평화로운 분위기의 월요일 아침. 



아펜젤 전통 문양의 장농과 침대 미니어처. 전날 묵은 스위스 할머니댁에서 본 것과 비슷한 것들이다. 유치하지만 알록달록한것이 가지고 싶다.




아펜젤 마을 전경.

전날에 숙소를 찾으러 헤멜때는 이런곳인지 몰랐는데, 정말 알프스 소녀가 당장이라도 뛰어놀 것 같은 평화로운 전원 마을!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갔던 시청사 근처에서 만난 동네 할아버지는, 머나먼 한국에서 온 이방인인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시며 우리와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셨다.(당시에는 북에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승계가 이루어진 대다, 북의 도발이 전 세계적인 이슈였고 연일 이곳의 뉴스에 방송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었다. 그래서 여행내내 만난 사람들이 우리에게 궁금했던 내용은 대부분 북에 대한 것들이었다) 할아버지는 스위스는 많은 나라들과 국경이 접해있어서 그만큼 전쟁의 위험도 많았지만 중립을 잘 지켜냈다면서, 북의 김정은은 지금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와 헤어지면도 계속 'He is foolish..'라며 중얼거리셨다. 머나먼 나라의 시골마을에서도 관심을 갖는 내용에 대해, 정작 나는 자세하게 설명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을 정도로 얕은 역사적 이해와 낮은 정치 사회적 관심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




마을을 나와 찾아간 곳은 아펜젤 치즈 농장 견학. 이날 오전에 들렸던 투어인포센터에서 아펜젤에서 가볼만한 곳이 뭐가 있는지 알아보다가 이곳 치즈가 유명해 몇몇 치즈 농장에서는 직접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체험프로그램은 대부분 사전예약제인데다가 한시적으로만 운영해서, 한 치즈농가에서 운영하는 치즈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Appenzeller Cheese 모형.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는 SCHAUKASEREI.



전시실 내부. 이곳은 특이하게 모든 전시 안내 가이드가 아이패드로 되어있다. 가이드 비용을 내면 아이패드를 대여해 주는데, 인터랙티브한 화면과, 재미있는 설명으로 자칫 별 감흥없이 둘러보고 나올뻔 했던 치즈 공장 견학이 꽤나 인상깊었다.




만들어진 치즈 보관창고.

통유리를 통해서 저렇게 켜켜이 쌓인 치즈를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치즈는 숙성된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강해진다고 하는데 아마 나는 갓 만들어진 치즈가 아니면 못먹을 듯.




이곳 입장료에는 아펜젤 치즈를 시식해 볼 수 있는 이용권이 포함이라 맛이 어떤지 한번 보기로 하고.

접시에 이렇게 세가지 종류의 치즈를 내어준다. 숙성된 기간에 따른 종류별 치즈였는데 일단 딱 받아들자마자 코를 찌르는 냄새가.... 가장 그나마 먹기 편한 숙성도가 오래지 않은 Classic 치즈부터 한입 맛보았는데, 아 도저히 못먹겠다.

나는 아침에 Koller 할머니 댁에서 먹은 치즈를 생각하며 입에 넣었는데, 토종 한국인 입맛에는 도저히 안맞음. 게다가 머리가 아플정도로 강한 치즈 냄새에 결국 시식용으로 받은 치즈는 아깝지만 휴지통으로. 




치즈맛은 내입맛엔 안맞았지만, 재미있는 치즈만들기 견학으로 오늘 여기 오길 잘했다며. 특히 아이패드 가이드가 마음에 쏙 든다며. 어제 하루는 힘들었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다음 목적지로.


다음 목적지는 드디어 우리 여행계획에 있었던 체르마트. 파라마운트사의 로고로도 쓰인 마테호른봉이 있는 그곳이다.

원래는 체르마트에서도 당연히 캠핑을 할 계획이었으나, 눈이 발목넘게 쌓인 스위스에서 캠핑을 할만한 시기는 아닌것 같아 어제처럼 또 숙소땜에 고생하지 말고 미리 숙소를 예약하기로 했다. Koller 할머니 댁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연결된 덕에 하루 전날 체르마트에서 가까운 도시의 싼 호텔을 예약. 



고속도로를 타기위해 구입한 스위스 비넷을 차 유리에 부착하고. 오스트리아처럼 스위스에서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비넷이라는 이용권을 구입해야만 하는데, 여기는 오스트리아와 달리 기간별로 파는게 아니라 무조건 1년권을 사야한다. 하루만 이용하고 싶어도 1년짜리를 구입해야 하기에 우리처럼 잠깐만 스위스에 머물다가 가려는 여행자들에게는 좀 아까운 면이 없지않지만 그래도 매번 톨비 계산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긴 하다. 하지만 이런점 때문에 우리나가 자동차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저 비넷 사용후 부착된 스티커를 떼서 다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하는데, 하도 그런일이 많이 일어나서 그런건지 비넷스티커는 한번 부착하면 떼어낸 후 다시 사용하기 어렵게 홈이 파여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걸 떼어내서 파는 사람들이 있던데 대단하다)





운전하고 가다가 중간에 경치좋은 곳을 발견해서 이곳에서 경치를 반찬삼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물가 비싼 유럽에서 매번 우리의 점심은 직접 만든 샌드위치. 

인건비 비싼 유럽이기에 음식점에서 사먹는것 보다 마트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 만들어 먹는게 훨씬 저렴하고 맛도 좋다.



덕분에 길가다가 이렇게 경치좋은 곳을 만나면 잠시 쉬어가면서 배도 채우고 눈도 호강하고. 조으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가던길로.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나라여서 그런지 가는길에 터널이 참 많다.



한참동안 터널을 지나고 산자락을 넘어가면서 달리고 또 달려간다.


스위스는 산자락에 위치한 국가여서,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에는 통제를 하는 도로들이 많다고 한다. 처음 스위스 여행계획을 세웠을때는 스위스의 인터라켓 가는 길 근처에 Grimsel pass 라는 길이 멋진 코너링과 드라이브 하기에 그렇게 멋지다고 들어서, 그림젤 패스를 가볼까도 했었는데 우리가 스위스에 도착하는 4월에는 패스가 문을 닫는다고 하여 아쉽지만 포기.


우리가 체르마트를 가기위해 지나가기 위해서는 Furka pass라는 고갯길을 넘어야 하는데, 눈이 많이 와서 혹시나 패스가 닫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네비가 안내하는 길로 일단 직진.



가는 길목이 심상치 않다. 어른의 허리높이 만큼 쌓여있는 눈더미. 그래도 도로는 눈이 말끔하게 치워져있고, 앞에도 드문드문 차들이 가기에 지나갈 수 있겠지 라는 희망을 안고 Furka pass로.



그런데!!

우리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저 거대한 눈 더미와 통행금지 표시.



하아..앞길이 구만리구나. 눈앞에 끊긴 길을 보고도 믿기지 않아 차에서 내려 이리보고, 저리 보고.



길 주위 풍경을 보니, 이 동네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눈오면 꼼짝없이 갇히겠구만.



나중에 지도를 보니 이 푸르카 패스라는 곳은 급경사가 많아 보통때도 조심해서 가야하는 구간이라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당연히 통제를 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문제는 스위스에는 이러한 pass 구간이 많다는것.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미시령, 한계령의 '령'에 해당하는 곳인데, 말이 미시령이지 알프스 산에서의 이런 고갯길 운전은 그야말로 곡예운전이다.


가려던 길은 막힌데다가, 이런 길의 정보따위 안중에도 없이 계속 막힌길로 안내하려는 네비게이션을 버리고 온전히 지도를 보고 길을 가보기로. 대부분이 산악지대라 길도 많지 않아 우리에게 주어진 옵션은 오직 한가지였다. 

아래 이탈리아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서 체르마트로 가는것.



그래서 결국 푸르카 패스를 통해 금방 체르마트 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이렇게 빙빙 돌고 돌아(이탈리아까지!)서 원래 가려던길의 4, 5배나 되는 거리를 가게 생겼다.

예상도착시간도 오후 5시에서 예측불허로.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이탈리아 구경하게 생겼네. 허허. 그나마 뚤린 길이 있다는게 어디나며 긍정마인드로 출발!



우리가 가려는 Locarno 방향 표지판이 보인다. 근처에 캠핑장 표시도 같이.



남쪽으로 내려오니 이곳은 계절이 봄이다. 좀전에 온통 눈으로 덮인 세상과는 달리 이곳에는 올해 처음으로 보는 개나리가 활짝!



호숫가 옆에 위치한 도시라 그런가 휴양지 느낌이 물씬!



길가에 핀 꽃.



어디 남부 프랑스라도 온 느낌.





여행 후 처음으로 봄이라는걸 만끽하며 드라이브.



여기서부터는 이탈리아 입니다. 역시나 심플한 국경안내.




왠지 부자들의 휴양지 같은 동네.



길가에 여기저기 푸릇푸릇한 나무들과 남국의 야자나무들. 잠깐만 아랫동네로 내려온건데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호숫가를 끼고 마음껏 드라이브.

관광버스가 가득한것으로 미루어 인기 휴양지인듯한 도시를 지나치고.



이제 다시 북쪽으로.


저기 뭔가 국경 검문소 같은게 보이는데,



오호, 국경이다. 이탈리아의 영역은 여기서 종료라는 안내표지.

들어올때도 심플하게, 나갈때도 심플하게.



따뜻한 봄을 잠시나마 만끽할 수 있었던 이탈리아를 떠나 다시 북쪽 스위스로 올라오니 겨울로 계절이동. 어떻게 이렇게 극과 극일수가 있지. 게다가 이제는 눈발까지 날리기 시작한다.



조금 오다가 그치겠지 생각했던 눈이 심상치 않다. 날씨가 어두워 지면서 갑자기 눈보라로 바뀌기 시작. 게다가 점점 오르막길.

이대로 계속 가도 되는건가, 우리는 이런 날씨에 대비한 스노우 체인도, 스노우 타이어도 없는데. 그래도 도로에 스위스 번호판을 단 차들이 간혹가다 보이기에, 그래 현지인들도 가는데 우리도 갈 수 있겠지 하며 일단 최저 속도로 가보는데.

시속 20km로 가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차가 헛바퀴 돌면서 미끄러진다. 지금까지 한참을 올라왔길래 이 눈길에 다시 내려간다는것도 위험하고, 그냥 가던길을 계속 가자니 불안하고. 아 어쩌지...


일단 우리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핸드폰에서 외교부 비상연락 앱도 켜놓고, 비상 전화번호도 저장해놓고. 다시 가보자.

눈은 더 심하게 내리고, 아까부터 한 두대씩 보이던 차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차가 계속 미끄러지고 눈보라가 너무 심해 시야도 잘 안보이고, 정말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어릴때 보았던 한 캐네디언 가족이 여행중에 눈속에 고립된지 몇일만에 발견, 결국 아빠는 죽고 엄마와 아이들만 살아났다는 뉴스 기사가 생각나고. 그때 당시에는 그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와보니 '그게 우리 얘기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별의 별 생각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조금 더 가다보니 산 정상의 휴게소 같은 건물이 보여서 일단 정지, 저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서 도움을 청해보기로 했다. 안에 들어가니 주인아저씨와 어느 가족손님 한 테이블이 있었다. 주인아저씨한테 혹시 스노우타이어나 스노우체인같은게 있는게 물어보고. 아저씨는 당연 그런거 없다고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른 우리는 '밖에 눈이 많이 오는데 우리는 스노우체인도 없고 그래서 큰일이다.' 라고 설명하니 이 이탈리아계 주인아저씨 쿨하게 그냥 가면 된다고 한다. 읭?


이 아저씨 우리 영어를 제대로 알아들은거 맞는건지, 내가 아저씨! '위 윌 다이(We will die, 우리 죽을지도 몰라요)' 라고 말하자 이 아저씨 또 쿨하게 '노 프라블럼' 이라고 외친다. 그러고는 아저씨가 우리더러 어디까지 가냐고 묻길래 체르마트까지 가야한다고 말하자 또 '노 프라블럼' 이라고 대답하더니 1km만 더 가면 된다고 한다. 이 아저씨 뭔소리래, 체르마트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뭔 1km지? 여튼 아저씨와의 원활한 대화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아저씨의 '노 프라블럼' 만 믿고 1km만 더 가면 뭐라도 나오겠지 하며 다시 차에 올랐다.


눈보라를 헤치며 가다보니, 어라? 정말 1km 뒤에 눈이 그쳤다. 정확하게는 눈이 그쳤다기 보다 1km 부터 고갯길이 끝나고 도로에는 열선이 깔리고 군데군데 터널이 뚤려있다. 우리는 서로 다행이다를 외치면서 아까 아저씨 말이 진짜 맞네. 1km만 가면 된다더니 진짜네!를 반복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고갯길이 끝나고 산을 넘어 내려온 길.



아까와는 달리 너무나 평화로운 길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죽을똥 쌌던 그 길은 Furka Pass와 마찬가지로 스위스 패스 중의 하나인 Simplon Pass. 그리고 그 휴게소가 위치한 곳은 심플론 패스의 정상이었던 모양이다. 휴게소 주인아저씨가 말씀하신건, 휴게소에서 1km만 더 가면 패스가 끝나고 도로에는 열선이 깔려있어서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이었던것 같다.

위험한 고비를 한고비 넘기고나서 속으로 기도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아펜젤을 떠난지 8시간 만에 도착한 마을 Randa. 이번에는 예약한 호텔을 찾으러 빙빙빙.



이곳에도 한바탕 눈이 내렸다 보다.

무릎까지 푹푹빠지는 눈밭을 헤치며 겨우겨우 호텔을 찾아 들어간 시간은 우리가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늦은 10시.

주인 아주머니도 우리가 오기로 한 시간에 오지 않아 눈때문에 못오는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단다. 호텔 레스토랑은 이미 다 닫았다며 걱정하시는 아주머니께 괜찮다고 말하고 보니 저녁식사시간도 훨씬 넘긴 시간이었는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그동안 배고픈것도 모르고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찾아온 안도감과 공복으로 우리의 비상식량인 라면을 밥통에 열심히 끓여서 고픈 배를 채우니 이게 바로 천국이구나.


오전까지만 해도 아펜젤 치즈공장 구경하면서 여기 오기를 참 잘했다 좋다 행복하다를 연발하다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에 알프스 산자락에서 죽을고비를 맞이하고. "인생 참 한치 앞도 모르는거구나"라는 생각이 든 이날의 여행.




Posted by 빙그레씨



우여곡절끝에 머물게 된 아펜젤의 B&B.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분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생각외로 너무나 잘 정돈되고 깔끔한 방.



2층의 맨 구석진 방이 우리의 첫 스위스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곳.

아늑한 다락방 분위기의 알프스 소녀감성 물씬 자극하는 곳. 너무 조으다.



왠지 아이들 방이었을 것 같은 이곳.

침대 사이즈가 성인 사이즈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단신의 동양인의 사이즈엔 꼭 들어맞아서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좁지만 화장실도 깔끔깔끔.

민박집이라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방안에 화장실도 있고, 좋구나!



방 한켠에는 아펜젤 전통 문양의 서랍장이. 어릴때 할머니댁에 가면 늘 보아왔던, 할머니와 세월을 같이 했던 오래된 서랍장을 생각나게 했다.



뭐, 환영한다는 인사말이겠지?


아펜젤은 스위스에서도 독일이랑 접해있어 사용언어가 독일어권이라 할머니와 대화는 되지 않았지만 만국공통어인 바디랭귀지로 의사소통.



스위스 B&B 공식 허가증 같아 보였던 인증마크. Gaste Zimmer. Gaste = 손님, Zimmer = 방. 즉, 게스트하우스란 뜻.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일주일 독일에 있다 왔더니 왠만한 단어는 대충 알겠다.

이 곳은 N.Koller 할머니 할아버지네.



문 앞에 써있던 저 암호같은 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Koller 할머니 댁에서 꿀잠 잔후, 다음날 조식 먹으러 1층 내려가는 길.



1층 응접실 한켠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전통 문양의 장농이.




피아노 위에 놓여진 아펜젤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들.



Appenzeller bier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림으로.



미리 세팅되어 있던 식탁. 



할머니께서 빵과 잼을 가져다 주시며, 커피마실건지 쥬스를 마실건지 물어보신다.

난 당연 커피.



할머니의 취향을 엿볼수 있는 커피잔.



아펜젤이 치즈로 유명한 도시기에, 할머니께 혹시나 아펠젤 치즈를 맛볼수 있냐고 여쭤보았더니 흔쾌히 "그럼, 물론이지" 라며 햄과 치즈를 가져다 주셨다. 원래 치즈를 잘 못먹어서 그냥 맛이나 보려고 꺼낸말이었는데, 할머니께서는 커다란 치즈덩어리를 꺼내오시더니 숭덩숭덩 그자리에서 저만큼이나 많이 썰어주셨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밥먹을 때 김치가 빠지지 않듯, 스위스에서 주식에 항상 빠지지 않는 치즈. 그래서인가 다들 냉장고에 커다란 치즈 한덩이씩은 있는것 같았다.



곱게 차려진 이날 아침 식단.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빵도 맛있고, 잼도 맛있고, 햄도 그리고 의외로 치즈도 맛있어서 너무나도 만족했던 아침식사.



짧게 하룻밤 신세진 스위스 Koller 할머니 댁. 여유만 된다면 더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던 곳.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가야할 길이 멀었기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작별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스위스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날 잠깐 머물고 떠난 동양인 여행자 둘을 기억하고 있을까?


+숙소

N.Koller GuestHouse(B&B)


숙박료

2인 1박 (조식 포함, 무료인터넷) : 110CHF(스위스프랑) 



Posted by 빙그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