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프라이부르크 캠핑장에서의 이튿날 아침.


원래는 히르츠베르크 캠핑장에서 1박을 하고 캠핑장이 별로면 상황을 봐서 다른 캠핑장으로 옮겨 1박을 하려고 했는데, 귀찮기도 하고 나름 여기 캠핑장이 나쁘지 않아서 그냥 하루 더 있기로 했다.

아침에 캠핑장에서 그동안 밀린 빨래를 돌리고 점심 즈음해서 전날 아쉽게 돌아왔던 프라이부르크 시내를 구경을 하러 나갔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서 차는 캠핑장에다 두고 프라이부르크 구시가까지 걸어서 도착.

구시가 안에는 차는 거의 보기 힘들고 곳곳을 관통하는 트램이 다니는 선로를 주로 볼 수 있었다.




랜드마크인 프라이부르크 성당근처 Markt 가는길. 점심때 장이 열린다고 하여 구경하러 가보기로 했다.




우뚝 솟은 성당도 한번 구경하고. 

마켓 구경을 다 하고나서 꼭대기에 올라가봐야지.




이곳 광장의 명물 Brat Wurst.


구운 쏘시지를 빵사이에 끼워서 파는건데 광장을 중심으로 곳곳에 이런 Brat Wurst를 파는 노점이 즐비해있었다.

물가비싼 유럽에서 2유로선에서 든든하게 한끼를 때울 수 있기에 관광객들한테도, 현지인들에게도 인기만점.

어디에서 사먹을까 하다가 대부분의 노점에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그냥 아무 노점에 줄을 서고 Brat Wurst 두개 주문.

소세지는 여러종류가 있어서 주문할때 고르는 식이었는데 나는 뚱뚱한 소시지를, 남편은 길다란 소시지를 각각 주문.


총 4.4유로


이전에 프랑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울요령으로 주문해서 먹었던게 35유로였는데, 엄청나다.

왠지 독일이 좋아질것 같다.





성당 근처에 열린 시장에서는 각종 과일과 야채, 식료품 뿐 아니라 다양한 식물들과 예쁜 꽃을 팔고 있었다.

구경하는데 시간가는줄 모를만큼 흥미로운 곳.




시장구경을 끝내고, 프라이부르크 성당에 들어가보기로.

입장료를 내면 성당의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해서, 인당 2유로씩을 내고 성당 꼭대기에 오르기로 했다.





꼭대기에 오르니 프라이부르크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필 성당이 보수공사 중이라 완전 꼭대기 탑까지는 올라갈 수 없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성당을 오르내릴땐 한사람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야 했는데, 그 각도도 엄청나서 올라가다가 어지러울 지경. 한가지 위트있는게 시계방향으로 한참을 올라가서 어지럽다 느낄때쯤엔 계단이 반시계방향으로 돌게 되어있다. 나름 배려인건가. 그리고 한사람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계단에 올라가는 사람들과 내려가는 사람들이 만나게 되면, 어느 한쪽이 벽에 붙어 좀 기다려주어 다른 방향에서 온 사람들을 지나가게 해주는 참으로 훈훈한 광경이. 




성당에서 내려 온 뒤에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약국에 들려서 기침약을 하나 구입했다.

한국에서 걸린 감기가 다 낫지 않은데다가 한국에서 처방받은 약이 다 떨어져서, 밤새 기침이 멈추지 않아 조용한 캠핑장에 다른 이들을 잠못들게 할까봐 매우 민망해서 날이 밝는대로 약국에 가기로 결심. 약국 언니가 혹 기침이 오래가면 병원을 가보는게 좋을거라고 했다. 구입한 약은 마치 목캔디 같이 생겼는데, 약국언니와 나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된건지도 궁금하고 과연 이 약을 그냥 먹으면 되는건지도 궁금하여 읽을 수 없는 독일어로 적혀있는 약 설명서를 구글 번역으로 번역해가며 복용.

정말이지 구글신은 못하는게 없다.

 

약을 산 뒤에는 근처에 서점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들어가봤는데, 이곳에서 우리가 찾던 ACSI 캠핑장 책자를 발견! 유레카!!




득템도 했겠다, 편한 마음으로 이번엔 신시가 구경.

구시가와 신시가를 가르는 성벽에 있던 독특한 맥도날드의 간판. 맥도날드의 친화력은 세계최고인 듯.




구시가는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관광지 분위기였다면, 신시가는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그대로를 볼 수 있었다.




프라이부르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바닥간판.


상점앞에는 바닥에 돌로 다양한 무늬가 그려진 간판이 있었는데, 신발가게 앞에는 구두 모양이, 생선가게 앞에는 물고기 모양이, 금은방 앞에는 보석모양이 그려져있어서 그 옛날에 글을 아는 사람이 적었던 시절, 사람들이 쉽게 뭐하는 가게인지 구분 할 수 있었다고.(아쉽게도 이날 카메라가 망가져서 사진을 몽땅 날리는 바람에 내가 찍은 예쁜 바닥간판 사진들도 함께 날라갔다 ㅠ)





자연스럽게 차도와 인도의 경계를 나누는 수로, 베히레.


베히레에 발을 담그는 여행객은 프라이부르크 처녀와 사랑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전설이 있던데, 나한텐 소용없는거니까 그냥 구경만 하는걸로.



+ 프라이부르크 여행에 대해서


여행준비 하면서도 그렇고 막상 여행지에 와서도 느낀건데 독일의 남서쪽에 위치한 조그만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한국 여행자들이 많이 선호하는 도시는 아닌것 같다. 어디를 지나다가 들리거나 하는 정도이지 일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는것 같은데, 사실 독일에서 가고 싶은 도시를 정할때 가장 먼저 생각한 곳이 프라이부르크였다.


예전에 영국문화원에 같이 다니면서 친해진 분이 도시디자인 관련해서 쓰신 책을 읽은적이 있는데, 그때 유럽의 도시들 중에 프라이부르크에 대해 쓰인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독일 내에서도 친환경 도시로 유명한곳, 그리고 그러기 위해 자동차 사용을 제한시키고 대신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게 자동차 공유제도(car-sharing)를 독일에서 처음 도입한 도시. 자전거와 트램이 주요 교통수단인 이곳.

시내 곳곳에는 과거부터 이어저 온 베히레(Baechle)라는 인공수로가 있어서 도심의 온도를 낮추는 천연 에어컨 역활을 할 뿐아니라 자연스럽게 인도와 차도의 경계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베히레를 그대로 지금까지 보존해오며, 도시 사람들의 휴식처로서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조화시키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


이러한 노력과 모습들이 나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다른 유명도시들 처럼 볼거리가 많거나 유적지가 많은 곳은 아니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기에 독일에 가게되면 꼭 프라이부르크를 들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던것 같다.




Posted by 빙그레씨