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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30 14. 샤모니에서의 스노우보드를!



샤모니(Chamonix). 동계 올림픽 개최지이자 샤모니-몽블랑으로 잘 알려진 이곳에 우리가 온 이유는?

바로 알프스에서 스노우보드를 즐기기 위한 것.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위해 흔히들 스위스 체르마트로 가지만, 같은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스위스 보다 저렴한 물가로 저렴하게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 특히나 영국인들이 많이 놀러와서 거의 프랑스 내 영국같은 분위기의 도시, 샤모니. 시내를 돌아다녀보면 길 곳곳에 보이는 영국인들의 차 번호판(유럽은 차 번호에 붙는 국가 고유이니셜로 어느 나라 차인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참고로 영국은 "GB-Great Britain"을 달고 있다. UK가 아닌 GB로 표시하다니, 영국인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세계 최고인줄 아는건가. 자기네 나라 이름에 Great을 붙이다니, 좀 재수없다.)과 어딜가든 들리는 영어때문에 과연 이곳이 영국인가 프랑스인가 헷갈릴 정도였다.


암튼 이곳에서 스노우보드를 타기위해 일부러 일정도 2박3일이나 잡고, 말이 2박3일이지 아마도 우리가 온전히 쓸수 있는 시간은 하루밖에 안되는 일정을 위해 남편님께서는 한국에서부터 보드복을 챙겨오셨다.(장비와 부츠를 가져간다고 안한게 다행이다.)




아펜젤을 시작으로 이 시기에 알프스 지역에서 텐트치고 캠핑은 불가능함을 몸소 깨달은 이후, 미리 booking.com에서 저렴한 가격에 예약한 샬레. 샬레는 산장같은 개념의 숙박형태인데 4월의 샤모니는 비수기라 그런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묵을수 있었다. 


호주 여성 둘, 어느 나라사람인지 잘 모르겠는 커플 하나, 그리고 형제 커플과 부모가 같이 온 스코틀랜드 가족이 우리보다 먼저 와있던 이곳의 Guest들.



2층에 위치한 다락방 같은 우리 방. 천장에 난 창문이 꽤나 우리를 설레이게 만들었다.

방에 짐을 다 풀고, 샬레 스태프에게 부탁해 근처 보드샵에서 다음날 탈 보드장비까지 다 빌린 후 설렁설렁 샤모니 시내 구경.




한 30분이면 금방 다 돌아볼 정도의 규모인 샤모니는 높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듯한 모습의 도시.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왠지 영화세트장 같은 분위기.



위트있는 벽화가 인상적인 극장건물. 때마침 이 주간에 무슨 씨네마 페스티벌을 한다고 전단지도 돌리고 그러던데.




시내를 돌아다니다 마카롱 파는곳이 있어서, 프랑스에 왔으니 현지 마카롱을 먹어보자며 구입. 비싸지만 맛나다!!




동네 곳곳마다 횡성(용평리조트성우리조트)이나 횡계(성우리조트용평리조트)느낌이 많이 나는건 왜일까.




밤이 되자 곳곳에 조명이 켜지니 좀 운치있다. 좀전에 황량한 분위기랑은 사뭇다른.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알프스 자연설에서 신나게 보드를 탈 생각에 설레이며 잠을 청했는데, 아니 이게 왠 마른하늘에 날벼락! 밤새 천둥번개까지 치면서 비가 온다. OMG!!! 미리 데크랑 부츠랑 다 빌려놨는데, 우리가 여기 오래 머무는것도 아닌데 하필!!


아침을 먹고 일단 비가 그칠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보자며 초조하게 시간을 보내고. 다행인지 점점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더니 해가 뜬다. 비가 그치자 마자 부랴부랴 장비를 챙겨서 샤모니 시내로.

이번에는 보드복을 챙겨오지 않은 나때문에 보드복을 빌리러 이곳저곳 보드샵을 가보지만, 어느곳을 가도 보드장비만 대여하지 보드복은 따로 대여하지 않는단다. 알고보니 샤모니는 아예 자기 장비까지 다 챙겨서 보드나 스키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 게다가 이곳에 온 사람들은 일주일 혹은 더 길게 레져를 즐기러 온 사람들. 한국에서처럼 당일 하루 보드나 옷을 빌려서 타는 사람이 거의 없는것 같다. 우리가 너무 만만하게 봤구나. 그렇다고 하루 보딩때문에 몇십만원하는 보드복을 살수도 없고. 결국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싼값에 파는 허접한 보드 바지를 하나 구입해서 입고, 위에는 가지고 온 두꺼운 옷들 마구껴입기.(아오 간지 안난다 흑흑) 


아침일찍 가기로 한 보드장에 비 그칠때까지 기다리느라, 또 보드복 빌리러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상당히 지체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매표소에서 반일권을 사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반일을 다 타지 못한다며 매표소 언니가 3시간권을 사는게 더 낫단다. 싸게 탈수있어서 좋네라며 위안을 삼은 후 드디어 리프트 타고 정상으로.



슬로프 맵. 초록색은 초급, 빨간색은 상급인데 초급이라고 해도 자연설이라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처음이니까 조심해서 타기로 하고 초급 슬로프로.




슬로프 정상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때마침 점점 맑게 개이는 날씨. 



용평리조트에서 보드타던 솜씨로 알프스 자연설 슬로프 보딩은 무리였나보다. 생각처럼 엣지도 안먹고 허벅지 터져나갈만큼 힘주면서 내려오니 체력소진. 일단 다음턴은 남편님 혼자 보딩하라고 보내고, 휴게소에서 휴식.

이대로 그냥 쭉 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우여곡절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만 타는건 너무 아쉬울것 같아서, 허벅지가 터져나갈것 같은 근육통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번만 더 타기로 결정. 하지만 이 결정으로 큰 사단이 날 줄이야... 이때는 몰랐었더랬지.


다시 올라간 정상에서 본 풍경에 넋을 잃고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주머니에 넣었는데, 보딩하고 내려오면서 몇번 굴렀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빠져버린것. 안그래도 사진찍고 있을때 남편님이 핸드폰 잃어버린다고, 주머니에 잘 넣으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말이 씨가 되다니. 이 넓디 넓은 눈산에서 나의 자그마한 아이폰을 찾는다는건 거의 불가능.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안전요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핸드폰 찾는데 도움을 요청했다. 찾아보기는 하겠지만 아마 찾기 힘들거라고 하는 안전요원 아저씨. 그래도 나때문에 그 넓은 슬로프를 다 헤집으면서 내려오시느라 고생하셔서 고맙고도 미안했다.




사람이 개미같이 보이는 이 설원에서 아이폰 4, 너를 찾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아마도 한 천년쯤 지난 뒤에 후세 사람들이 내 아이폰을 발견한 뒤에 '아, 2000년대 사람들은 이런식으로 살았구나' 라며 자료로 쓰일지도 몰라. 후세사람들을 위해 나의 아이폰은 몽블랑에 고이 묻고. 


안녕, 이제 막 할부 끝난 나의 아이폰 4.



우울한 기분을 달래러 맛있는 저녁을 먹기위해 시내로 나왔지만 왠만한 레스토랑은 예약없이 갈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들어간 곳은 마치 명동에서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만 가는 외국인 전용 음식점 같은 불친절하고 비싸기만한 관광객들만 가는 피자가게. 정말 되는일이 하나도 없구나. 하아. 이 허무한 마음을 몽블랑 맥주로 달래고.




이튿날 샤모니를 떠나는 날 아침.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향한곳은 지역 경찰서.

여행을 떠나기전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여행자 보험을 들어놓았는데,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보상을 받기위해서는 해당지역 경철서의 사건 경위서가 필요하단다. 샤모니를 떠나기 전에 경위서나 받아놓자 하고 들어간 경찰서에서 도둑맞은 물건에 대해서는 경위서를 써주지만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서는 써주지 않는단다. OMG! 어차피 못찾는거 그냥 도둑맞았다고 할껄.


별로 좋은 기억없는 이 동네를 어서 빨리 떠나고 싶다. 그래도 이제까지 불운이 가득했으니 앞으로는 행운만 가득하겠지?


+숙소 정보

Mont Blanc Spa Chalet 2박 트윈룸(조식 포함) : 150 euro

Posted by 빙그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