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모니(Chamonix). 동계 올림픽 개최지이자 샤모니-몽블랑으로 잘 알려진 이곳에 우리가 온 이유는?

바로 알프스에서 스노우보드를 즐기기 위한 것.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위해 흔히들 스위스 체르마트로 가지만, 같은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스위스 보다 저렴한 물가로 저렴하게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 특히나 영국인들이 많이 놀러와서 거의 프랑스 내 영국같은 분위기의 도시, 샤모니. 시내를 돌아다녀보면 길 곳곳에 보이는 영국인들의 차 번호판(유럽은 차 번호에 붙는 국가 고유이니셜로 어느 나라 차인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참고로 영국은 "GB-Great Britain"을 달고 있다. UK가 아닌 GB로 표시하다니, 영국인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세계 최고인줄 아는건가. 자기네 나라 이름에 Great을 붙이다니, 좀 재수없다.)과 어딜가든 들리는 영어때문에 과연 이곳이 영국인가 프랑스인가 헷갈릴 정도였다.


암튼 이곳에서 스노우보드를 타기위해 일부러 일정도 2박3일이나 잡고, 말이 2박3일이지 아마도 우리가 온전히 쓸수 있는 시간은 하루밖에 안되는 일정을 위해 남편님께서는 한국에서부터 보드복을 챙겨오셨다.(장비와 부츠를 가져간다고 안한게 다행이다.)




아펜젤을 시작으로 이 시기에 알프스 지역에서 텐트치고 캠핑은 불가능함을 몸소 깨달은 이후, 미리 booking.com에서 저렴한 가격에 예약한 샬레. 샬레는 산장같은 개념의 숙박형태인데 4월의 샤모니는 비수기라 그런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묵을수 있었다. 


호주 여성 둘, 어느 나라사람인지 잘 모르겠는 커플 하나, 그리고 형제 커플과 부모가 같이 온 스코틀랜드 가족이 우리보다 먼저 와있던 이곳의 Guest들.



2층에 위치한 다락방 같은 우리 방. 천장에 난 창문이 꽤나 우리를 설레이게 만들었다.

방에 짐을 다 풀고, 샬레 스태프에게 부탁해 근처 보드샵에서 다음날 탈 보드장비까지 다 빌린 후 설렁설렁 샤모니 시내 구경.




한 30분이면 금방 다 돌아볼 정도의 규모인 샤모니는 높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듯한 모습의 도시.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왠지 영화세트장 같은 분위기.



위트있는 벽화가 인상적인 극장건물. 때마침 이 주간에 무슨 씨네마 페스티벌을 한다고 전단지도 돌리고 그러던데.




시내를 돌아다니다 마카롱 파는곳이 있어서, 프랑스에 왔으니 현지 마카롱을 먹어보자며 구입. 비싸지만 맛나다!!




동네 곳곳마다 횡성(용평리조트성우리조트)이나 횡계(성우리조트용평리조트)느낌이 많이 나는건 왜일까.




밤이 되자 곳곳에 조명이 켜지니 좀 운치있다. 좀전에 황량한 분위기랑은 사뭇다른.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알프스 자연설에서 신나게 보드를 탈 생각에 설레이며 잠을 청했는데, 아니 이게 왠 마른하늘에 날벼락! 밤새 천둥번개까지 치면서 비가 온다. OMG!!! 미리 데크랑 부츠랑 다 빌려놨는데, 우리가 여기 오래 머무는것도 아닌데 하필!!


아침을 먹고 일단 비가 그칠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보자며 초조하게 시간을 보내고. 다행인지 점점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더니 해가 뜬다. 비가 그치자 마자 부랴부랴 장비를 챙겨서 샤모니 시내로.

이번에는 보드복을 챙겨오지 않은 나때문에 보드복을 빌리러 이곳저곳 보드샵을 가보지만, 어느곳을 가도 보드장비만 대여하지 보드복은 따로 대여하지 않는단다. 알고보니 샤모니는 아예 자기 장비까지 다 챙겨서 보드나 스키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 게다가 이곳에 온 사람들은 일주일 혹은 더 길게 레져를 즐기러 온 사람들. 한국에서처럼 당일 하루 보드나 옷을 빌려서 타는 사람이 거의 없는것 같다. 우리가 너무 만만하게 봤구나. 그렇다고 하루 보딩때문에 몇십만원하는 보드복을 살수도 없고. 결국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싼값에 파는 허접한 보드 바지를 하나 구입해서 입고, 위에는 가지고 온 두꺼운 옷들 마구껴입기.(아오 간지 안난다 흑흑) 


아침일찍 가기로 한 보드장에 비 그칠때까지 기다리느라, 또 보드복 빌리러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상당히 지체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매표소에서 반일권을 사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반일을 다 타지 못한다며 매표소 언니가 3시간권을 사는게 더 낫단다. 싸게 탈수있어서 좋네라며 위안을 삼은 후 드디어 리프트 타고 정상으로.



슬로프 맵. 초록색은 초급, 빨간색은 상급인데 초급이라고 해도 자연설이라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처음이니까 조심해서 타기로 하고 초급 슬로프로.




슬로프 정상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때마침 점점 맑게 개이는 날씨. 



용평리조트에서 보드타던 솜씨로 알프스 자연설 슬로프 보딩은 무리였나보다. 생각처럼 엣지도 안먹고 허벅지 터져나갈만큼 힘주면서 내려오니 체력소진. 일단 다음턴은 남편님 혼자 보딩하라고 보내고, 휴게소에서 휴식.

이대로 그냥 쭉 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우여곡절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만 타는건 너무 아쉬울것 같아서, 허벅지가 터져나갈것 같은 근육통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번만 더 타기로 결정. 하지만 이 결정으로 큰 사단이 날 줄이야... 이때는 몰랐었더랬지.


다시 올라간 정상에서 본 풍경에 넋을 잃고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주머니에 넣었는데, 보딩하고 내려오면서 몇번 굴렀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빠져버린것. 안그래도 사진찍고 있을때 남편님이 핸드폰 잃어버린다고, 주머니에 잘 넣으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말이 씨가 되다니. 이 넓디 넓은 눈산에서 나의 자그마한 아이폰을 찾는다는건 거의 불가능.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안전요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핸드폰 찾는데 도움을 요청했다. 찾아보기는 하겠지만 아마 찾기 힘들거라고 하는 안전요원 아저씨. 그래도 나때문에 그 넓은 슬로프를 다 헤집으면서 내려오시느라 고생하셔서 고맙고도 미안했다.




사람이 개미같이 보이는 이 설원에서 아이폰 4, 너를 찾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아마도 한 천년쯤 지난 뒤에 후세 사람들이 내 아이폰을 발견한 뒤에 '아, 2000년대 사람들은 이런식으로 살았구나' 라며 자료로 쓰일지도 몰라. 후세사람들을 위해 나의 아이폰은 몽블랑에 고이 묻고. 


안녕, 이제 막 할부 끝난 나의 아이폰 4.



우울한 기분을 달래러 맛있는 저녁을 먹기위해 시내로 나왔지만 왠만한 레스토랑은 예약없이 갈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들어간 곳은 마치 명동에서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만 가는 외국인 전용 음식점 같은 불친절하고 비싸기만한 관광객들만 가는 피자가게. 정말 되는일이 하나도 없구나. 하아. 이 허무한 마음을 몽블랑 맥주로 달래고.




이튿날 샤모니를 떠나는 날 아침.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향한곳은 지역 경찰서.

여행을 떠나기전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여행자 보험을 들어놓았는데,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보상을 받기위해서는 해당지역 경철서의 사건 경위서가 필요하단다. 샤모니를 떠나기 전에 경위서나 받아놓자 하고 들어간 경찰서에서 도둑맞은 물건에 대해서는 경위서를 써주지만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서는 써주지 않는단다. OMG! 어차피 못찾는거 그냥 도둑맞았다고 할껄.


별로 좋은 기억없는 이 동네를 어서 빨리 떠나고 싶다. 그래도 이제까지 불운이 가득했으니 앞으로는 행운만 가득하겠지?


+숙소 정보

Mont Blanc Spa Chalet 2박 트윈룸(조식 포함) : 150 euro

Posted by 빙그레씨



마지막날 아침 호텔 창밖풍경. 어제보다는 눈이 많이 걷힌 듯 하다. 해도 반짝이고.

짧았던 2박 3일간의 체류. 푸근한 인심의 호텔 주인 아줌마 아저씨께 작별인사를 하고 다음 목적지로.



날이 많이 개었어도 아직은 눈이 한가득.



산 아랫동네로 내려오니 조금씩 푸릇푸릇한 풍경들이 보인다.




파란 하늘 아래 만년설로 덮힌 알프스 산봉우리들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초원. 뭔가 언발란스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양지바른 동네를 지나 다시 꼬불꼬불 산을 타고 올라가는 곳은, 스위스의 온천지역으로 유명한 로이커바드.


여행준비할때 스위스에서 가볼만한곳이 어디가 있을까 알아보던중에 온천이라는 두글자에 나를 설레이게 만들었던 로이커바드. 스위스여행하면 인터라켄이나 마테호른과 같이 알프스의 최고봉을 보는 루트가 일반적인데, 남들 다 가는곳 보다 덜 알려진곳 하지만 좋은 경험을 할수있는곳을 찾던 우리에게 알프스에서의 온천을 즐길수 있는 로이커바드는 최상의 조건!



동네가 산꼭대기에 있는건지 계속 차를 타고 산을 올라간다.



구름이 눈높이에서 보일 정도로 계속 산을 타고 올라가다가 바라본 창밖 풍경. 그림엽서가 따로 없다.



로이커바드에 있는 온천중에서 우리가 가기로 한곳은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있는 Burgerbad. 우리나라에도 많이 도입되어있는 스파같은 곳이다. 수영복입고 야외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로비에서 3시간 입장권을 구입한 뒤 락커에 짐과 옷을 넣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온천입장.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스파이용하는거랑 별반 다를게 없는데 한가지 차이점은 탈의실이 남여따로 구분되어있지 않다는 것. 그냥 락커 옆에 탈의하는 칸이 있어서(옷가게에의 탈의실 같은) 그곳에서 수영복을 갈아입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탈의실 입구에서 남편이랑 바이바이 한뒤에 스파 실내에서 만나곤 했는데, 탈의실까지 같이 들어가니 어색어색. 아니 근데, 워낙 노출에 개방적인 유럽이라 그런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탈의칸에 들어가지도 않고 락커앞에서 훌러덩훌러덩. 속옷만 걸치고 탈의칸에 들어가서 마지막(?) 탈의를 한다.



드디어 입장.


눈덮힌 알프스 산을 바라보며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스위스에서 눈과 추위로 고생했던 순간들이 눈녹듯 녹아내리던 시간. 그리고 그냥 몸만 담그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몇가지 즐길만한 기구들도 있어서 나름 알찼던 3시간. 동양인은 우리밖에 없어서 들어가자마자 시선집중. 온천 사진을 많이 담고 싶었지만 다들 수영복 차림이라 초상권때문에 그냥 살짝 배경만 한장. 그리고 확실히 서양 언니들은 몸매가 좋구나. 10대 젊은 청춘들이 온천에 놀러온거 같던데 길쭉길쭉 한데다 나올데 나오고 들어갈데 들어가고. 거기에 비하면 나는 초딩몸매 ㅠ. 물밖에 나가지 말고 계속 물에 담그고 있어야겠다.



노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면서 마치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눈사태를 감상하는게 일품이다.

여기 밤에 오면 조명도 켜고 멋있는것 같던데, 이 근처에 산장같은 숙박시설도 있어서 1박 숙박하면서 저녁에 온천하면 좋겠다. 아쉽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반나절 뿐. 따끈한 물에 노곤노곤해진 몸을 추스리고 다음 여정을 위해 출발.



영화에서나 볼 법한 멋진 다리.





도로 산을 내려가는 길은 정말 어디를 보더라도 한폭의 엽서같은 풍경들만 가득했다. 다들 이래서 '스위스, 스위스' 하는건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직접 눈으로 보고도 이게 실제하는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장면들.


유럽을 차로 여행하면서 좋았던 점은 멋진 경치가 있는 곳엔 항상 쉼터가 같이 있다는 거였다. 이곳에도 마치 딱 이 위치가 경치를 감상하기 최적의 조건인양 절벽에 가까스로 붙어있는 한적한 벤치가 덩그라니. 그 위에 앉아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곳에 앉아 절경을 반찬삼아 점심 도시락을 까먹으니 배가 두둑하다. 이제 다음 여정지로 가볼까나.



우리의 든든한 네발, 푸조3008. 여행한지 아직 이주일도 안되었는데 벌써 먼지와 흙탕물때문에 꼬질꼬질하다.



스위스 어디에서나 보이는 만년설 봉우리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프랑스 샤모니. 

샤모니까지의 가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 지도를 펼쳐보니 근처에 몽트뢰(Montreux)가 있다. 예전에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인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보았던 그곳. 전설적인 그룹 Queen의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했다던 바로 그 곳! 아, 가보고 싶다. TV 속에서 보았던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도 직접 보고 싶었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근처에 있는 샤모니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오전에 로이커바드에서 반나절을 있었던 까닭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는 않은 상황. 그런데 살짝 돌아가는길이긴 하지만 몽트뢰를 거쳐서 가는 길이 고속도로라서 좀 편할것 같기도 하고. 어쩔까 고민하다가 돌아가더라도 잠깐 몽트뢰를 거쳐서 가기로 결정.



몽트뢰 들어가는 초입에 바로 시옹성이 보인다. 호수위에 지어져 물위에 떠있는 성이라고 하는데 그냥 차창밖으로 바라만 보는것으로 만족.





호숫가 옆 도시. 이곳이 바로 몽트뢰구나! 주구장창 스위스 산만 구경하다가 탁트인 호수가에 와있으니 느낌이 색다르다.



아마도 몽트뢰의 랜드마크일 것 같은 프레디 머큐리 동상.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동상앞에는 그의 팬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들이 놓여져있었다. 왠지 이 옆에 앉아 Queen의 'Love of my life'라고 한곡 들어야 할것 같다.





잠시 호숫가를 따라 산책.





풍경도 장관이지만 이 도시의 분위기는 기후때문인지 상당히 여유로워 보인다. 사람들도 느긋해 보이고. 짧은 시간동안 호숫가를 거닐면서 이 도시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아, 떠나기 싫다....큰일이다. 샤모니고 뭐고 그냥 이 여유로운 도시에 푹 눌러 앉고 싶어졌다. 왠지 프레디 머큐리의 마음을 알것만 같은.




따뜻한 남부 휴양지에서나 볼수 있을것 같은 생김새의 나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만년설 덮힌 봉우리. 이 역시 비현실적인 장면들.





휴양도시답게 관광객들도 많고 상점도 호텔도 많은 이곳. 문득 신혼여행을 이곳으로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의 신혼여행은 저 북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땀범벅으로 쉰냄새 나는 여행이었지만.)



두번째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진짜 목적지인 샤모니로 출바알!



STOP.

스위스-프랑스 국경.



샤모니도 체르마트와 마찬가지로 알프스 산맥의 한자락에 위치한 곳이라, 체르마트 갈때처럼 눈때문에 고생하는게 아닌가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날씨도 좋고 눈도 많이 녹은 상태. 이제 우리가 2박을 예약한 샤모니 샬레를 찾아서 고고씽.


Posted by 빙그레씨




다음날 아침 호텔 창밖 풍경. 4월의 크리스마스 파티라도 해야 할 듯 싶은데?



아침일찍 부지런히 조식을 챙겨먹고, 체르마트까지 가는 셔틀을 타기 위해 타슈(Tasch)에 도착.



체르마트는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전기차 외에는 마을로 차가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체르마트에 들어가기 위한 교통수단은 아마 셔틀트레인이 유일할 듯. 자동차 여행객들은 주로 이 셔틀 정거장이 있는 타슈에 차를 세워두고 셔틀을 탄다고 하는데 우리는 숙소가 조금 더 먼 란다에 있어서 탸슈까지는 호텔 주인아저씨가 태워다 주고 올때도 전화하면 픽업하러 온다고 한다.(마치 보드장 갈때 보드 렌탈샵에서 픽업해주는것 같은 기분)




드디어 체르마트 도착! 전날의 눈보라치던 날과는 너무나도 다른 쨍쨍한 날씨!



체르마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전기 택시.



일단은 정보를 얻기위해 투어인포센터에 들렸다. 체르마트에서 정상에 올라가기 위한 포인트가 여러가지 있었는데 투어인포센터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일일 패스를 구입하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인 Glacier Paradise 및 다른편 정상인 Gornergat도 가 볼 수 있단다. 두 장의 일일 패스를 구입한 후 바로 Glacier Paradise를 가기 위해 곤돌라 타러 고고씽.



이게 바로 알프스구나. 장관이다. 




체르마트는 유럽사람들이 겨울스포츠를 즐기러 많이 오는 곳으로, 곤돌라 타고 올라가면서 중간중간 보이는 자연설 슬로프들.



드디어 정상에 도착. 하지만 정상에 도착과 함께 거의 시야를 가리는 눈보라와 안개. 전망대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전망대인데다가 추워도 너무 춥다. 게다가 고도가 4000m 가까이나 되어, 둘 다 급 고산증 증세. 어지럽고 울렁거림에 얼른 다시 내려가기로.



이곳 정상에서 스키와 보드를 타기 위해 곤돌라에서 내리는 스키어들. 좀 부럽긴 하다.(그치만 우리는 샤모니가서 탈꺼지롱)



사람들이 다 내리자마자 냉큼 내려가는 곤돌라 탑승.



곤돌라 안에는 이렇게 안내양, 아닌 안내 할아버지가 계시고. 도착할때 방송도 해주신다.



산 아래쪽은 맑았는데, 윗쪽은 정말 뭐라도 나올것 같은 눈안개가 잔뜩낀 날씨.



이와중에 보드타는 사람 참 많더라. 이렇게 높은 산자락에서 시야도 잘 안나올 정도로 안개가 잔뜩 꼈는데 무섭지도 않은지 어린이들도 참 많이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어릴때부터 스키, 보드타니 늬들이 올림픽에서 잘 하는거구나.



올라올때도, 내려갈때도 중간 기착점에서 한번 환승해주고.




우왕 내려간드아.



어느정도 내려오니 주변 풍경이 다시 맑다. 역시 산의 날씨란 예측불허.



산 아래의 동네 풍경.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당시 인기 방송이었던 "꽃보다 할배"에서 할배들이 우리가 갔던 체르마트에 갔다는 얘기를 듣고 해당 방송편을 챙겨보았는데, 나에겐 온통 눈덮인 산과 마을로 밖에 기억나지 않던 체르마트가 방송에서는 너무나도 초록초록 한 분위기여서 저곳이 과연 내가 갔었던 곳이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역시 스위스는 여름에 가야...)



글래셔 파라다이스에서 이렇다 할 감흥도 못느끼고 내려와서, 이번엔 고르너그라트 열차를 타보자.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 내부. 그래, 곤돌라타고 올라가는것 보다는 백배 쾌적하네.



열차탈땐 뭐니뭐니해도 간식이지. 터미널에 있던 가게에서 산 하리보 젤리. 이거 씹다가 턱빠지는줄 알았네.



위에서 내려다 보는 체르마트 거리 뷰.



중간 정거장, Rotenboden. 해발 2815m란다. 꼭대기인 고르너그라트는 해발 3000m가 넘는곳.



드디어 도착. 하지만 이곳 전망대에서도 아무것도 안보이기는 마찬가지.

눈구경이나 실컷 하다 가는구나.



이렇게 고도가 높은곳까지 까마귀가 어떻게 올라왔을까.



눈과 까마귀만 실컷 보다 간다.



이곳 역시 스키어들의 천국.



귀요미 어린이 스키어들.(그래도 나보다는 잘탈껄?)




별소득없이 다시 내려와서 동네구경.



스위스하면 롤렉스.



동네 거리.



동네 호텔.



동네 교회.



동네 까페.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눈도 피하고 얼어있던 몸도 좀 녹이러 동네까페에.



손님이 없네. 까페에서 계속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서 뭔가 햇더니 치즈퐁듀냄새.



이제 집에 갈 시간.



타슈가는 셔틀.




결국 마테호른봉도 제대로 못보고 가는구나.


나에게 추위와 눈보라만을 안겨주었던 체르마트여, 안녕-



Posted by 빙그레씨


아침일찍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잠깐 아펜젤 동네 구경 한바퀴. 평화로운 분위기의 월요일 아침. 



아펜젤 전통 문양의 장농과 침대 미니어처. 전날 묵은 스위스 할머니댁에서 본 것과 비슷한 것들이다. 유치하지만 알록달록한것이 가지고 싶다.




아펜젤 마을 전경.

전날에 숙소를 찾으러 헤멜때는 이런곳인지 몰랐는데, 정말 알프스 소녀가 당장이라도 뛰어놀 것 같은 평화로운 전원 마을!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갔던 시청사 근처에서 만난 동네 할아버지는, 머나먼 한국에서 온 이방인인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시며 우리와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셨다.(당시에는 북에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승계가 이루어진 대다, 북의 도발이 전 세계적인 이슈였고 연일 이곳의 뉴스에 방송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었다. 그래서 여행내내 만난 사람들이 우리에게 궁금했던 내용은 대부분 북에 대한 것들이었다) 할아버지는 스위스는 많은 나라들과 국경이 접해있어서 그만큼 전쟁의 위험도 많았지만 중립을 잘 지켜냈다면서, 북의 김정은은 지금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와 헤어지면도 계속 'He is foolish..'라며 중얼거리셨다. 머나먼 나라의 시골마을에서도 관심을 갖는 내용에 대해, 정작 나는 자세하게 설명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을 정도로 얕은 역사적 이해와 낮은 정치 사회적 관심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




마을을 나와 찾아간 곳은 아펜젤 치즈 농장 견학. 이날 오전에 들렸던 투어인포센터에서 아펜젤에서 가볼만한 곳이 뭐가 있는지 알아보다가 이곳 치즈가 유명해 몇몇 치즈 농장에서는 직접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체험프로그램은 대부분 사전예약제인데다가 한시적으로만 운영해서, 한 치즈농가에서 운영하는 치즈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Appenzeller Cheese 모형.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는 SCHAUKASEREI.



전시실 내부. 이곳은 특이하게 모든 전시 안내 가이드가 아이패드로 되어있다. 가이드 비용을 내면 아이패드를 대여해 주는데, 인터랙티브한 화면과, 재미있는 설명으로 자칫 별 감흥없이 둘러보고 나올뻔 했던 치즈 공장 견학이 꽤나 인상깊었다.




만들어진 치즈 보관창고.

통유리를 통해서 저렇게 켜켜이 쌓인 치즈를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치즈는 숙성된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강해진다고 하는데 아마 나는 갓 만들어진 치즈가 아니면 못먹을 듯.




이곳 입장료에는 아펜젤 치즈를 시식해 볼 수 있는 이용권이 포함이라 맛이 어떤지 한번 보기로 하고.

접시에 이렇게 세가지 종류의 치즈를 내어준다. 숙성된 기간에 따른 종류별 치즈였는데 일단 딱 받아들자마자 코를 찌르는 냄새가.... 가장 그나마 먹기 편한 숙성도가 오래지 않은 Classic 치즈부터 한입 맛보았는데, 아 도저히 못먹겠다.

나는 아침에 Koller 할머니 댁에서 먹은 치즈를 생각하며 입에 넣었는데, 토종 한국인 입맛에는 도저히 안맞음. 게다가 머리가 아플정도로 강한 치즈 냄새에 결국 시식용으로 받은 치즈는 아깝지만 휴지통으로. 




치즈맛은 내입맛엔 안맞았지만, 재미있는 치즈만들기 견학으로 오늘 여기 오길 잘했다며. 특히 아이패드 가이드가 마음에 쏙 든다며. 어제 하루는 힘들었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다음 목적지로.


다음 목적지는 드디어 우리 여행계획에 있었던 체르마트. 파라마운트사의 로고로도 쓰인 마테호른봉이 있는 그곳이다.

원래는 체르마트에서도 당연히 캠핑을 할 계획이었으나, 눈이 발목넘게 쌓인 스위스에서 캠핑을 할만한 시기는 아닌것 같아 어제처럼 또 숙소땜에 고생하지 말고 미리 숙소를 예약하기로 했다. Koller 할머니 댁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연결된 덕에 하루 전날 체르마트에서 가까운 도시의 싼 호텔을 예약. 



고속도로를 타기위해 구입한 스위스 비넷을 차 유리에 부착하고. 오스트리아처럼 스위스에서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비넷이라는 이용권을 구입해야만 하는데, 여기는 오스트리아와 달리 기간별로 파는게 아니라 무조건 1년권을 사야한다. 하루만 이용하고 싶어도 1년짜리를 구입해야 하기에 우리처럼 잠깐만 스위스에 머물다가 가려는 여행자들에게는 좀 아까운 면이 없지않지만 그래도 매번 톨비 계산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긴 하다. 하지만 이런점 때문에 우리나가 자동차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저 비넷 사용후 부착된 스티커를 떼서 다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하는데, 하도 그런일이 많이 일어나서 그런건지 비넷스티커는 한번 부착하면 떼어낸 후 다시 사용하기 어렵게 홈이 파여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걸 떼어내서 파는 사람들이 있던데 대단하다)





운전하고 가다가 중간에 경치좋은 곳을 발견해서 이곳에서 경치를 반찬삼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물가 비싼 유럽에서 매번 우리의 점심은 직접 만든 샌드위치. 

인건비 비싼 유럽이기에 음식점에서 사먹는것 보다 마트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 만들어 먹는게 훨씬 저렴하고 맛도 좋다.



덕분에 길가다가 이렇게 경치좋은 곳을 만나면 잠시 쉬어가면서 배도 채우고 눈도 호강하고. 조으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가던길로.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나라여서 그런지 가는길에 터널이 참 많다.



한참동안 터널을 지나고 산자락을 넘어가면서 달리고 또 달려간다.


스위스는 산자락에 위치한 국가여서,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에는 통제를 하는 도로들이 많다고 한다. 처음 스위스 여행계획을 세웠을때는 스위스의 인터라켓 가는 길 근처에 Grimsel pass 라는 길이 멋진 코너링과 드라이브 하기에 그렇게 멋지다고 들어서, 그림젤 패스를 가볼까도 했었는데 우리가 스위스에 도착하는 4월에는 패스가 문을 닫는다고 하여 아쉽지만 포기.


우리가 체르마트를 가기위해 지나가기 위해서는 Furka pass라는 고갯길을 넘어야 하는데, 눈이 많이 와서 혹시나 패스가 닫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네비가 안내하는 길로 일단 직진.



가는 길목이 심상치 않다. 어른의 허리높이 만큼 쌓여있는 눈더미. 그래도 도로는 눈이 말끔하게 치워져있고, 앞에도 드문드문 차들이 가기에 지나갈 수 있겠지 라는 희망을 안고 Furka pass로.



그런데!!

우리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저 거대한 눈 더미와 통행금지 표시.



하아..앞길이 구만리구나. 눈앞에 끊긴 길을 보고도 믿기지 않아 차에서 내려 이리보고, 저리 보고.



길 주위 풍경을 보니, 이 동네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눈오면 꼼짝없이 갇히겠구만.



나중에 지도를 보니 이 푸르카 패스라는 곳은 급경사가 많아 보통때도 조심해서 가야하는 구간이라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당연히 통제를 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문제는 스위스에는 이러한 pass 구간이 많다는것.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미시령, 한계령의 '령'에 해당하는 곳인데, 말이 미시령이지 알프스 산에서의 이런 고갯길 운전은 그야말로 곡예운전이다.


가려던 길은 막힌데다가, 이런 길의 정보따위 안중에도 없이 계속 막힌길로 안내하려는 네비게이션을 버리고 온전히 지도를 보고 길을 가보기로. 대부분이 산악지대라 길도 많지 않아 우리에게 주어진 옵션은 오직 한가지였다. 

아래 이탈리아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서 체르마트로 가는것.



그래서 결국 푸르카 패스를 통해 금방 체르마트 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이렇게 빙빙 돌고 돌아(이탈리아까지!)서 원래 가려던길의 4, 5배나 되는 거리를 가게 생겼다.

예상도착시간도 오후 5시에서 예측불허로.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이탈리아 구경하게 생겼네. 허허. 그나마 뚤린 길이 있다는게 어디나며 긍정마인드로 출발!



우리가 가려는 Locarno 방향 표지판이 보인다. 근처에 캠핑장 표시도 같이.



남쪽으로 내려오니 이곳은 계절이 봄이다. 좀전에 온통 눈으로 덮인 세상과는 달리 이곳에는 올해 처음으로 보는 개나리가 활짝!



호숫가 옆에 위치한 도시라 그런가 휴양지 느낌이 물씬!



길가에 핀 꽃.



어디 남부 프랑스라도 온 느낌.





여행 후 처음으로 봄이라는걸 만끽하며 드라이브.



여기서부터는 이탈리아 입니다. 역시나 심플한 국경안내.




왠지 부자들의 휴양지 같은 동네.



길가에 여기저기 푸릇푸릇한 나무들과 남국의 야자나무들. 잠깐만 아랫동네로 내려온건데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호숫가를 끼고 마음껏 드라이브.

관광버스가 가득한것으로 미루어 인기 휴양지인듯한 도시를 지나치고.



이제 다시 북쪽으로.


저기 뭔가 국경 검문소 같은게 보이는데,



오호, 국경이다. 이탈리아의 영역은 여기서 종료라는 안내표지.

들어올때도 심플하게, 나갈때도 심플하게.



따뜻한 봄을 잠시나마 만끽할 수 있었던 이탈리아를 떠나 다시 북쪽 스위스로 올라오니 겨울로 계절이동. 어떻게 이렇게 극과 극일수가 있지. 게다가 이제는 눈발까지 날리기 시작한다.



조금 오다가 그치겠지 생각했던 눈이 심상치 않다. 날씨가 어두워 지면서 갑자기 눈보라로 바뀌기 시작. 게다가 점점 오르막길.

이대로 계속 가도 되는건가, 우리는 이런 날씨에 대비한 스노우 체인도, 스노우 타이어도 없는데. 그래도 도로에 스위스 번호판을 단 차들이 간혹가다 보이기에, 그래 현지인들도 가는데 우리도 갈 수 있겠지 하며 일단 최저 속도로 가보는데.

시속 20km로 가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차가 헛바퀴 돌면서 미끄러진다. 지금까지 한참을 올라왔길래 이 눈길에 다시 내려간다는것도 위험하고, 그냥 가던길을 계속 가자니 불안하고. 아 어쩌지...


일단 우리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핸드폰에서 외교부 비상연락 앱도 켜놓고, 비상 전화번호도 저장해놓고. 다시 가보자.

눈은 더 심하게 내리고, 아까부터 한 두대씩 보이던 차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차가 계속 미끄러지고 눈보라가 너무 심해 시야도 잘 안보이고, 정말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어릴때 보았던 한 캐네디언 가족이 여행중에 눈속에 고립된지 몇일만에 발견, 결국 아빠는 죽고 엄마와 아이들만 살아났다는 뉴스 기사가 생각나고. 그때 당시에는 그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와보니 '그게 우리 얘기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별의 별 생각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조금 더 가다보니 산 정상의 휴게소 같은 건물이 보여서 일단 정지, 저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서 도움을 청해보기로 했다. 안에 들어가니 주인아저씨와 어느 가족손님 한 테이블이 있었다. 주인아저씨한테 혹시 스노우타이어나 스노우체인같은게 있는게 물어보고. 아저씨는 당연 그런거 없다고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른 우리는 '밖에 눈이 많이 오는데 우리는 스노우체인도 없고 그래서 큰일이다.' 라고 설명하니 이 이탈리아계 주인아저씨 쿨하게 그냥 가면 된다고 한다. 읭?


이 아저씨 우리 영어를 제대로 알아들은거 맞는건지, 내가 아저씨! '위 윌 다이(We will die, 우리 죽을지도 몰라요)' 라고 말하자 이 아저씨 또 쿨하게 '노 프라블럼' 이라고 외친다. 그러고는 아저씨가 우리더러 어디까지 가냐고 묻길래 체르마트까지 가야한다고 말하자 또 '노 프라블럼' 이라고 대답하더니 1km만 더 가면 된다고 한다. 이 아저씨 뭔소리래, 체르마트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뭔 1km지? 여튼 아저씨와의 원활한 대화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아저씨의 '노 프라블럼' 만 믿고 1km만 더 가면 뭐라도 나오겠지 하며 다시 차에 올랐다.


눈보라를 헤치며 가다보니, 어라? 정말 1km 뒤에 눈이 그쳤다. 정확하게는 눈이 그쳤다기 보다 1km 부터 고갯길이 끝나고 도로에는 열선이 깔리고 군데군데 터널이 뚤려있다. 우리는 서로 다행이다를 외치면서 아까 아저씨 말이 진짜 맞네. 1km만 가면 된다더니 진짜네!를 반복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고갯길이 끝나고 산을 넘어 내려온 길.



아까와는 달리 너무나 평화로운 길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죽을똥 쌌던 그 길은 Furka Pass와 마찬가지로 스위스 패스 중의 하나인 Simplon Pass. 그리고 그 휴게소가 위치한 곳은 심플론 패스의 정상이었던 모양이다. 휴게소 주인아저씨가 말씀하신건, 휴게소에서 1km만 더 가면 패스가 끝나고 도로에는 열선이 깔려있어서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이었던것 같다.

위험한 고비를 한고비 넘기고나서 속으로 기도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아펜젤을 떠난지 8시간 만에 도착한 마을 Randa. 이번에는 예약한 호텔을 찾으러 빙빙빙.



이곳에도 한바탕 눈이 내렸다 보다.

무릎까지 푹푹빠지는 눈밭을 헤치며 겨우겨우 호텔을 찾아 들어간 시간은 우리가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늦은 10시.

주인 아주머니도 우리가 오기로 한 시간에 오지 않아 눈때문에 못오는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단다. 호텔 레스토랑은 이미 다 닫았다며 걱정하시는 아주머니께 괜찮다고 말하고 보니 저녁식사시간도 훨씬 넘긴 시간이었는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그동안 배고픈것도 모르고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찾아온 안도감과 공복으로 우리의 비상식량인 라면을 밥통에 열심히 끓여서 고픈 배를 채우니 이게 바로 천국이구나.


오전까지만 해도 아펜젤 치즈공장 구경하면서 여기 오기를 참 잘했다 좋다 행복하다를 연발하다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에 알프스 산자락에서 죽을고비를 맞이하고. "인생 참 한치 앞도 모르는거구나"라는 생각이 든 이날의 여행.




Posted by 빙그레씨



우여곡절끝에 머물게 된 아펜젤의 B&B.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분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생각외로 너무나 잘 정돈되고 깔끔한 방.



2층의 맨 구석진 방이 우리의 첫 스위스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곳.

아늑한 다락방 분위기의 알프스 소녀감성 물씬 자극하는 곳. 너무 조으다.



왠지 아이들 방이었을 것 같은 이곳.

침대 사이즈가 성인 사이즈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단신의 동양인의 사이즈엔 꼭 들어맞아서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좁지만 화장실도 깔끔깔끔.

민박집이라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방안에 화장실도 있고, 좋구나!



방 한켠에는 아펜젤 전통 문양의 서랍장이. 어릴때 할머니댁에 가면 늘 보아왔던, 할머니와 세월을 같이 했던 오래된 서랍장을 생각나게 했다.



뭐, 환영한다는 인사말이겠지?


아펜젤은 스위스에서도 독일이랑 접해있어 사용언어가 독일어권이라 할머니와 대화는 되지 않았지만 만국공통어인 바디랭귀지로 의사소통.



스위스 B&B 공식 허가증 같아 보였던 인증마크. Gaste Zimmer. Gaste = 손님, Zimmer = 방. 즉, 게스트하우스란 뜻.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일주일 독일에 있다 왔더니 왠만한 단어는 대충 알겠다.

이 곳은 N.Koller 할머니 할아버지네.



문 앞에 써있던 저 암호같은 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Koller 할머니 댁에서 꿀잠 잔후, 다음날 조식 먹으러 1층 내려가는 길.



1층 응접실 한켠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전통 문양의 장농이.




피아노 위에 놓여진 아펜젤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들.



Appenzeller bier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림으로.



미리 세팅되어 있던 식탁. 



할머니께서 빵과 잼을 가져다 주시며, 커피마실건지 쥬스를 마실건지 물어보신다.

난 당연 커피.



할머니의 취향을 엿볼수 있는 커피잔.



아펜젤이 치즈로 유명한 도시기에, 할머니께 혹시나 아펠젤 치즈를 맛볼수 있냐고 여쭤보았더니 흔쾌히 "그럼, 물론이지" 라며 햄과 치즈를 가져다 주셨다. 원래 치즈를 잘 못먹어서 그냥 맛이나 보려고 꺼낸말이었는데, 할머니께서는 커다란 치즈덩어리를 꺼내오시더니 숭덩숭덩 그자리에서 저만큼이나 많이 썰어주셨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밥먹을 때 김치가 빠지지 않듯, 스위스에서 주식에 항상 빠지지 않는 치즈. 그래서인가 다들 냉장고에 커다란 치즈 한덩이씩은 있는것 같았다.



곱게 차려진 이날 아침 식단.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빵도 맛있고, 잼도 맛있고, 햄도 그리고 의외로 치즈도 맛있어서 너무나도 만족했던 아침식사.



짧게 하룻밤 신세진 스위스 Koller 할머니 댁. 여유만 된다면 더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던 곳.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가야할 길이 멀었기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작별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스위스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날 잠깐 머물고 떠난 동양인 여행자 둘을 기억하고 있을까?


+숙소

N.Koller GuestHouse(B&B)


숙박료

2인 1박 (조식 포함, 무료인터넷) : 110CHF(스위스프랑) 



Posted by 빙그레씨

우리의 이번 목적지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나라, 요들송의 나라 스위스위스!


처음 우리가 여행 루트를 짤때 스위스는 많은 욕심내지 말고 그냥 가고싶은곳 딱 한군데만 가보자며, 마테호른봉으로 유명한 체르마트만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인생이 뭐, 항상 생각대로 되는것은 아니기에 퓌센에서 체르마트까지는 거리가 상당한데다(게다가 산지대라서 시간도 한참걸리는 루트), 오후 늦은시간에 출발해서 저녁에 잠잘곳도 필요하고 해서 멀지 않은 스위스 어딘가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체르마트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바로 아펜젤.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이름의 작은 도시이지만(사실 우리도 이날전까지만 해도 이 도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치즈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기대했던건 바로,




이러한 구릉구릉한 초원 한자락에서 해보는 캠핑!!!

정말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놀것 같은 초록 잔디가 넓다랗게 펼쳐진 초원지대에 텐트 하나 쳐놓고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을 쳐다보면서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캠핑!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스위스를 향해서 출바알. 룰루랄라.



퓌센에서 스위스 아펜젤로 가기 위해서는 오스트리아를 거쳐서 가게 된다. 덕분에 오스트리아 땅도 밟아보게 생겼네. 



이 길로 가면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 브레겐츠 방향이라고 알려주는 도로 표지판. 표지판에 오스트리아(A)와 스위스(CH) 방향이라고도 나와있다. 드디어 프랑스,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를 가보는구나. 조금 설렘.



"여기서부터는 오스트리아 입니당". 

EU의 많은 국가들이 국경에 저렇게 도로표지판 마냥 국가표지판(?)으로 이곳부터 다른나라임을 표시.



잠깐 거쳐가는거긴 하지만 드디어 오스트리아 땅. 


독일은 고속도로 이용료가 따로 없지만, 오스트리아는 비넷이라 불리는 고속도로 이용 티켓을 구입 후 차량에 부착해야지만 한다. 그 비넷이라는게 최소 7일권부터 있기에 정말 잠시 몇시간, 아니 몇분간만 지나가기 위해 이 비넷을 사야하는게 아까워서 왠만하면 오스트리아를 안거쳐가거나, 아님 국도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야속한 네비게이션은 자꾸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로 우리를 안내. 하는 수 없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7일권 비넷 구입. 



오스트리아에서 스위스는 국경 건너온지도 알지못하고 건너옴.

EU국가들중에서는 따로 국경에 별다른 표시가 없는곳도 많고 그래서 국경을 넘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한국에서 로밍신청한 핸드폰 통신사에서 "스위스, 분당 발신요금 얼마, 수신요금 얼마" 라고 보내주는 문자때문에 "아, 우리가 지금 스위스에 와 있구나" 하고 알게 될 정도.




처음 마주하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



마을을 통과해 꼬불꼬불한 오르막길로 계속 올라가니 산등성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보인다.



꽤 많이 올라왔는지 아까 지나온 마을이 깨알같이 보이고.




오르고, 오르고 계속 올라간다. 산꼭대기까지 갈 작정인가.



다시 마을이 나타나고,



왠지 도시 초입 분위기. 구릉구릉한 마을. 이제 다 온걸까?



반가운 아펜젤 표지판. 직진하면 나오나보다!



어라, 근데 계속 올라간다?

그리고 올라가다보니 지나오면서 보아왔던 구릉구릉한 초원은 온데간데 없고 눈덮힌 산자락이 나타나기 시작...


목적지로 설정한 캠핑장에 도착하긴 했는데, 아뿔사!!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스위스에 왔다는걸 우리가 깜박했다.

유럽의 왠만한 상가나 공공기관도 문닫는 시간이 상당히 이른편인데(우리나라에 비해서), 스위스 같은 경우는 5시면 칼같이 문닫고 집에 간다고. 우리가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은 5시 2분. 혹시나 하고 리셉션에 가보니 정말 칼같이 문닫고 퇴근했다...


이럴수가. 


혹시나 하고 캠프사이트를 한번 둘러보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캠핑장은 눈으로 덮혀있어서 카라반이나 캠핑카를 가지고 온 캠퍼 외에 텐트는 눈씻고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텐트를 치고 잔다면 바닥에 쌓여있는 눈을 다 치워야 할텐데, 이러나 저러나 난감하긴 마찬가지.



저 아래 마을 풍경은 평화로워 보이는데. 

아펜젤에서 캠핑장은 이곳 한군데 뿐인데다가, 시간이 늦어서 다른 도시의 캠핑장을 가도 마찬가지 일거라, 일단 오늘 잠잘곳을 알아보러 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독특한 무늬의 아펜젤 전통 건물.



마을에 들어가서도 헤메기는 마찬가지. 워낙 일방통행길이 많은데다가 도로가 좁아서 이 길을 들어가도 되는건지 아닌건지 알수도 없고. 결국 에라모르겠다 해서 들어갔더니 역주행. 지나가던 행인이 거기 들어가면 안된다며 손짓하는데, '우리도 방금 알았다구요 ㅠㅠ'. 결국 같은자리를 몇 번이나 돈 후에 찾아간 마을 중심지.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는게 느낌이 심상치 않다. 생각해보니 이날이 일요일이라 왠만한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은것. 길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관광객일뿐. 문연곳은 호텔 아니면 펍. 왠지모를 불안감을 안고 오늘 묵을 숙소에 대해 알아보러 투어인포센터에 갔다.


아뿔싸! 투어인포센터도 영업시간이 5시까지였다. 어쩌지? 애꿎은 닫힌 문만 한번 흔들어보고.


갑자기 오늘 잘곳이 불투명해지자 불안감이 엄습. 여기는 산꼭대기 도시라, 다른데 갈곳도 없는데. 일단 이 도시의 호텔들을 다니면서 빈방이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는데, 아니 여기는 호텔직원들도 일요일이라 그런가 보이지도 않는다. 몇군데 호텔들은 그냥 로비에 비치되어있는 브로셔만 가지고 나왔는데 역시 스위스 물가, 가격이 상당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남편이 호텔한군데 들어가서 이곳에서 가장 싼 호텔이 어디인지 물어보자고 제안. 아니 남의 영업장에가서 '야 여기서 젤 싸게 파는데가 어딘지 알아?' 라고 물어본다는게 가능한거야?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심정으로 그나마 스태프가 보이는 호텔에 들어가서 "여기 1박에 얼마니?, 아 우리한테 너무 비싼데 혹시 다른데 싼 호텔 알고 있니?" 라고 얼굴에 철판깔고 질문.


다행히도 그 친절한 스태프는 동네 호텔들에 모두 전화를 걸어가며 각 호텔별 가격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우리에겐 너무나 부담되는 가격들.

어쩌지, 어쩌지. 우리가 대략 난감하고 있는데 스태프가 좀전에 말한곳이 여기서 젤 싼데이고 이 도시에서 그 보다 싼 호텔은 없다고 알려주는데 1박에 대략 우리나라돈으로 25만원 정도 였다. 하루에 3만원하는 캠핑장에서 자다가 갑자기 25만원이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는 돈이 없는데 혹시 이 동네에 호텔말고 게스트하우스나 민박같은데는 없니?' 라고 물어보니 두세군데정도 게스트하우스가 있단다! 그리고 또 친절하게도 그중에 가장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하루숙박 금액과 빈방이 있는지도 대신 확인해주고. 금액도 나쁘지 않고(다른곳들에 비하면) 다행이 빈방이 한개 있다고 해서, 그 곳에 묵기로 결정.


정말정말 친절한 호텔 스태프 언니덕에 오늘밤 잘곳이 생겼구나. 



호텔 언니가 알려준 게스트하우스 가는 길. 이동네는 관광지랑은 조금 떨어진 정말 거주자들만 모여있는 한적한 주택가 같았다.



드디어 도착! 우리의 첫 스위스 숙소. 아펜젤 전통 가옥 스타일의 B&B. 

이날은 정말 다행이다를 마음속으로 몇번이나 외쳐댔었는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론은 해피엔딩!



Posted by 빙그레씨



다음 목적지는 디즈니사의 로고로 쓰여서 유명해진 노이슈반스타인 성이 있는 퓌센(Fussen). 퓌센 근처에서 캠핑하기 위해 근처 캠핑장을 알아보았지만 퓌센에는 캠핑장이 없고,가까운 동네인 슈방가우 근처에 몇개 캠핑장이 있는것 같길래 그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캠핑장을 향해 가는길에 남편이 저길 보라며 손짓하는 곳을 쳐다보니,



말 목장이라고 해야하나? 저곳에서 몇몇 어린아이들이 조랑말을 타고 승마연습을 하고 있었다. 

유럽에 와서 느낀건데 이곳 사람들은 참으로 취미생활이 다양하다. 프랑스에서 데카트롱에 캠핑장비 사러갔을때 그곳에서 축구, 야구, 테니스, 등산 등의 운동용품은 물론이거니와 캠핑, 발레, 낚시, 승마, 카누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운동용품을 팔아서 놀랐었는데. 승마도 단순히 말 목장에서 체험을 하는게 아니라, 자기 말을 가지고 말 전용 트레일러에 실어서 저런 목장에서 본인 말을 타고 연습을 한다. 말 한마리 가격이 거의 차 한대 가격이라던데 본인 말을 가지고 다닐정도의 경제적인 여유가 부럽기도 하고, 사회 전체가 저렇게 다양한 레저를 즐기는 분위기라는 것도 부러웠다.


뭐, 부러운건 부러운거고 일단 우리는 당장 우리 몸 하나 뉘일 곳이 필요했으니 굴러라 유럽 책과 ACSI 책자를 참고하여 근처 캠핑장 후보지 두군데를 선정, 일단 한번 답사를 하기로 했다. 

처음 간 곳은 리셉션이 열지도 않은데다 그닥 특색이 없는 곳이라 패스, 다음 후보지 캠핑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도착한 두번째 캠핑장은 우와아아아,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게 만들정도로 멋진 호숫가 바로옆 캠프사이트!






영화에서나 나올것 같은 호숫가 캠핑장 풍경에 한참을 이곳에서 서성거리고. 체크인 해야 하는데 발길 떼야하는게 힘들었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아직 눈이 채 녹지 않을 정도의 추운 날씨. 게다가 점점 날이 흐려지는게 곧 비나 눈이 올거 같아서 텐트를 쳐야 할지 아니면 전날 미텐발트에서 묵었던것 처럼 캠핑장 내의 아파트먼트 같은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이틀이나 아파트먼트에서 묵게되면 예산이 꽤 많이 들게 되고. 돈이냐 편안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결국 추운데 밖에서 자기도 싫고 비나 눈이 오면 텐트 치고 걷는것도 힘들어서, 이번 한번만 더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아파트먼트에서 자기로 하고 리셉션에 가서 체크인.


허나 우리의 이런 고민이 모두 무색하게도, 하필!! 이날 단체 수학여행온 학생들이 있어서 빈방이 없다고. 우리에겐 텐트외에는 옵션이 없었다. 정말이지 이날만큼 텐트에서 자고 싶지 않았던 날이 없었던것 같다. 이 추운날 텐트 숙박이라니...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것 같은 날씨, 우리 텐트 주변으로는 모두 permanent 캠퍼들. 한마디로 이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처음엔 호숫가 바로 옆에 위치한 캠핑장이라 좋았던 첫인상이, 점점 흐려지는 날씨 슬슬 내리기 시작하는 비인지 눈인지 모를 그것. 그리고 왠지 난민촌 같아 보이는 permanent 캠퍼들의 판자집 같은 카라반들 때문에 썩 유쾌하지 않아졌다.


얼른 텐트를 치고 리셉션 건물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겸 까페에서 따끈한 커피한잔 하기로.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처럼 보이는 단체손님들은 알고보니 스태프들. 진짜 손님은 우리 둘뿐!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잔을 주문한 후 버릇처럼 핸드폰을 열었는데...어라??? 인터넷이 잡힌다!!!!

리셉션에서 체크인할때 와이파이 쓰려고 2시간짜리 이용권까지 구입했는데, 럴수럴수 이럴수가..까페에서 무료 인터넷을 쓸 수가 있었다니! 덕분에 우리는 다음날 갈 곳에 대한 정보 써치 및 그간 밀렸던 한국 소식 확인까지 커피 달랑 두잔 시켜놓고 한 세시간동안을 서로 말도 안하고 인터넷만 했었다. 

추운 텐트에서 덜덜떨면서, 공유도 안되는 한개의 패스워드로 서로 "나도 와이파이 좀 써보자" 라며 실갱이하며 남은 1분도 아까워서 빠득빠득 알아볼거 다 알아보며 시간 다되어 끊기면 그제사 아쉬운 입맛을 다셔야 했던 이제까지의 인터넷 사용 환경을 생각하면, 이곳은 천국임이 분명하다. 따뜻한 실내에서 커피한잔의 여유와 함께 누리는 인터넷 천국이여!!




텐트로 돌아와 저녁거리 준비. 


오전에 ALDI에서 장본것들을 풀어놓으니 뭔가 꽤 많아보인다.

독일 여행에서 젤 좋았던 점은 바로 장보기였던 것 같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저렴한 물가에 특히나 유기농에 민감한 이나라 국민들 특성때문에 왠만한 식재료에 bio가 붙지 않은건 찾아보기도 힘들다. 덕분에 저렴하면서도 안전한 먹거리들을 마음것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쌀과 똑같이 생긴 쌀도 팔고(보통 500g에 1유로선) 해서 먹는데는 걱정이 없었다.



이날 저녁은 닭가슴살 구이를 곁들인 토마토 파스타와 토마토 모짜렐라 샐러드. 슥삭슥삭 조리해서 샤샤샥 담으면,



짜잔- 오늘의 요리 완성. 더불어 ALDI에서 산 맥주와 함께.(근데 ALDI에서 파는 맥주는 맛없다. 파는 맥주가 이거밖에 없어서 사오긴 했는데)



다음날 아침, 밤새 내린 눈때문에 쫄딱 젖은 텐트를 말리지도 못하고 대충 물기만 털어내고 텐트 접기. 완전 찝찝하다.(결국 이날 눈비 맞아서 축축해진 텐트를 결국 일주일동안 펴지도 못하고 썩히게 되는 일이 생길 줄 이날은 몰랐었지...)

텐트안에서는 다행히도 전기장판덕에 춥지 않게 잘 수 있었는데, 샤워실에서 우리 텐트 사이트까지 왔다갔다 하는데 계속 눈비 맞으면서 다니려니 춥고 기분도 참...그랬다. 여튼 아침일찍 정리하고 바로 이날의 목적지로 이동.



월트디즈니사의 로고로 쓰여 유명해진 노이슈반스타인 성. 

아마 노이슈반스타인 성은 들어본 적 없어도, 저 로고에 나와있는 성은 다들 한번쯤은 봤을 듯. 실제로 보면 그렇게 멋질수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오로지 저 꿈과 환상의 성을 직접보기 위해 퓌센에 온 우리.



아침 일찍 부터 티켓부스에 줄이 상당하다. 우리와 비슷한 시간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도착해서 왠지 모르게 우리도 같은 일행인것 마냥 사이에 끼어서 티켓팅. 노이슈반스타인성은 아무때나 입장하는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대 별로 입장이 가능한데다, 각 언어별 안내가 지원되어 티켓살때 원하는 언어를 말하면 된다. 다행히 한국어 안내도 지원이 가능! 그리고 남편은 한국에서 미리 만들어간 국제학생증 덕분에 반값으로 입장료 구입!(방통대도 국제학생증 발급이 가능해서 유용하게 써먹었다)

 


노이슈반스타인 성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호엔슈방가우 성. 티켓살때 노이슈반스타인 성과 호엔슈방가우성을 함께 보는 티켓도 판매하였는데,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디즈니성!



산꼭대기에 위치한 성에 가기위해서는 이런 길을 계속계속 오르고 올라야 한다. 가이드북에는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한다고 되어있었던것 같은데 뭐 서울에서 남산한번 올라가본적 있는 사람들에겐 이정도는 껌.



걸어올라가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말이 수레에 싣고 언덕까지 올라가긴 하는데 완전 꼭대기까진 안가는게 흠. 물론 유료다.



계속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간다.



저어기 아래에 올라 올 때 보았던 호엔슈방가우 성이 까마득하게 멀리 보이고.



그리고 드디어 마주한 노이슈반스타인성, 두둥. 근데 뭔가 좀 이상하다?



이러한 멋진 전경을 기대하고 왔는데...



안개에 가려서 성의 멋진 모습이 하나도 안보인다!!! 대실망. 

그래도 내부 구경은 판타지 성에 입성한것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다. 안타깝게도 사진촬영이 허용되지 않아 눈으로 보고 머리로 기억해야 했지만 루드비히 2세가 이 성을 짓기위해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었구나, 하는 감상으로 마무리.


나오는길에 기념품 샵을 지나, 성 안에 있는 까페에서 잠시 커피 한잔만 하고 나가기로. 근데 이곳은 뭔가 셀프다?

샐러드 부페 레스토랑 한켠에 있을것 같은 커피머신에서 원하는 내용을 뽑은 후에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시스템.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아메리카노라는 메뉴가 없다. 에스프레소나, 라떼, 카푸치노는 있는데. 흠.. 뭐지?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면 에스프레소 버튼을 일단 누른후에 뜨거운 물 버튼 눌러서 타 마시면 되는건가? 해서 두잔을 각기 에스프레소 + 뜨거운 물로 아메리카노 완성!

근데 찾을땐 안보이던 웨이트리스가 우리한테 다가오더니, 에스프레소 2유로, 뜨거운물 사용 2유로 한잔에 4유로를 내란다!! 아메리카노는 알고보니 다른 이름으로 따로 메뉴가 있었는데 우리는 몰랐을 뿐이고. 사정을 설명해 보아도 뜨거운물은 차 마실때 사용하는 메뉴라서 돈을 받아야한다고. 결국 두 잔에 8유로 지불. 아까운 내돈, 결국 이 맛없고 비싼 커피를 마시면서 우리는 하나 깨달은게 있었다.


"모르면 무조건 물어보자"



노이슈반스타인 성에 오기전에 미리 알아본 사전정보에 의하면 이 성의 전경을 제대로 보기위해서는 성 건너편에 위치한 마리엔 다리위에서 그 멋진 뷰를 제대로 감상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 마리엔 다리로 고고씽.


근데 겨울이라 눈이 많이 와서 아직 제설작업을 하지 않아 마리엔 다리로 들어가는 입구에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이. 결국 이것도 안되는건가 하고 포기하려고 하는데, 어라?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가기 시작한다? 어떻하지? 나도 가보고 싶은데. 워낙 원칙주의자인 남편은 들어가지 말라고 한데니까 들어가면 안된다고 하고, 근데 눈도 많이 녹은데다가 다들 가는데 이럴때 다같이 가면 좀 안전하지 않을까 싶어서 마음은 좀 찔리지만 살짝 갔다와 보기로.



눈길, 빙판길을 한참 지나서 만난 마리엔 다리.



미리 올라간 사람들은 다리위에서 추억의 한컷을 담고.



마리엔 다리위에서 보이는 노이슈반스타인성.

와아, 이런 모습이었구나! 아직은 안개때문에 성이 많이 가려져있긴 하지만 그래도 성의 전경을 보니 아까와는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멋지다 정말 멋지다.



아침부터 흐린날씨에, 커피값 실수에 웅크려져있던 마음도 가뿐해져서 하산.


이제 다음은 어디로 갈까나?


+ 캠핑장 정보

camp bannwaldsee 


요금

차1 + 사람2 + 텐트1 + 전기(핫샤워 무료) : 1박 26유로.


Posted by 빙그레씨




아침 일찍 캠핑장을 나와 장보러 가는길. 이른 아침이라 도로에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고, 날씨는 안개가 자욱한데다 풍경은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뿐이라 분위기가 더욱 스산하다.




어제 캠핑장 가는길에 지나친 가르미슈파르텐키헨을 다시 지나서,



우리가 도착한 곳은 독일의 대형 마트 체인, ALDI.

나중에 여행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깨닫게 되었지만 식료품 구입면에서 ALDI는 비추. 종류도 별로 없고 특히나 우리가 기대했던 독일 맥주는 정말 싸구려 맥주들만 있어서 마구마구 실망했던 기억이. (하지만 싸긴 정말 싸다) 






마트에서 당분간 먹을 식량을 한가득 산 뒤에 다시 왔던길을 되돌아 미텐발트로. 덕분에 가르미슈파르텐키헨은 무려 세번이나 지나치게 되었다.




드디어 미텐발드 도착!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도시 내 주차. 이곳에서도 어디에 차를 세워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일단 길가에 현지인이 차를 주차해 놓은게 보여서 따라서 주차를 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주차정산기가 보이지 않아 혹시나 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여기에 주차하는건 등록된 차량만 가능하단다. 조금더 가면 공영주차장 같은게 있으니 그리가서 주차를 하라는 친절한 조언까지. 물어보길 잘했다. 그냥 주차하고 돌아다녔으면 아마 벌금이 어마어마 했을텐데.



공영주차장에 편안히 주차를 하고, 본격 시내 구경.

가장 먼저 보이는 Rathaus. 우리식으로 따지면 시청같은 건물이다. 

독일 여행내내 어딜가나 Rathaus라고 써있는 건물이 많이 보여서 처음에는 저게 투어인포 센터인가?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청이란다. Rathaus는 보통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처음가는 도시에서는 길을 모를땐 그냥 Rathaus를 중심으로 돌아다니거나 아님 Tour info center에 가서 맵을 얻거나 둘 중하나 골라서 시작해도 반은 성공!



이곳은 Rathaus 바로 옆이 Tourist Information center였네!

이곳에서 미텐발트에 대한 브로셔와 맵을 얻은 뒤, 다시 본격 동네 구경!





미텐발트는 도시 대부분의 건물 벽에 그려져있는 중세 프레스코화로 유명하다. 그래서 동네를 돌아다니며 그림 구경하는게 쏠쏠하다.



기념품 가게 창가에서 무언가를 유심히 보고 계시던 노부부. 우리나가 같으면 할머니가 창가에서 무언가를 보고 계시고 멀찌감치 할아버지가 서있는 그림이 일반적인데 여행하면서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는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다정해 보이는 분들이 많았다. 



마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서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유럽형 거리 분위기가 연상되는 마을 중심가.



조금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때가 되어 들어간 케밥집. 독일에서 값싸고 배부르고 맛있게 한끼를 때울수 있는 곳은 케밥집 만한곳이 없다. 그런데 그런생각은 우리만 하는건지, 아니면 우리만 가난한 여행자 인건지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은 우리뿐.



뭘 먹을까? 고민하는게 아니라, 어딜가볼까? 고민중.




각자 메뉴 한개씩을 주문했는데, 세상에 내가 주문한 케밥은 내 팔뚝만해서 결국엔 저 케밥은 다시 포장하여 비상식량으로 먹기로. 이렇게 두개에 13Euro.  




두둑히 배를 채우고 향한 다음 목적지는 바이올린 박물관.

박물관이라길래 보통 생각하는 국립 xx 박물관, 현대xx 박물관 같은 외관을 생각하고 갔더니, 일반 주택가 중간에 마치 누군가의 가정집으로 위장한것 같은 모습으로 살포시 존재하고 있어서, 벽에 걸린 조그만 바이올린모양의 간판이 아니었다면 그냥 일반 가정집이라 생각하고 못찾을뻔 했다.(하지만 그런게 또 매력적이기도 하다. 웅장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있는듯 없는듯 주변과 어울리는 공간)


사실 미텐발트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이곳에는 바이올린 만드는 학교도 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바이올린 장인이 이 학교 출신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바이올린을 켜본적도 없고, 바이올린이야 뭐 그냥 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거 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이 곳에서 바이올린 제작 학교의 학생들이 어떻게 바이올린을 만드는지에 대한 영상을 보고 나니 나도 저렇게 악기를 만들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나의 바이올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괜히 장인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까지.(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방망이 깎던 노인도 생각나고)




미텐발트는 알프스의 한자락에 위치한 도시라 겨울도시의 느낌이 물씬.

여름에는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하다던데 4월의 미텐발트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도 찾기 힘들정도로 춥고, 쓸쓸했다.




동네에서 왠만한건 다 구경한 뒤라, 괜시리 중앙역 기차길도 한번 구경해 보고.

그래도 시간이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브로셔에 나와있는 내용중에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Giant Telescope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이거다!


케이블카 승강장은 대충 방향만 인지하고 걸어가려 했건만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아, 안되겠다 싶어 주차장까지 다시 내려와서 차를 가지고 올라가기로.(걸어갔으면 후회할뻔, 차를 가지고 10분이나 가야 승강장이 나오더라.)




브로셔에 나와있던 "Giant Telescope" 사진.

이걸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두근반, 세근반 하면서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갔건만, 동절기 운행 중단. 하아...


결국 미텐발트 구경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바로 캠핑장으로 이동하기로. 그리고 이날 캠핑장에서도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줄은 생각도 못했었더랬지.


Posted by 빙그레씨

별 특색없던 아우구스부르크 캠핑장을 떠나 뮌헨으로 가는 날.

매년 10월이면 수만의 인파가 몰려드는 옥토버페스티벌의 고장, 뮌헨! 비록 페스티벌의 계절은 아니지만, 뮌헨에 가면 맥주를 원없이 마셔봐야겠다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여행길을 떠났다.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뮌헨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 차 안에서 론리플래닛의 가르침 - 뮌헨에 가면 꼭 이 한마디를 써 먹어보라, "아인 비어 비테 Ein Bier Bitte(맥주한잔 주세요)"  을 실행하기 위해 열심히 반복해서 저 한마디를 중얼중얼. 나도 꼭 써먹어 보리라!


뮌헨은 근처 캠핑장에서 1박하며 구경하기로 했기 때문에, 먼저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에 '뮌헨을 구경하는데 1박만 해서 될까? 2박하면서 느긋하게 구경할까?' 라며 룰루랄라. 

캠핑장은 전날 ACSI 책자와 굴러라 유럽 책자를 참고하여 뮌헨 근교에 있는, 캠핑장에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곳으로 정한 뒤 직접 가서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출발한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한 캠핑장, Campsite Munchen-Obermenzing.

우리가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캠핑장 리셉션에는 사람이 없었고, 캠핑장 청소하는 중이어서 우선 체크인 하기 전에 캠핑장을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기대와는 달리 너무나도 썰렁했던 캠핑사이트와 그저 그런 화장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에 구름이 잔뜩낀 날씨까지 더해져 분위기가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안그래도 전날 묵은 아우구스부르크 캠핑장에 좀 실망했던터라 이번 캠핑장은 좀 더 경치도 좋고 시설도 좋은 곳에서 머물고 싶었는데, 그 전 캠핑장이랑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가지고 있는 책자를 총 동원해 다른 곳을 한번 더 가보고 결정하기로.

그렇게 해서 찾아간 두번째 캠핑장도 역시나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


대도시 근처 캠핑장이라 그런가 자연환경이 멋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도시랑 완전 가까운것도 아니어서 뮌헨 캠핑장들은 우리에게 메리트가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차라리 파리에서 지냈던것 처럼 뮌헨에서는 도시안에있는 자동차호텔에서 묵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결론을 내고, 네비게이션에 예전에 한번 얼핏 들어봤던 독일의 체인 호텔 'Motel One'을 검색, 찾아가기로 했다.


뮌헨에 진입하자마자 느껴졌던 대도시의 풍경. 이제까지 다녔던 도시들은 중세풍의 관광지 도시였다면 이곳은 마치 서울과 같은 고층빌딩에 현대식 건물들, 수트입은 사람들 등 다양한 현대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익숙한 풍경이면서도 새로운 느낌. 


하지만 어느 나라나 대도시에서 흔히 있는 '교통 체증'.


도심에 진입하면서부터 꽉막힌 도로와, 복잡한 도로 체계. 과연 지금 내가 가는길이 정주행인가 역주행인가, 이 길로 가도 되는건가 안되는건가. 살 떨리게 하는 일방통행로와 트램길. 네비게이션은 직진이라고 하는데 공사때문에 알지못하는 우회도로로 가야하는 상황들. 호텔을 찾아가는 과정부터가 패닉이었다.


그래도 우여곡절끝에 호텔을 찾아 차를 대고 체크인을 하려고 했으나, 무슨 호텔 주차장이 일반 게스트용 주차공간도 없어! 주차하려면 숙박키가 있어야 하는데, 숙박키를 얻기 위해서는 체크인을 해야 하고. 체크인 하려면 차를 세워야 하는데;;;

어쩔수 없이 주차장 게이트에 살짝 남편이 차를 정차시키고 혹시나 모를 상황에 차에서 대기, 나 혼자 체크인을 하러 호텔로 들어갔다. 파리에서 지냈던 etep 호텔에 비해 Motel One 시설이 너무나도 좋아서 속으로 횡재를 부르며 체크인을 하려했는데, 세상에나! Fully booked! 만실이라 방이 없단다. 다른 지점을 찾아가볼까도 했는데, 이미 스트레스 지수 99%에 다다른 우리는 차라리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이럴땐 포기가 참 빠르다.) 왔던 곳을 다시 지나서, 겨우겨우 뮌헨을 빠져나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


뮌헨은 건너뛰고, 그다음에 가기로 했던 미텐발트로 가기로 했다. 관광이고 뭐고 일단은 캠핑장으로 바로 가서 쉬기로하고 미텐발트 근처 캠핑장으로 출발.





미텐발트로 가는길.

날씨도 흐린데다가,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동네라 다른 지역보다 추운탓에 왠지 점점 계절을 거슬러가는 기분.

아, 뮌헨에서 '아인 비어 비테' 한마디도 못해보고 가게 되다니! 날씨도 우중충한데 기분마저 우울해졌다.




미텐발트 가는길에 지나게 된, 가르미슈-파르텐키헨.




조그만 동네인줄 알았는데 H&M도 있고, 큰 도시인가봉가






유럽에서는 어디를 가든, 도시 입구에서 맥도날드의 간판을 만날 수 있다.




미텐발트를 향해 가면 갈 수록 주변 풍경이 심상치 않다. 저 멀리 보이는 눈 덮힌 산자락.





이제는 길가에 녹지 않은 눈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젠 아예 대놓고 겨울 풍경. 아직 4월 초인데 이곳은 한겨울이구나. 




도착한 캠핑장, Camping Tennsee.




우리를 맞이해주신 캠핑장 고양이 집사님.

리셉션을 찾고 있는 우리에게 따라오라며 친히 안내를 해주심.




우리가 리셉션에 들어가자, 소임을 다하신 고양이 집사님께서는 리셉션 한켠에서 오롯이 제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집사님의 자세와 표정에서 연륜과 포쓰가 느껴진다.


이미 오는길에 겨울풍경을 실컷 본 우리는 오늘 텐트치는건 무리라고 생각이 되어 리셉션 데스크 직원에게 혹시 방갈로나 짐머(Zimmer)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다행히도 방이 있단다, 야호!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아우구스부르크 캠핑장에서 지불했던 숙박료가 총 32유로였는데, 여기는 방에서 자는데 46유로!




직원에게 받은 방 키를 들고 2층 계단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뚜둥! 이런 느낌!

방 안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갖추어져있는건 물론이고 키친까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치 팬션같은 형태! (나중에 알고보니 이러한 숙박시설은 아파트먼트라고 불렀다.)



근데 방안에 침대는 없고, 커다란 장농하나만 떡하니 있길래 잠은 어디서 자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남편이 혹시 이게 침대아냐? 라며 장농에 달려있는 고리를 잡아당기자,



뚜둥! 침대 완성!

이런걸 붙박이 침대라고 해야하나? 접으면 장농이되고 펼치면 침대가 되는, 좁은 공간에서 유용한 침대였다.



방 한켠에는 멋진 테라스도 있어서 꽤나 운치 있었다.

이 좋은 방을 단돈 46유로에 쓸수있다는 생각을 하니, 낮에 했던 고생이 모두 눈녹듯 스르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캠핑장 Main building 전경.

1층엔 리셉션 홀과 레스토랑이, 2층엔 우리가 묵는 아파트먼트형태의 숙소.




메인 빌딩 뒷쪽으로 돌아가니 저 너머로 보이는 캠프사이트의 카라반과 캠핑카들. (역시나 텐트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텐트 가지고 캠핑을 했더라면 저들 사이에 끼여있었겠지?




숙소에서의 저녁식사.

키친도 방안에 딸려있겠다, 모처럼 이것저것 만들어서 제대로 한끼 해먹기. 추운 몸을 녹이려 미역국도 끓이고 독일 소세지와 감자 볶음, 계란 후라이와 에그스크램블. 한국에서 가져온 김과 콩자반. 푸짐하다.







바깥도 슬슬 어둑어둑. 조명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하니 꽤나 운치있다.




밤이 되자 체크인 할때 리셉션에서 받은 웰컴 음료 바우처를 들고 1층 레스토랑으로.




캠핑장에서 무료로 제공해 준 아담한 사이즈의 칵테일로 이날 하루는 기분 좋게 마무리. 

Cheers!


+ 캠핑장

Alpen-Caravanpark Tennsee http://www.camping-tennsee.de/


캠핑사이트 뿐 아니라 Apartment 시설도 갖추고 있는곳. 레스토랑등의 부대시설도 훌륭.

캠핑카나 텐트를 이용하더라도 화장실 및 샤워실 시설이 훌륭해서 강추하고 싶은곳.

비수기의 Apartment 이용가격 46.2 유로.



Posted by 빙그레씨


로텐부르크에서 나와 로만틱가도를 따라 아우구스부르크로 향하는길.




차창 밖에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있고,



한적한 국도변.



비슷한 길위의 풍경들. 아직은 좀 황량한 느낌.




이동할때 목적지가 분명하면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가면 되는데, 우리는 목적지보다도 멋진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는게 목적이기에 프랑스에서 구입한 미쉐린지도는 정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남편은 운전해야 하기에, 조수석에 앉은 내가 지도를 보고 인간 네비게이션 역활을!(나중에는 지도만 보고도 우회도로 및 빠른도로까지 안내해줄 정도로 인간 네비 스킬업!)


+ 미쉐린 지도 활용 Tip.

미쉐린 지도에는 국도부터 고속도로까지 각 도로와 지명이 잘 표기되어있는데 이 중 경치가 아름답거나 유명한 드라이브코스는 초록색 선으로 덧대어져있다. 그래서 길을 따라 가다가 근처에 초록색 구간이 있으면 그길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멋진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준비할때는 이런 내용을 몰라서, 유명 드라이브 코스를 미리 알아보고 준비해왔는데 사실 이 지도 하나면 굳이 모든 드라이브 코스를 다 미리 알아 올 필요가 없다. 자동차 여행의 묘미가 미리 정해진 루트에 따르기 보다는 그때그때 마음내키는 대로 갈 수 있다는것 아니겠는가? 이 지도 하나만 들고 떠나도 충분히 멋진 길들을 다녀볼 수 있겠다.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조그만 마을도 통과하게 되고.






근데 달리다보니 참 풍경이 단조롭다. 



매번 만나게되는 넓은 들판들.

조금 더 날씨가 따뜻하다면 지금 보다는 멋진 풍경이겠지?




한참을 가다가 남편이 피곤하다고 하길래, 이런 때를 위해 내가 여행출발하기 전까지 아슬아슬하게 준비한 운전면허증을 꺼낼때가 되았군! 비록 초보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도로 연수도 받았겠다 내가 못할게 무에 있어, 라며 자신 만만하게 운전대를 바꿔 잡았다. 하지만 일반 국도라고 해도 시속 80-100km를 유지해야 하는 독일의 도로는 나에게 너무 무리잉가봉가. 그래도 직진만 하면 되니까 별 문제 없을거 같았는데 옆자리를 살짝 쳐다보니, 조수석에 앉은 남편은 이미 스트레스 게이지 up. 문제는 타고 가던 도로를 빠져나가 다른 도로를 타야하는데, 도로를 빠져나갈때 속도조절이 잘 안되어 살짝 감속한다는게 시속 30, 20, 10km... 뒤따라 빠져나오던 차들은 빵빵거리고;;


결국 빠져나오자 마자 갓길에 차를 대고 바로 운전대 교체.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아우구스부르크 캠핑장, Caravaning Park Bella Augusta.

별 세개짜리 캠핑장이어서 기본은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여행 중에 갔었던 캠핑장들 순위를 메기자면 하위권.

고속도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서 한밤 중에도 차들이 달리는 소리가 상당했다. 그리고 시설에 비해 가격도 상당.





한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캠핑장 리셉션에서 카드 키를 받아서 이 키로 차량진입시 게이트를 열고 닫을 수 있고, 화장실 및 키친등 Sanitary 시설이용할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놨다.

그리고 리셉션옆에는 샵이 하나 있어서 캠핑관련 물품을 판매하기도. 이곳에서 우리가 미처 구입하지 못했던 캠핑장용 어뎁터를 살 수 있었다. 유럽 대부분의 캠핑장에서 전기는 우리나라와 같은 220v 인데, 플러그 부분이 특이해서 전용 어뎁터가 필요하다. 전날 하이델베르크 캠핑장에서는 리셉션에서 이 어뎁터를 그냥 빌려주셨는데, 아무래도 90일 동안 계속 캠핑을 하려면 우리것이 필요했기에 이곳에서 하나 구입!





이곳 역시 전날 묵었던 camping heide 처럼, 사이트 구역이 정해진건 아니고 둘러보다가 적당한데 골라서 사이트 구축하면 된다. 다른 곳들은 캠핑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그나마 조금 한적한 곳에 텐트 구축 시작.




전날 장본 식료품들이랑해서 밥해먹는데 필요한 물품들을 늘어놓으니 양이 상당하네!


프랑스 리크위르에서 사서 먹다 남은 빵도 보이고. (무려 3일이나 지난 빵!!)

라면과 3분카레는 한국에서 사들고 오고, 쌀은 독일 마트에서 구입! 휴대하기 좋게 500g 포장에 1유로 안되는 가격으로 판매.

독일 마트에 가면 태국쌀 같은 길다란 모양의 쌀 외에도 우리가 먹는것 같은 쌀도 팔고. 식재료는 다양하게 있어서 음식걱정은 하지 않았다. 



+ 캠핑장 정보

Caravaning Park Bella Augusta http://www.caravaningpark.de/


요금

사람 2 + 텐트 + 차량1 + 전기 = 32 Euro (샤워 무료)

캠핑장용 어뎁터 구입 : 19.9 Euro







Posted by 빙그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