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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13 8. 애증의 뮌헨

별 특색없던 아우구스부르크 캠핑장을 떠나 뮌헨으로 가는 날.

매년 10월이면 수만의 인파가 몰려드는 옥토버페스티벌의 고장, 뮌헨! 비록 페스티벌의 계절은 아니지만, 뮌헨에 가면 맥주를 원없이 마셔봐야겠다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여행길을 떠났다.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뮌헨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 차 안에서 론리플래닛의 가르침 - 뮌헨에 가면 꼭 이 한마디를 써 먹어보라, "아인 비어 비테 Ein Bier Bitte(맥주한잔 주세요)"  을 실행하기 위해 열심히 반복해서 저 한마디를 중얼중얼. 나도 꼭 써먹어 보리라!


뮌헨은 근처 캠핑장에서 1박하며 구경하기로 했기 때문에, 먼저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에 '뮌헨을 구경하는데 1박만 해서 될까? 2박하면서 느긋하게 구경할까?' 라며 룰루랄라. 

캠핑장은 전날 ACSI 책자와 굴러라 유럽 책자를 참고하여 뮌헨 근교에 있는, 캠핑장에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곳으로 정한 뒤 직접 가서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출발한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한 캠핑장, Campsite Munchen-Obermenzing.

우리가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캠핑장 리셉션에는 사람이 없었고, 캠핑장 청소하는 중이어서 우선 체크인 하기 전에 캠핑장을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기대와는 달리 너무나도 썰렁했던 캠핑사이트와 그저 그런 화장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에 구름이 잔뜩낀 날씨까지 더해져 분위기가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안그래도 전날 묵은 아우구스부르크 캠핑장에 좀 실망했던터라 이번 캠핑장은 좀 더 경치도 좋고 시설도 좋은 곳에서 머물고 싶었는데, 그 전 캠핑장이랑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가지고 있는 책자를 총 동원해 다른 곳을 한번 더 가보고 결정하기로.

그렇게 해서 찾아간 두번째 캠핑장도 역시나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


대도시 근처 캠핑장이라 그런가 자연환경이 멋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도시랑 완전 가까운것도 아니어서 뮌헨 캠핑장들은 우리에게 메리트가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차라리 파리에서 지냈던것 처럼 뮌헨에서는 도시안에있는 자동차호텔에서 묵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결론을 내고, 네비게이션에 예전에 한번 얼핏 들어봤던 독일의 체인 호텔 'Motel One'을 검색, 찾아가기로 했다.


뮌헨에 진입하자마자 느껴졌던 대도시의 풍경. 이제까지 다녔던 도시들은 중세풍의 관광지 도시였다면 이곳은 마치 서울과 같은 고층빌딩에 현대식 건물들, 수트입은 사람들 등 다양한 현대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익숙한 풍경이면서도 새로운 느낌. 


하지만 어느 나라나 대도시에서 흔히 있는 '교통 체증'.


도심에 진입하면서부터 꽉막힌 도로와, 복잡한 도로 체계. 과연 지금 내가 가는길이 정주행인가 역주행인가, 이 길로 가도 되는건가 안되는건가. 살 떨리게 하는 일방통행로와 트램길. 네비게이션은 직진이라고 하는데 공사때문에 알지못하는 우회도로로 가야하는 상황들. 호텔을 찾아가는 과정부터가 패닉이었다.


그래도 우여곡절끝에 호텔을 찾아 차를 대고 체크인을 하려고 했으나, 무슨 호텔 주차장이 일반 게스트용 주차공간도 없어! 주차하려면 숙박키가 있어야 하는데, 숙박키를 얻기 위해서는 체크인을 해야 하고. 체크인 하려면 차를 세워야 하는데;;;

어쩔수 없이 주차장 게이트에 살짝 남편이 차를 정차시키고 혹시나 모를 상황에 차에서 대기, 나 혼자 체크인을 하러 호텔로 들어갔다. 파리에서 지냈던 etep 호텔에 비해 Motel One 시설이 너무나도 좋아서 속으로 횡재를 부르며 체크인을 하려했는데, 세상에나! Fully booked! 만실이라 방이 없단다. 다른 지점을 찾아가볼까도 했는데, 이미 스트레스 지수 99%에 다다른 우리는 차라리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이럴땐 포기가 참 빠르다.) 왔던 곳을 다시 지나서, 겨우겨우 뮌헨을 빠져나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


뮌헨은 건너뛰고, 그다음에 가기로 했던 미텐발트로 가기로 했다. 관광이고 뭐고 일단은 캠핑장으로 바로 가서 쉬기로하고 미텐발트 근처 캠핑장으로 출발.





미텐발트로 가는길.

날씨도 흐린데다가,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동네라 다른 지역보다 추운탓에 왠지 점점 계절을 거슬러가는 기분.

아, 뮌헨에서 '아인 비어 비테' 한마디도 못해보고 가게 되다니! 날씨도 우중충한데 기분마저 우울해졌다.




미텐발트 가는길에 지나게 된, 가르미슈-파르텐키헨.




조그만 동네인줄 알았는데 H&M도 있고, 큰 도시인가봉가






유럽에서는 어디를 가든, 도시 입구에서 맥도날드의 간판을 만날 수 있다.




미텐발트를 향해 가면 갈 수록 주변 풍경이 심상치 않다. 저 멀리 보이는 눈 덮힌 산자락.





이제는 길가에 녹지 않은 눈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젠 아예 대놓고 겨울 풍경. 아직 4월 초인데 이곳은 한겨울이구나. 




도착한 캠핑장, Camping Tennsee.




우리를 맞이해주신 캠핑장 고양이 집사님.

리셉션을 찾고 있는 우리에게 따라오라며 친히 안내를 해주심.




우리가 리셉션에 들어가자, 소임을 다하신 고양이 집사님께서는 리셉션 한켠에서 오롯이 제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집사님의 자세와 표정에서 연륜과 포쓰가 느껴진다.


이미 오는길에 겨울풍경을 실컷 본 우리는 오늘 텐트치는건 무리라고 생각이 되어 리셉션 데스크 직원에게 혹시 방갈로나 짐머(Zimmer)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다행히도 방이 있단다, 야호!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아우구스부르크 캠핑장에서 지불했던 숙박료가 총 32유로였는데, 여기는 방에서 자는데 46유로!




직원에게 받은 방 키를 들고 2층 계단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뚜둥! 이런 느낌!

방 안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갖추어져있는건 물론이고 키친까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치 팬션같은 형태! (나중에 알고보니 이러한 숙박시설은 아파트먼트라고 불렀다.)



근데 방안에 침대는 없고, 커다란 장농하나만 떡하니 있길래 잠은 어디서 자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남편이 혹시 이게 침대아냐? 라며 장농에 달려있는 고리를 잡아당기자,



뚜둥! 침대 완성!

이런걸 붙박이 침대라고 해야하나? 접으면 장농이되고 펼치면 침대가 되는, 좁은 공간에서 유용한 침대였다.



방 한켠에는 멋진 테라스도 있어서 꽤나 운치 있었다.

이 좋은 방을 단돈 46유로에 쓸수있다는 생각을 하니, 낮에 했던 고생이 모두 눈녹듯 스르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캠핑장 Main building 전경.

1층엔 리셉션 홀과 레스토랑이, 2층엔 우리가 묵는 아파트먼트형태의 숙소.




메인 빌딩 뒷쪽으로 돌아가니 저 너머로 보이는 캠프사이트의 카라반과 캠핑카들. (역시나 텐트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텐트 가지고 캠핑을 했더라면 저들 사이에 끼여있었겠지?




숙소에서의 저녁식사.

키친도 방안에 딸려있겠다, 모처럼 이것저것 만들어서 제대로 한끼 해먹기. 추운 몸을 녹이려 미역국도 끓이고 독일 소세지와 감자 볶음, 계란 후라이와 에그스크램블. 한국에서 가져온 김과 콩자반. 푸짐하다.







바깥도 슬슬 어둑어둑. 조명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하니 꽤나 운치있다.




밤이 되자 체크인 할때 리셉션에서 받은 웰컴 음료 바우처를 들고 1층 레스토랑으로.




캠핑장에서 무료로 제공해 준 아담한 사이즈의 칵테일로 이날 하루는 기분 좋게 마무리. 

Cheers!


+ 캠핑장

Alpen-Caravanpark Tennsee http://www.camping-tennsee.de/


캠핑사이트 뿐 아니라 Apartment 시설도 갖추고 있는곳. 레스토랑등의 부대시설도 훌륭.

캠핑카나 텐트를 이용하더라도 화장실 및 샤워실 시설이 훌륭해서 강추하고 싶은곳.

비수기의 Apartment 이용가격 46.2 유로.



Posted by 빙그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